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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노조미 써모스코리아 대표이사 고전적인 서양 유머 중 한 이야기다. 1950년대 한 신문기자가 미국 남북전쟁 기간을 경험한 최장수 노인을 만나러 갔다. 기자는 노인에게 물었다. "당신은 남북전쟁과 1·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겪었습니다. 당신은 자동차와 비행기의 발명도 살면서 목격했습니다. 평생 동안 가장 흥미로운 것 하나만 고른다면 무엇인가요?"
노인은 답했다. "바로 보온병일세. 자네가 따뜻한 무언가를 넣으면 계속 따뜻하게 해주고, 차가운걸 넣으면 계속 차갑게 해주거든. 어떻게 알고 그러는 걸까?"
일제강점기를 겪은 한국인들도 보온병을 마법처럼 온도를 유지해주는 물건이라 칭한 일본식 표현 '마호병'을 즐겨 쓰곤 했다. 서구에서 보온병의 영어 이름 '써모스(Thermos)'는 브랜드명에 불과했던 '써모스'가 사물 자체를 지칭하는 단어가 된 대표적인 사례다.
일반명사 '써모스'가 근대과학이 부린 마법이라면 브랜드와 회사로서 '써모스'는 마법 같은 기업성장으로 경영학 사례연구에서 회자되곤 한다. 보온병은 1904년 독일 회사 써모스에서 처음 상용화됐다. 이후 미국 뉴욕, 영국 토트넘, 캐나다 몬트리올 3곳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회사 써모스에 의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바깥쪽 병과 안쪽 병의 이중구조 사이를 진공상태로 만들어 단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보온병의 기본원리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기업 써모스는 1980년대 다양한 생활가전이 출시되면서 위기에 처한다. 전 세계 유명 기업사를 담은 티나 그랜트(Tina Grant)의 1997년 저서 'International Directory of Company Histories'에 따르면 써모스는 1980년 초반 가정용 보온병 제품으로만 1억2500만달러의 판매액을 올렸지만 커피포트 등 가전제품이 확산되면서 보온병 수요가 줄었다. 결국 써모스는 1989년 연간 1억5000만달러 규모 보온병 시장에서 점유율이 3분의 1로 떨어진 뒤 같은 해 아시아 최대 규모 산업용 고압가스 회사인 일본산소(Nippon Sanso·현 다이요닛산)에 1억3400만달러에 매각됐다.
냉온 정수기가 곳곳에 설치된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보온병을 사용한다. 써모스가 일본 회사에 팔린 결정적인 이유는 제품 혁신에서 밀린 탓이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모든 보온병은 깨지기 쉬운 내열유리를 안쪽 병 소재로 썼기 때문에 내구성이 약한 게 흠이었다.
안쪽 병 소재를 튼튼한 스테인리스로 바꾼 보온병이 등장하면서 써모스 유리제 보온병 매출이 급락하게 됐다. 1984년 10월 뉴욕타임스는 "금속제 보온병은 10달러 미만인 유리제 제품과 달리 20~35달러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내구성 프리미엄을 위해 지불한다"고 당시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써모스의 모기업인 일본산소는 써모스를 인수하기 전인 1978년 고진공 스테인리스 보온병을 개발하며 새로운 기술을 주도하고 있었다. 유리보다 내구성은 좋지만 무거웠던 스테인리스 보온병을 얇고 빈틈없이 용접하는 기술을 가진 일본산소 덕분에 초경량 스테인리스 보온병이 시장에 나오게 된다.미국의 사회학·커뮤니케이션학 석학이자 '혁신확산이론(Innovation Diffusion Theory)'으로 유명한 에버렛 로저스(Everett M Rogers)는 저서 '혁신의 확산(Diffusion of Innovations)'에서 써모스 성공의 이유를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써모스가 보온병 제품만 혁신한 건 아니다. 조직 개혁이 먼저, 혁신 제품은 자연히 뒤따르게 만들었다.
