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중앙공원)
슬픔의 정서가 담긴 시문을 잘 지어 ‘슬픔의 시인’이라고 불린 정호승 시인의 작품에는 이런 구절을 지닌 시가 있다.
‘너는 꼭 내가 넘어질 때만 떨어져 / 발아래 자꾸 밟히더라 / 내가 꼭 죽고 나면 다시 피어나 / 나를 사랑하더라‘
이 구절은 정호승 시인의 작품 <능소화>의 일부다. 초여름 담장에서 낙화하는 능소화의 모습은 마치 능소화에 담긴 슬픈 전설과 닮아있다.
(김해 수로왕릉)
소화라는 궁녀는 왕의 눈에 들어 빈의 자리에 앉게 되었으나 이후 왕의 방문을 받지 못하였다. 결국 소화는 궁에서 잊혀지고 말았는데, 왕을 기다리며 담장을 서성이다 영양실조로 죽음을 맞이하였다.
담장에 묻혀 매일 왕을 기다리겠다는 소화의 유언처럼 더운 뙤약볕에서도 담장을 내려다보는 꽃이 피었는데, 이 꽃이 능소화다.
초여름의 햇볕이 담겨 있는 능소화는 주홍색으로 담장을 장식해주는 꽃이다. 이런 능소화를 만나볼 수 있는 국내 명소를 알아보자.
아산 외암민속마을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길 9번길 13-2에 위치하고 있는 아산 외암민속마을은 조선후기 중부 지방 향촌의 한옥이 잘 보존된 마을이다.
외암민속마을은 국가민속문화재 제 236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전통 가옥 60여 채가 잘 보존되어 있다.
고택과 총 5.3km의 초가 돌담, 정원이 아름답게 보존되어 있는 외암마을에는 매년 담장을 타고 올라 피어나는 능소화도 구경할 수 있다.
양반이 담장에서 키웠던 꽃이라고도 불리는 능소화는 고택을 배경으로 하는 마을에서 더욱 운치 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외암마을에서는 한복을 대여해서 입을 수 있고, 다도체험, 다양한 마을 체험 프로그램이 있으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부천 중앙공원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소향로 162에 위치한 부천 중앙공원은 매년 초여름마다 SNS에서 화제가 되는 포토스팟이다.
능소화로 이루어진 터널은 국내에 흔하지 않아 많은 SNS 사진작가들이 매년 이곳을 방문하곤 한다.
능소화 덩굴이 올라간 벤치에서는 한여름이 되면서 주황색 꽃비가 흩날리는 광경을 만나볼 수도 있다.
부천 중앙공원에서는 배드민턴장, 배구장, 게이트볼장 등의 체육 시설 뿐만 아니라 야외 음악당, 원형 놀이 마당, 노천 낙차분수 등도 만나볼 수 있다.
풀과 나무, 꽃을 많이 볼 수 있는 동편에 비해 서편은 물을 주제로 조성되어 있어 초여름에 시민들의 생활 공간으로 즐기기에 좋다.
김해 수로왕릉
경상남도 김해시 가락로93번길 26에 위치한 김해 수로왕릉은 금관 가야의 시조 김수로왕의 무덤이다.
높이 5m의 원형봉토분과 숭선전, 안향각, 전사청, 제기고 등의 건물과 신도비와 공적비 등도 있다.
높이가 약 5m 정도 되는 원형 봉토무덤과 18000여 평의 왕릉공원으로 구성된 왕릉 구역에는 신위를 모신 숭성전, 안향각, 전사청, 제기고, 납릉정문, 숭재, 동재, 서재, 신도비각, 홍살문, 숭화문 등의 건물들과 석조 비석들이 놓여 있다.
그러나 김해 수로왕릉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숭신각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능소화 덩굴이다.
햇볕을 담은 색인 능소화는 가야의 문명 속에 피어나 더욱 운치를 돋운다. 초여름에 김해를 방문하게 된다면, 수로왕릉을 방문해 보자.
대구 남평문씨본리세거지
대구 달성군 화원읍 인흥3길 16에 위치하고 있는 남평문씨본리세거지는 목화씨를 가져온 고려 말 충신 문익점의 후손들이 터를 잡고 남평문씨 일족끼리 모여 살았던 곳이다.
흙으로 된 토담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70여 채의 전통 가옥에서 옛 양반 식구들의 생활 상을 엿볼 수 있다.
남평문씨본리세거지는 봄에 피는 홍매화로 유명하지만, 초여름에는 능소화 명소가 된다. 일부에는 땅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능소화 담장이 있어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장소이기도 하니, 올봄에 대구에서 능소화를 만나보고 싶다면 남평문씨본리세거지를 방문해 보자.
아름다운 능소화를 감상하면서 한옥의 아름다움도 느끼고, 초여름을 운치 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