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달 [강신애]
까페에서 나오니
끓는 도시였다
긴 햇살 타오르던 능소화는
반쯤 목이 잘렸다
어디서 이글거리는 삼복염천을 넘을까
보름달
요제프 보이스의 레몬빛이다
내 안의 늘어진 필라멘트 일으켜
저 달에 소켓을 꽂으면
파르르 환한 피가 흐르겠지
배터리 교체할 일 없겠지
달님이 이르시기를
차갑게 저장된 빛줄기들을 두르고 붉은 땅
무풍의 슬픔을 견디어라
우주의 얼음 조각들이 예서 녹아 흐를 테니
- 어떤 사람이 물가에 집을 지을까, 문학동네, 2020
* 이천년에 이란에 출장 간일이 있다.
일주일을 테헤란에서 반달아바스까지 칠백킬로를 달렸고
다시 그 길을 돌아왔다.
반달아바스는 남쪽 항구라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이다.
실외온도가 오십도.
바깥을 돌아다녀도 그렇게 더운 줄 몰랐다.
습도가 거의 없어서 그랬다.
요즘 우리나라가 사십도를 향해 가는데 참 덥다.
습도가 높기때문이다.
해마다 온도가 오르고 오르면 이란의 온도만큼 오르지 않을까.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오십도면 닭,오리,돼지 등이 다 죽을 것만 같다.
끓는 도시가 아니라 끓는 우리나라.
상상해보니 끔찍하다.
아무리 더워도 늘 따뜻한 커피를 마시던 나는 오늘 아아를 마셨다.
그만큼 충격적인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