1990년 일본산소는 글로벌 아웃도어 용품 명가 콜먼(Coleman) 출신 몬테 피터슨(Monte Peterson)을 써모스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다. 피터슨 CEO는 당시 성장이 정체되던 보온병 대신 시장 규모가 연간 10억달러였던 가정용 바비큐 그릴 분야에서 신제품 개발을 추진했다.
그는 영업·생산·마케팅·재무·엔지니어링 등 관료주의적이고 형식화된 기능별 부서 조직을 활용하는 대신 6개 부서 중간 관리자를 모두 같은 팀에 포함시키는 조치를 단행한다. 팀원들은 기존 업무에서 모두 해방된 채 1992년 8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릴 전시회 출품을 목표로 2년간 신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스스로 '라이프스타일 팀'이라고 칭한 그들은 관심그룹 인터뷰, 가정방문, 영상 녹화 등을 토대로 가정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자주 바비큐 그릴을 사용한다는 점을 발견한다. 여성들은 쉽게 지저분해지고 청소가 어려운 숯불 그릴과 크고 무거운 가스통이 필수였던 가스그릴 양쪽에 불만이 많았다.
라이프스타일 팀은 시제품 100대를 만들며 직접 소비자들과 대화하며 그들이 제품에 원하는 바와 시장 선호를 반영한 전기그릴 신제품을 출시한다. 돔 형태 뚜껑으로 열기를 보존하고, 열선 위치를 개선한 'Thermal Electric Grill' 신제품은 299달러란 비교적 높은 가격대로 출시됐지만 첫해부터 히트하며 1993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 증가하고 시장점유율은 2%에서 20%로 뛰어올랐다. 성장이 정체한 시장에서 써모스는 조직구조를 바꾸면서 동시에 혁신 프로세스를 함께 바꿔 중흥기를 열었다.
써모스는 일본산소가 인수한 뒤 100년 역사를 가진 장수 브랜드로 전 세계 100개국 넘게 진출했다. 그러나 여전히 성숙한 시장에서 보온병 신규 수요 창출은 어렵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 내 가구당 스테인리스 보온병 보급률은 90%가 넘는다. 그러나 실제 사용빈도는 낮다.
매일경제 비즈타임스는 최근 써모스 한국법인을 이끄는 마쓰모토 노조미 써모스코리아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다년간 써모스 영업·세일즈 성장 신화를 쌓은 그가 정체한 것처럼 보이는 보온병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는 비결을 밝혔다. 핵심은 '라이프스타일'이었다. 이하는 그와 일문일답.
―한국에도 보온병이 없는 집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정작 실생활에서는 자주 쓰는 사람만 쓰는 경향이 있다. 소비층 확대를 위해 어떻게 하고 있나.
▷써모스 주력 제품은 보온병·보랭병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가족 구성원의 생활패턴이 개인화되고 있다. 아버지는 등산이나 골프 같은 스포츠·레저 용도로, 성인 자녀는 사무직 직장인으로, 미성년 자녀는 학교 생활을 하며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졌다. 써모스가 내린 결론은 개인별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보온·보랭 기능을 일상 속에 녹인다면 자연스럽게 사업 확장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써모스코리아가 운영한 서울 상수동 팝업스토어 `살롱 드 써모스`를 찾은 마쓰모토 노조미 써모스코리아 대표가 제품 및 브랜드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써모스코리아]―보온병은 이미 개발 역사가 오래된 만큼 대체재와 경쟁사가 많다. 단지 브랜드만으로는 앞서 나가기 어려울 것 같다.
▷제품 전략 측면에서 세분화가 중요하다. 과거 일본에선 소풍이나 학교 운동회 같은 가족 단위 행사에 쓰던 물건이 보온병이었다. 당시 일본 시장은 집집마다 보온병을 1~2개씩 갖고 있을 정도로 보급률이 높았지만, 일상적으로 늘 사용하는 제품은 아니었다. 써모스는 기존에 많이 쓰이던 컵 형태 뚜껑이 달린 보온병뿐 아니라 곧장 입에 대고 마실 수 있는 보온병 같은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출시했다. 이를 계기로 가구당 소비되는 제품이던 보온병이 1인당 소비하는 제품으로 성격이 바뀌게 됐다. 이에 따라 써모스는 최근에는 운동과 레저활동에 어울리는 보냉 전용 제품인 '스포츠 보틀' 분야도 새로 개척했다.
