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1) 이상길 기자
울산 동구 방어동에 외국인 바(bar)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한 골목. 주 도로와 떨어진 작은 골목지지만 오른쪽에 보이는 'pier9'을 비롯해 총 4곳의 외국인 바가 몰려 있다.© News1 이상길 기자
(울산=뉴스1) 이상길 기자= 울산 동구 방어동에 사는 박영수(38·인테리어 사무실 운영)씨는 요즘 많이 달라진 동네 분위기에 놀라고 있다.
바닷가 근처에서 살기 위해 5년 전 신접살림을 방어동에 차렸는데 바다를 자주 볼 수 있다는 장점 외에 최근에는 외국에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거리풍경까지 많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중공업과 관련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울산 동구에 예전부터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각종 외국음식점을 비롯해 외국인 바, 외국인전용 아파트나 빌라 등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동구 방어동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예감할 수 있었다.
박 씨는 “동네 산책을 나가봐도 10명 중에 1명 정도는 꼭 외국인을 만나게 된다”며 “거기다 최근에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는 외국인 음식점과 외국인 바 등으로 인해 가끔은 여기가 마치 외국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뉴스1이 취재한 결과 동구 방어동의 거리풍경은 지역 내 다른 곳과는 사뭇 달랐다.
울산 동구 방어동 한 골목에 위치한 외국인 바 모습. 바 안에서 외국인들이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News1 이상길 기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Western Pub’이란 영어가 간판에 공통적으로 적혀 있는 ‘ 외국인 바’였다.
특히 방어동의 이정표가 되어버린 ‘현대비치’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시내버스가 다니는 큰 도로는 물론 바다를 볼 수 있는 해안 길 곳곳에 외국인 바들이 성업 중이었다.
박 씨는 “5년 전만 해도 동네에 외국인 바는 한 두 개 정도밖에 없었는데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바가 장사가 잘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1~2년 사이에 갑자기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지금은 족히 스무 개는 돼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때문에 주말 뿐 아니라 평일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바에 모여 당구를 치거나 술을 마시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터키인 '하산 바키(36)'씨가 운영하고 있는 터키 정통 패밀리 레스토랑.© News1 노화정 기자
외국인 바뿐만이 아니었다. 외국인들이 많아지면서 갖가지 외국 음식점들도 함께 들어서면서 울산에 새로운 음식문화를 이끌고 있다.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곳은 터키인 ‘하산 바키’씨가 운영하고 있는 터키 정통 패밀리 레스토랑인 ‘Traditional Turkish Restaurant’이다.
방어동에 가장 먼저 생긴 외국인 대중음식점으로 터키 정통 육류 요리인 케밥을 비롯해 다양한 터키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동구 방어동에서 터키 정통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하산 바키(36)'씨© News1 노화정 기자
16일 오전에 만난 하산 바키(36)씨는 “가게를 찾는 손님 중에 60% 정도가 외국인이지만 40% 정도는 한국 사람들”이라며 “특히 점심때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많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지 벌써 10년 가까이 된 하산 바키씨는 부산 서면 롯데호텔 등에서 경력을 쌓아 이곳에 자리 잡았다. 이미 한국국적을 취득했고, 10년 가까이 된 만큼 한국어 구사능력도 수준급이다.
터키 음식을 맛보고 있는 외국인들(왼쪽)과 케밥을 조리 중인 외국인 요리사(오른쪽)© News1 노화정 기자
터키 음식점 뿐 아니다. 해안 쪽에는 인도요리 전문점인 ‘SHALIMAR(샬리마르)’와 멕시코 요리 전문점인 ‘O'TACO(오타코)’도 있다.
‘O'TACO(오타코)’를 운영하고 있는 주현희(38)씨는 “개업한 지 1년 정도 됐다. 찾는 손님 가운데 외국인이 70% 정도 되고, 한국인은 30%정도 되는 것 같다”며 “특히 점심때가 많이 바쁘다”고 밝혔다.
주 씨는 서울 이태원에서 멕시코 요리 경력을 쌓았다.
울산 동구 방어동에 위치한 인도요리 전문 레스토랑 ‘SHALIMAR(샬리마르.왼쪽)’와 멕시코 요리 전문점인 ‘O'TACO(오타코)© News1 노화정 기자
거주 외국인들이 많아지면서 방어동은 주거문화도 크게 바뀌고 있다. 외국인 전용 아파트나 빌라들이 점점 늘면서 하나의 주거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
울산 동구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대부분은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선박에 대한 감독관들로 이들은 보통 4~5년 정도 한국에 머물러야 한다.
때문에 장기 체류를 위해 머물 숙소가 필요한데 대부분 에이전트를 통해 임대가 이뤄지고 있다.
울산 동구 방어동을 대표하는 외국인 전용아파트 '피닉스 아파트'© News1 노화정 기자
대표적으로 해안 쪽에 우뚝 서 있는 ‘피닉스 아파트’를 들 수 있다. 완공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이 외국인전용 아파트는 분양은 물론 임대까지 초기에 완료됐다.
피닉스 건설 관계자는 17일 오전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동구 방어동만 해도 외국인을 위해 임대를 대행하는 에이전트사 6~7개 정도가 성업 중”이라며 “보통 30평대의 아파트나 빌라가 월세 250만원 정도의 고가인데도 분양 및 임대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또 “때문에 오션 빌리지라는 외국인 전용빌라의 경우 10차까지 지어질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거문화의 변화는 동구지역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국인 아파트나 빌라의 경우 고가인데도 폭증하는 수요에 따라 단기간에 분양이 완료되다 보니 전체 부동산 가격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이 관계자는 “최근 현대중공업이 불경기를 맞이하고 있다지만 앞으로는 현대중공업도 선박 이 아닌 플랜트 중심의 수주가 이뤄질 것”이라며 “그런데 ‘바다 위의 공장’으로 불리는 플랜트의 경우 달라붙는 감독관수만 해도 보통 천 단위”라고 지적한 뒤 “때문에 앞으로 방어동을 중심으로 동구지역 외국인 거주수요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동구지역 외국인 문화가 급성장하면서 울산 동구청도 급증하는 외국인들의 수요에 맞춰 글로벌 도시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울산 동구청이 지난해 5월 김종훈(뒷줄 가운데) 동구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함께 '방어진 글로벌 건축문화거리 조성사업' 용역착수보고회를 갖고 있다.© News1 뉴스1 포토뱅크
‘방어진 글로벌 건축문화거리 조성사업’이 대표적으로 구청은 울산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맡긴 용역 최종보고회를 지난해 말 개최하기도 했다.
보고회에 따르면 산학협력단은 방어진항 내진길 일원에 디자인거리 조성을 비롯해 보행데크 설치, 소광장과 범선전시, 레스토랑 보트 등 매력 있는 장소 조성, 방어진항 전시관과 다문화교류센터 등 역사계승과 다문화교류 장소 조성, 이국적 레스토랑 등 음식문화를 통한 글로벌거리 조성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다양한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정신적인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인권도시 추진협의회 구축 및 인권선언문 채택 등을 통해 ‘인권도시 조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외에도 구청에서는 외국인들의 한국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미포복지회관 등에서 진행 중인 갖가지 다문화 프로그램 운영도 지원하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울산 동구 전체 인구가 1월 현재 17만9743명인데 이 가운데 외국인은 4264명(2.4%) 정도가 된다”며 “또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1869명(44%)이 방어동에 집중 거주하고 있어 방어동을 중심으로 외국문화가 급성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lucas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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