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깊어지는 여정을 함께 했으니, 혼자가 되는 과
정도 함께 하자고 생떼를 부리고 싶었다. 어떤 시간은
그때의 감정들과 함께 순식간에 얼어 붙는다. SF 영화에
등장하는 냉동 인간들처럼 시간이 제법 지난 뒤에 녹여
도 지나치리만큼 생생해 나를 당황시킨다. 또 어떤 기억
은 빗물과도 같아서 영원할 것만 같던 고통도, 흥에 겨
워 웃던 시간도 시간을 따라 모두 말라버린다. 그 과정
에서 운이 좋게 땅 위 물그릇 틈새로 머무르는 것도 생
겨난다. 내면 깊은 곳에 가라앉은 물기는 오래고 그 습
기를 머금고 있다. 헤어지고 돌아서 우리 사랑을 액체,
고체, 기체 중 어떤 형태로 남길지 고민 했다.
-지나간 것과 지나가고 싶은 것, 별빛들, (2023)
첫댓글 지금 어떤 형태로 남아 저와 머무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