―한국 보온·보랭병 소비자들이 일본 소비자들과 다른 점이 있는가.
▷일본처럼 한국도 개별 보온병 브랜드 인지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 연 3회에 걸친 자체 시장 조사 결과 한국 보온병 시장은 제품 보급률은 90%에 육박하지만 실생활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비중은 60%에 불과하다. 게다가 보온병을 가진 사람들도 10명 중 6명은 제품을 구입했지만 나머지 4명은 기념품처럼 증정받은 사람들이다. 기념품이나 선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제품 정도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현재 한국 내 주력 제품은 휴대용 텀블러 제품이다. 한국용 제품을 별도로 개발해서 출시했다. 앞으로도 계속 한국인 식생활에 어울리는 제품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과 일본은 특히 반찬 문화가 다르다. 일본은 반찬 종류가 적고 양도 적지만 한국은 김치를 필수로 여러 반찬이 따라온다. 일본식 보온 도시락 제품은 내부 용기가 플라스틱이지만 한국에서 똑같이 출시한다면 김치로 인해 변색되기 쉽다. 한국용 제품은 따로 만들면서 관리하고 있다.
보온병의 필요성에 대한 한국인 소비자들의 수요가 낮은 편이라 여러모로 소위 '짝퉁(가짜 상품)'이 많이 유통되지만 모르고 쓰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은 모방했지만 실제 보온·보랭 성능이 떨어지는 물건이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다.
올해 연 팝업스토어는 정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목적이다. 오프라인 체험 매장은 써모스가 정말 괜찮은 제품이란 자신감 없이는 열 수 없다. 팝업스토어를 주력 제품인 'JNL 시리즈' 위주로 30대 중반 여성을 타깃 고객으로 삼았다. 짝퉁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긋기 위한 성격의 프로모션인 셈이다.
―'써모스' 브랜드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한 브랜드가 100년 넘게 이어지는 비결은 무엇인가.
▷써모스 브랜드는 독일에서 출발했지만 스테인리스 진공단열 방식은 40년 전 일본에서 시작했다. 당시 일본에서도 휴대용 보온병 내부 소재는 유리 소재가 대부분이었다. 써모스 전신에 해당하는 '일본산소'에서 개발한 제품이 스테인리스제 휴대용 보온병이다. 근본적인 기술력은 결국 품질과 브랜드 파워로 이어지고 소비자들을 끌어들인다. 만약 보온·보랭 기능이 떨어진다면 브랜드 전략 자체가 실천 불가능하다.
써모스는 가장 먼저 기술력을 소비자들에게 강조한다. 이는 내구성과 디자인과 결합한 최종 제품의 성능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된다. 이 같은 프리미엄 보온·보랭 제품 브랜드 이미지를 계속해서 지켜나갈 것이다. 써모스가 독일에서 일본 회사로 온 뒤 우리가 강조하는 핵심 기업이념은 '혁신'과 '협력'이다. 사업의 근간인 진공단열 보온병에서 출발해 소비자들이 편리한 일상생활을 위해 필요한 제품과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보온병 제품들은 기술 수준이 비슷해 보인다. 특별히 써모스가 지닌 기술력은 무엇인가.
▷전 세계 모든 보온병 제품의 기본 원리는 '열역학'으로 동일하다. 열은 전도, 대류, 복사 세 가지 방법으로 전달된다. 성능이 우수한 보온병일수록 세 가지 열 전달 방법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보통 전도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보온병 안쪽 병과 바깥쪽 병이 용접되는 부분을 최대한 얇고 좁게 만든다. 복사열을 차단하기 위해서 안쪽 병에 동을 도금하거나 알루미늄 호일을 이용해 감싼다. 끝으로 대류 효과를 억제하기 위해 안쪽 병과 바깥쪽 병 사이 공간을 1000만분의 1 기압인 초고진공 상태로 만든다.
