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칼코마니 - 전영미
네가 내가 된다고 해도 끝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나도 그게 뭔지 몰라 나에게 다가간다
디딜 수 없는 빈 곳으로 표시되지 않은 방향으로 나를 내민다 나에게 가까워지려고
도화지에 물감을 발라 반으로 접어 눌러도 찍히지 않는 부분이 있다 옮겨지지 않는 내가 있다
가끔은 나도 모르는 내가 묻어 있을 때도 있다 읽을 수 없는 자국이 선명하다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으로도 말해지지 않는다* 채워지지 않는 것들로 채운다
* 페터 한트케, 『관객 모독』
ㅡ계간 《시인시대》(2023, 가을호) ***************************************************************************************** 세상은 어제 같은 오늘로 열리고, 급변하는 것 같아도 익숙한 모습으로 내일로 향합니다 그제 단식을 이어오던 야당대표가 최장기록을 세우고 병원에서 회복 중이랍니다 매우 다행스러운 소식을 반기면서도 언제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네요 단식의 이유, 단식 중단의 상황, 이를 두고 쏟아내는 정치권의 반응... 모두가 익숙한 데칼코마니 그림을 보는 것 같습니다 추상화는 바로 그런 점에서 화가나 비평가의 창의성에 주목을 하겠지요 물감이 묻지 않은 부분에 눈길이 갑니다 형체를 갖추지 않았음에도 읽히는 자국이 있고 채워지지 않은 뭔가가 보입니다 '이제 부터 새로운 시작'이라는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한가위를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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