검찰의 성균관 비리수사를 주시한다
얼마전 모 일간지의 기자가 쓴 ‘성균관 스캔들’이란 제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남녀 간 스캔들 정도로 생각했으나 내용은 최근덕 성균관장의 공금횡령과 관련한 것이었다.
작년에 성균관 부관장 5명이 연서로 성균관장의 공금횡령 사실을 검찰에 고발한 사건이 있었다. 그동안 성균관은 11-15명의 부관장들로부터 1인당 매년 2000만원-3000만원(신규임명시 3,000만원, 이듬해부터는 2,000만원)씩 헌성기금을 받아왔는데 그 돈을 성균관을 위해 쓰지 않고 최관장이 횡령했다는 내용이었다. 최관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딱 잡아뗏으나 수사기관의 신중하고도 끈질긴 계좌추적으로 횡령사실의 전모가 드러났다. 최관장도 증거 앞에서는 사실대로 시인할 수 밖에 없었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성균관 공금 18억여원을 아파트 매입 등 개인용도 등으로 사용하였고 일부는 자식들에게도 나누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개인헌성금에 관한 것이었고 그후 국고금 횡령사실도 줄줄이 들어났다.
그간 성균관 비리와 관련하여 보도된 내용을 보면, 금년 들어 1월에는 최관장이 임명한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원장 이모(51)씨 등이 9,300만원 횡령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곧 이어 성균관 교무부장 여모(58)씨가 국고금 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었고 지난달 말에는 총무부장 고모(51)씨가 국고금 5억4,7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또 구속되었다.
특히 총무부장 고모씨는 최관장이 가장 신임하는 최측근으로 그동안 성균관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사람이다. 고부장은 최관장의 지시로 국고보조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자백했다. 고씨는 인쇄업체에 교재 제작을 주문하면서 실제 비용보다 부풀린 대금을 지급하고 나중에 일부를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정부 지원금을 빼돌렸다. 최 관장이 1억7000만여원을 마치 부관장들로부터 헌성금을 받은 것처럼 속여 자신의 계좌에 입금하고 사업비 2억원을 빼돌려 현금으로 보관해오다 성균관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황급히 법인 계좌에 재입금했다고 한다. 이들이 빼돌린 국고금의 상당금액은 최근덕관장에게 입금되었을 것임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고씨와 여씨등은 모두 수십 년 동안 최근덕관장을 보필해온 최측근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조직 내에서 광범하게 발생하는 부정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뒤에는 조직의 최고책임자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미 혐의가 밝혀져 사법처리를 받은 자들도 자기는 잘못이 없다고 하는 것을 보면 횡령한 돈의 전부 또는 상당부분이 최근덕씨 개인에게로 건너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성균관 내부에서도 한 간부가 “제도적인 문제점이 크지요.” 하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한 내용이다.
한편 최관장과 측근들의 사건무마를 위한 해명과 언론기관 등 인맥을 동원한 노력도 끈질겼다. 덕분에 초기에는 효과적인 통제로 거의 보도가 되지 않았다.
국고금 횡령 이외에 부관장등으로부터 받은 헌성금(공금)을 최관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과 관련하여 최관장의 측근 대변인 격인 어모 부관장은 그 돈을 관장이 (개인)판공비로 쓰는 것은 하나의 “관행”이기 때문에 최관장은 그 돈을 횡령한 것이 아니라는 식의 말도 안되는 소리로 둘러댔다. 지금까지 성균관이 이런식이었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최관장에게 돈(헌성금)을 내고 부관장직을 임명받은 사람들은 최관장에게 개인적으로 돈을 주고 직을 산 사조직원일 뿐이다.
최관장은 자기의 횡령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건을 성균관 내분으로 돌리면서 자기는 음해세력으로부터 음해를 받고 있어 억울하다는 식으로 수사기관의 동정을 구하는 유치한 작전을 펴기도 했다. 또 개인적으로 횡령한 돈 18억원을 공적으로 사용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여기저기에 거액을 기부한 것으로 짜맞추려고도 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최관장의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아 망신만 당했다. 즉, 산하의 ‘한국선비문화수련원’ 기획실장을 지낸 류모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 최 관장이 내가 근무했던 수련원에 1억9200만원을 기부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최관장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고발자의 한 사람인 장모 부관장을 개별적으로 만나 고발을 취하해주면, 앞으로 성균관을 장모 부관장에게 맡기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장모 부관장은 우선 최관장이 횡령한 돈의 반액만이라도 성균관에 내 놓으라고 요구했고 그 소리를 듣자 최관장은 시장바닥에서나 쓰는 욕지거리를 해대며 돈을 못 내어 놓겠다고 하더란다.
검찰조사를 받고나온 최관장의 태도 또한 가관이었다. 검찰에 가서 수사관 애들 혼 내주고 왔다고 큰 소리를 치면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성균관 내부단속을 더욱 철저히 했다.
최관장이 성균관을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당초 전국 유림들이 직선제로 뽑던 관장 선거를 소위 유신시대의 “통일주최대의원”식의 간접선거(소위 ‘장정제도’) 방식으로 바꾸고 스스로 영구집권의 길을 열면서 부터였다. 이래저래 모두 합처서 그는 한 20년 가까이 성균관 수장질을 하여온 셈이다. 성균관은 그동안 법인이 아닌 임의단체 형식으로 운영되어왔다. 따라서 이전에는 성균관에 입금되는 공금도 최근덕관장 개인 명의의 통장에 입금되어 관리해 왔기 때문에 공금이란 의식이 없었다는 점도 하나의 문제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성균관장이란 직이 매력적인 점은 전국의 문중 등에서 심심치 않게 들어오는 성균관장 명의 비문 한건에 500만원을 받는 것을 비롯하여 관장으로서 강의 등 잡수입도 엄청나다고 한다. 이런 매력들 때문에 설령 �겨나갈 망정 스스로 명예스럽게 자리를 물러날 생각이 전연 없었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일찍이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시기를, 군자가 경계해야 할 일이 세 가지가 있으니 그것은 소시때에는 여색이고, 장성하여서는 싸움이며, 나이 들어 혈기가 쇄진하면 물욕(‘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이라고 했다. 맹자(孟子) 역시 '군자삼락'(君子三樂) 중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고, 사람들을 굽어보아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이라고 했다.
부끄럼도 탈줄 모르며 궤변으로 죄를 면탈하려는 물욕덩어리 소인배들이 어찌 그 의미를 알겠는가?
군자를 논할 자격도 되지 않는 소인배가 군자를 논하고 선비같지도 않는 자가 선비행세를 하는 현 세태는 그야말로 소똥구리 천지인 세상이다.
그 누구도 죄를 짓고도 피신할 수 있는 신성한 소도(蘇塗)가 제공되어서는 안된다. 더구나 군자를 논하고 성직자행세를 하는 사이비 성직자들에게 이르러서야!
총체적 비리에 휩싸인 현재의 성균관은 필히 정화되어야 한다. 그 직접적인 책임은 모두 최근덕 관장에게 있다. 도덕이 땅에 떨어진 이 시대의 병리현상을 치유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600년 전통의 참 교육기관인 성균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진행 중인 검찰수사를 예의 주시해 볼 일이다.
(전)성균관 석전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