써모스의 차별화된 분야는 대형 진공 체임버를 활용한 제조기술이다. 19세기 후반 유리 소재 보온병이 처음 개발됐을 무렵부터 쓰인 제조 원리를 아직도 많은 보온병 제조사들이 응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개 진공 펌프를 써서 보온병 내 공기를 빨아들여 내부를 진공 상태로 만든다. 문제는 이렇게 생산된 보온병들은 한 공장에서 같은 조건으로 만든다고 해도 제품마다 진공 상태나 단열 성능에 차이가 발생한다. 보온병 제품 규격은 규정 시간 동안 규정 온도에 내용물을 보관하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품질 자체가 균일하지 않고 약간의 잘못으로도 진공 상태가 깨져 불량품이 발생하게 된다.
써모스는 대형 진공 체임버에 스테인리스 원부자재를 넣어 초고진공 상태를 표준화된 제품으로 양산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불량 제품을 찾아내기 위해 공기 중에 방치한 뒤 검사하는 '에이징 공법' 이후에도 보온 성능을 전수 검사하고 있다. 일부 다른 기업이 표본(샘플)에 대해서 품질검사를 하는 데 비해 엄격하게 품질을 관리하는 셈이다. 기술력과 품질관리가 써모스 제품의 높은 품질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성능을 좌우하는 스테인리스 소재와 금속 프레스 가공을 중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장에서 만든 뒤 최종 조립만 한국이나 일본에서 해 원산지를 '세탁'하는 업체가 문제가 됐었다. 써모스는 스테인리스 가공부터 최종 완제품 출하까지 모든 과정을 써모스 공장에서 일괄생산하는 시스템으로 신뢰를 얻었다. 현재 운영 중인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소재 공장마다 일본인 본사 인력이 직접 파견돼 공정을 꼼꼼히 관리하고 있어 제품 품질 차별화를 가능케 한다.
―단지 '보온' 기능 외에 소비자들이 보온병을 써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써모스는 단순한 보온 유지를 넘어 보온력으로 조리까지 가능한 차별화된 브랜드다. 별도 가열 없이 원하는 재료에 뜨거운 물만 부으면 우수한 보온력으로 죽이나 이유식 등을 완성할 수 있는 새 영역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식재료 본연의 맛은 살리면서 영양소 파괴도 최소화하는 식사가 보온병만으로도 가능하다. 이게 써모스의 '보온 조리' 기술이다. 예를 들면 KJC 모델은 최근 늘어나는 1인 가구를 위한 간편한 조리도구로 쓸 수 있고, 등산이나 낚시할 때도 끓는 물과 재료만 있으면 요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써모스는 4차례에 걸친 품질 관리 프로세스를 거쳐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진공으로 보온 성능을 확보한 다음 1차적으로 전수 검사를 하고, 진공 상태가 깨지지 않는지 '에이징' 공정에 투입한다. 이후 재차 전수검사 뒤 3차 무작위 추출 검사, 4차 완제품 무작위 추출 검사로 모든 제품의 품질을 보장하고 있다.
―최근 많은 종류의 소비재 산업은 전자상거래로 인해 경쟁은 치열해지고 이익률은 낮아지고 있다. 반대로 오프라인에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체험을 제공해 성과를 거둔 사례도 나온다. 써모스는 전자상거래 시대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은 확실히 온라인과 인터넷 강국이다. 전자상거래(e커머스) 구매 비중도 더 높다. 앞으로 한국에서 온라인 판매가 계속해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점차 그 규모도 성장할 거라 예상하고 있다. 특히 2030세대를 상징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사이 출생자)가 디지털에 익숙해서 구매 패턴도 급변하고 있다. 써모스코리아도 백화점보다 온라인 판매 비중이 더 높다. 이 같은 경향은 비단 보온·보랭병 영역뿐 아니라 모든 유통업의 트렌드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해부터 온라인 판매 전용몰을 출시했고 이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서울의 청년들이 몰리는 홍대 인근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팝업스토어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품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게 목표다. ―최근 한국에선 카페 등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에 대한 규제가 시행됐다. 지자체별로 버스 탑승 시 '테이크아웃 컵' 반입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플라스틱용품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은 없는가.
