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페이스.
날 이렇게 만든건 이 세상이다.
이 세상이 나에게 사죄하지 않는 한.
난 먼저 세상에게 자비를 베풀지는 않을 것이다.
이 세상이 나에게 매달리지 않는 한.
난 먼저 세상에게 손 내밀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
학교로 가는 내내
아이들의 시선이 따갑다.
늘 받는 시선이지만
언제나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아이들은 언제부터
나를 저런 시선으로 바라본걸까.
나는 언제부터
아이들에게 저런 시선을 받은걸까.
. 옥상
학교 옥상은 내 아지트다.
아무도 올라오지 않는 곳.
나만이 숨 쉬고 있는 곳.
엄마가 돌아가시던 날
나는 옥상에 처음 올라오게 되었다.
돈때매 자살한 엄마가 밉고.
엄마를 죽게한 돈도 밉고.
돈이 아니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 세상이 미웠기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를 잃은 것보다
나를 외면하고 집을 나가버린 동생을 잃은 것보다
엄마가. 날 그렇게 사랑하던 엄마가 자살한 사실에 .. 그런 엄마를 잃은 사실에 ..
나에게 이젠 단 하나밖에 없는 가족이 죽은 사실에.
나는 세상을 버릴 수 밖에 없었다.
.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 라이터를 찾는데 .. 아 , 없다.
교실에 있는 가방 안에 두고 왔는지. 제길
그 때.
내 앞에 불 붙은 라이터를 내미는 한 남자.
명찰을 보니 , 이번 우리 학교의 신입생이었다.
그러니까
나보다는 한살 어린 놈.
그런 신입생이 아주 당돌하게도
한종 고등학교 포커페이스. 백여진에게 라이터를 들이밀고 있지 않은가?
" ... "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에게 관심을 주는 놈들에겐
상대할 가치마저 잃어버린지 오래였다.
어차피 그 놈들은
관심을 주지 않는 아이들보다 더 못한 새끼들이니까.
" 라이터. 찾고 계신거 아니에요? "
" 나 가지고 재미 좀 볼 생각이라면 빨리 그만 두는게 좋아. "
" 라이터 , 필요 없음 말구요 "
나는 그 놈의 마지막 말까지 묵묵히 씹어버린 채 ,
교실로 내려왔다.
웃긴 놈 ..
.
학교가 끝나고.
아무도 없는 집으로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텅 빈 공간으로 향한다.
그런데.
아까 옥상에서 봤던 그 놈이 내 앞에서 물러날 기색이 없이 서 있다.
내가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자 ,
다시 나의 길을 막는 놈.
" 너 뭐야. "
" 뭐긴요. 선배가 지금 나 막고 서 있잖아요 "
" ..... "
한번 더 방향을 틀자 ,
끝까지 나를 막아서는 놈.
이건 완전히 인내심 테스트다.
휘말리지 말자 , 백여진.
" 비켜주셔야죠? "
" ..... 후 "
다시 한 번 방향을 바꾸자.
이번엔 내 손을 덥썩 잡는다.
" 지금 삐진거에요? 데이트 신청 안 받아줬다고?! "
" .. 놔. "
" 안 들리는데요 "
" 놔. 내 몸에 손 대지마 "
" 제법 살벌하게 들리네요 "
" 장난 아냐 "
" 나도 장난 아니게 무서워요. 지금 나 떨고 있는거 안 보여요? "
그렇게 날 끌고 간 곳은
패스트푸드점이었다.
어렸을 적.
엄마와 자주 왔던 곳.
엄마가
이 세상을 떠난 후로부터는
한 번도 오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강하게 그 놈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패스트푸드점 문을 박차고 나왔다.
어쩌다 여기까지 따라오게 된건지.
바보같아.
날 뒤따라 나온 그 놈.
" 내 이름은 강민성이에요 "
나에게 악수를 청한다.
나는 아무 표정없이. 아무 감정없이.
그 손을 외면하고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
일주일이나 지났다.
그런데 어쩐지 내 생활에
변화가 오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주 드럽고도 묘한 기분.
이 기분은 다 그 일주일 전 강민성이란 놈 때문이겠지.
그 후로도 날 끈질기게 괴롭혀온 놈이다.
내 핸드폰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수업시간에 전화는 기본이요 ,
학교가 끝나면
도둑 잡는 경찰처럼 날 이끌고는
날마다 다른 장소로 향하는 강민성 자식.
처음엔 정말 귀찮기만 했던 이 새끼를.
이제는 너무 당연하게 교문 앞에서 그 놈 손에 이끌리게 된다.
충분히 뿌리칠 수 있는데.
