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1위 이명박 …‘섣부른 대세론’이 정적의 공격대상
“자력 1등 어려운 꼴찌도 내부 선두경쟁 치열하면 기회온다”
최근 여러 언론사들이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들의 지지율 조사를 보면 작은 변화가 감지된다.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한나라당 내 후보들인
이명박 서울시장, 박근혜 대표, 손학규 경기지사의 지지율은 약간씩 흔들렸다.
특히 한나라당 내 1위를 달리던 이 시장은 지난 한달 동안
‘황제테니스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르면서 하락세를 보인 반면,
만년 꼴찌 손 지사의 지지율은 미미하게나마 상승했다.
세상사가 다 그렇지만, 정치판에서도 영원한 1등은 없다.
반대로 영원한 꼴찌도 존재하지 않는다.
1등이 꼴찌가 되고, 꼴찌가 1등 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1등은 ‘수성’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꼴찌는 선두권으로 진입하기 위한 기회를 노린다.
이것이 ‘1등의 정치학’이고 ‘꼴찌의 정치학’이다.
◆이명박 시장“천천히 가자” = “쿨 다운(Cool Down)해야 한다.”
청계천 복원으로 지지도가 급상승하던 지난해 말 이명박 서울시장측은
급격한 지지율 상승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한 적이 있다.
대선이 2년 반이나 남은 상황에서 조기대세론이 형성되면
공격의‘타깃’이 되어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말이었다.
이 시장측은 지지난 대선에서 4년 반 동안 1위를 달리던
이회창 전 총재가 마지막 6개월을 남겨놓고 뒤집힌 예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황제 테니스 논란’으로 이 시장측의 우려는 현실화되는 듯한 분위기다.
선거 전략가들은 1등이 가장 주의해야 할 것으로 이슈를 잡지 못한 ‘불안한 대세론’을 지적한다.
1등이라고 하더라도 확고한 대세가 아니면 마지막에 뒷덜미를 잡힌다는 것이다.
정치컨설팅그룹 민(MIN)의 박성민 대표는
“1등을 지키기 위해선 이슈와 대세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서 ‘이슈’는 ‘미래지향성’이다.
김형준 교수(국민대 정치대학원)는
“‘미래에 대한 선택’인 대선에서는 ‘미래지향적인 이슈’를 선점한 사람만이 1등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이슈로 치고 나가는 동안,
이회창 전총재는 상대방의 이슈를 공격하는 선에서 1등 수성을 위한 전략에만 골몰했다.
지난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이명박 후보가 청계천 복원이라는 미래지향적인 이슈를 제기할 때
김민석 후보는 역시 상대후보가 제기한 이슈에 대한 비판에 급급,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선거전략가들은 “대선의 승패는 중도진영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중도층의 견인은 미래지향적 이슈 선점을 통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여론을 결정하는 중도 진영은 안정 보수보다 변화와 개혁을 더 원하기 때문이다.
김형준 교수는 “빗장 수비하는 사람은 1등을 수성할 수 없다.
고 건 전총리나 이명박 시장도 빗장수비를 한다면 결국 뒤집힌다”며 공격적인 수성을 강조했다.
이회창 전총재가 대세론에 안주해 무너진 사례라면,
2002년 대선 때 이인제 후보는 섣부른 차별화론이 화를 부른 경우다.
2002년 여당 대선후보 경선 때 권노갑 전의원을 중심으로 한 김대중 전대통령 측근들은
이인제를 대권 후보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보이면서 1위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여권후보가 1위를 수성하기 위해선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궤도를 타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판에서 꼴찌가 1등 되는 법 = 어부지리(漁父之利)
스포츠에서 앞선 선수들의 실수로 꼴찌가 1등이 될 때의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다.
지난 2월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도 앞서 달리던 선수들이 과열경쟁으로 넘어져
꼴찌가 메달을 딴 경우가 있었다.
선거판에서 꼴찌가 1등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과연 꼴찌는 자력으로 1등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꼴찌의 ‘자력 1등’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느 선거전문가는 선거판에서 꼴찌가 1등 되는 ‘비결’을 이렇게 설명한다.
“3명이 경쟁하는 게임에서 1등과 2등이 균열을 보일 때만 꼴찌가 1등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길이 생긴다.”
한나라당 내 예비 대선후보인 이명박 서울시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경기지사.
이들 3명 중 꼴찌는 손 지사다.
범여권 대선주자인 고 건 전 총리,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김근태 최고위원 중
꼴찌는 김 최고위원이다.
최근 손 지사의 대선후보 선호도가 꿈틀거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28일 TNS에 의뢰,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손 지사의 지지율은
2004년 12월 KSOI의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 이래 처음으로 1%대를 넘어 2.4%를 기록했다.
지지율이 20%대에 육박하는 선두권 후보들에 비해 극히 미미한 지지율이지만 그래도 이 시점에서 움직였다는데 의미를 둘만하다.
손 지사의 지지율 상승은 1등을 달리는 이 시장의 실수(황제 테니스 사건)와 이 시장과
박 대표의 팽팽한 신경전 때문이었다.
손 지사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특별한 관심을 끌었던 게 아니었다.
꼴찌가 1등 되기 위한 선거 전문가들의 다른 충고는 1등이 대세를 잡고 갈 때 꼴찌는
이슈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1~2등의 실수와 균열로 지지율 상승의 기회를 잡았다면
그 다음에는 꼴찌만의 이슈를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박성민 대표는 “선거에서 후발주자는 이슈를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두권 진입이 어렵다”면서 “이슈를 통해 대세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내 꼴찌인 손 지사, 범여권 내 꼴찌인 김 최고위원. 그들에게도 기회는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5·31 지방선거 이후 이 시장과 손 지사가 퇴임하고
박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7월 이후 본격적인 1등게임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은 이미 지방선거 이후 벌어질 치열한 생존게임에 대비한
각 후보진영의 전략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과연 꼴찌들이 1~2등간 경쟁의 균열을 뚫고 이슈를 잡는데 성공할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것이 정치판에서 꼴찌에게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왕순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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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꼴찌에게 박수라는 말이 이러 뜻이었군요. 이러한 기사를 시장님 진영에서는 유념하셔야 할 것 같군요.
급할거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