▷기쁘게도 당장 눈앞에서 보온병을 직접 쓰는 사람들을 내가 볼 수 있다. 출퇴근 때마다 일부러 소비자들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서 알게 된다. 과거 카페나 편의점에서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제품을 구매했다면, 이제는 집에서 보온병에 담아서 가져오기도 한다. 이 같은 작은 움직임들이 분명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판매량이나 매출액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좋겠지만, 아직까진 한국 소비자들이 보온·보랭 용기의 일상적인 필요성에 조금씩 눈뜨는 단계라고 본다. 실제로 구매 패턴 조사 결과를 보면 가장 상위인 써모스 제품보다는 저렴한 브랜드가 먼저 팔리는 경향이 있다.
―한국 보온·보랭병 시장 성장 전망은 어떠한가.
▷조사 결과 한국 30대 여성들 중심으로 써모스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실제 인기도 높았다. 미혼과 기혼인 경우 모두 포함한다. 미혼 여성은 개인적인 활동에서, 기혼 여성은 육아용품 용도로 소비한다. 써모스 제품은 보온병 카테고리 안에서는 고가·프리미엄 제품이라 주 소비층의 구매력이 중요하다. 앞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초점으로 틈새시장 진입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직 한국 시장 매출과 판매 수량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긴 어렵다. 써모스코리아 대표를 맡은 지 2년 반 됐지만 여전히 한국인들은 일본인보다 보온병을 덜 쓰지만 조금씩 텀블러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 써모스의 브랜드 전략을 구상하던 중 나온 여러 이미지를 종합한 슬로건이 '오늘 당신의 온도'다. 한국도 저성장이 심화되며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같은 게 유행하는 것처럼 현재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려는 게 현 20~40대 소비층 생활 패턴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한국은 일본 같은 선진국 시장이기에 실사용률은 적더라도 향후 일본과 비슷한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영업 마케팅 활동에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팝업스토어 같은 소비자 접점을 늘려 나갈 생각이다.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계획은 없는가.
▷써모스코리아는 판매 중심 지사다. 앞으로도 판매, 영업, 마케팅 중심의 회사로 운영된다. 물론 유아용 보온제품 '푸고'나 다른 도시락 보온제품 등 한국 시장에 특화한 제품 개발 투자를 계속할 예정이다.
▶▶ 마쓰모토 노조미 대표는…
마쓰모토 노조미 대표는 2016년 4월부터 써모스 한국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1990년 일본산소주식회사(현 다이요닛산주식회사) 써모스 사업 본부에 입사하며 회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0~1996년 도쿄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가정용·비즈니스용 세일즈 업무를 담당했다. 1997년부터 약 18년간 업무용 비즈니스 사업 본부 리더로서 도쿄, 오사카를 넘어 일본 전국의 대리점 확대를 주도했다. 그가 재직하는 동안 모회사 다이요닛산의 써모스 사업 부문 매출액은 2005년 103억엔에서 지난해 246억엔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났다. 2001년 써모스 사업부가 써모스주식회사로 별도 분리되면서 그는 일본 전역을 대상으로 한 기업 간 거래(B2B) 영업을 맡아 매출을 약 25배나 상승시키는 데 기여했다. 써모스코리아 대표로 부임하면서 소비자 라이프 트렌드에 맞춰 보온병 외에도 콜드컵, 스포츠 보틀, 보온도시락, 유아용 텀블러 등 한국 소비자들이 용도에 맞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다양화했다. 그는 '편리성'과 '환경 보호'를 사명으로 삼아 한국 소비자들에게 보온병 사용 문화를 정착시키고, 써모스가 보온병 시장 대표 브랜드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