뿌리치기 싫어지는 정말 이런 드럽고 지랄같은 느낌이란.
아니 , 사실은 .
드럽고 지랄같은 느낌인지.
두근거리고 설레이는 느낌인지는 .. 판단이 안 선다.
오늘은 날 또 어디로 끌고 갈까? .
아휴. 또 피곤해지겠군.
.
어김없이 교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강민성.
" 선배! 오늘은 .. 오늘은요! 정말 특별한 데로 모시겠습니다! "
" .. 시끄러 , 임마 "
또 못이기는 척
그를 따라 간 곳은.
장애인을 돌보아주는 시설이었다.
.. 여긴 .. 왜 온거지? ..
.
그 시설 안에서도
봄 단장으로 한껏 꾸며진 방에 들어가자 ,
강민성이랑 꽤나 친해보이는 듯한 아이들이
놈에게로 우르르 달려든다.
" 밥은 다 잘 먹고 있지? 세희. 세희는 오늘 밥 몇 그릇이나 먹었어! "
" .. 두 .. 두 . 두그릇.. "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정신지체 장애인으로 보이는 일곱살 가량의 여자아이였다.
그 아이들을 하나 하나 상대해주는 강민성놈이
이번에는 또 다른 방으로 들어선다.
그 방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모두 말을 못 하는 나이가 어린 언어장애자들이었다.
강민성은 능수능란하게 수화를 하며
아이들과 대화를 나눈다.
나는 한동안 아무말 없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
그렇게 다시 그 시설을 빠져나와서야.
강민성은 숨을 고른다.
무척이나 피곤해보인다.
아이들을 상대하는 건
정말 힘든 일임에도 아이들 앞에서 웃음을 잃지 않던 놈.
" 선배를 옥상에서 처음 봤을 때 .. 그 때. 꼭 예전 나를 보는 것 같았어요 "
" ... "
" 선배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던지간에. 선배는 정말 위태로워보였거든요 "
나는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 난 고아에요. 어렸을 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랐어요. "
" .... "
" 그 땐 정말 .. 다 싫었어요. 이 세상도 날 불쌍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
이 녀석한테
이렇게 아픈 과거가 있을 줄이야 ..
" 그런데. 제가 열다섯살 되던 해에 우연히 장애인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소풍에 저도 참가하게 되었거든요. "
" ..... "
" 그 때까지만 해도 이 세상을 증오했는데.
장애인들을 만나고. 그리고 그들하고 친해지는 순간. 생각이 달라졌어요! "
" ..... "
"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 나를 향해 웃어보이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선배한테 웃음을 주고 싶었어요. 나처럼 ........ 세상을 용서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
" 선배.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세요.
그러면 패스트푸드점도 영화관도 놀이동산도. 다 ..... 다르게 보이거든요. "
..
나는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띄웠다.
엄마와 함께 놀이동산을 가던 날처럼.
엄마와 함께 멋진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시키던 그 날 처럼 ..
나는 곧 환하게 .. 웃어보였다.
▶ 후기
소설에 있어 제목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정작 제 소설들의 제목은. 으아!
.. 아. 좌절하지 말아야지.
하여튼.
이번 소설 .. 뭔가 의미가 깊어보이지만.
사실 뭐 그렇지도 않습니다.
허허 =_= ..
그래도 나름대로의 심오한 뜻은 담고 있다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여러분. 웃으세요~ 웃으면 복이 옵니다♡ ( 히죽.
저처럼 바보같이 웃으면.
정말 바보가 됩니다 ........................................... 쉣!
2005년작
[오종혁아잉] 최고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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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혁아잉] 집착의 시작도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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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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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를사랑한] 연필을 가지고 다니는 바보
첫댓글 ^ ^ *
수거하셨써여~
▶ 그 웃음은.. 제발 좋은 쪽에 웃음이기를 ..ㅜㅜ웃으세요 ~ 복이 옵니다. 하하하! 코멘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반짝이별님도 읽어주시느라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ㅜㅜ ~ 앞으로도 제 소설 많이 사랑해주세요 ~
잘 쓰셨네요 ㅎ
너무 잘쓰쎳어요> <
▶ 감사합니다^^ .. 처음에 가졌던 마음 잊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소설 쓰는 작가 되겠습니다T.T~
▶ 허접한 소설에 관심 가져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앞으로도 종종 아는 척 해주세요^^ !
후훗 둘은 어떻게 사..사귀었는..(퍽-_-
▶ 헉. 사귄건 아닙니다T.T 그냥 좋은 감정으로 지내고 있던거죠 , 뭐^^.. 코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