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돌 [이성미]
돌이 식는다
밤의 숲 속을 헤매다 주운
창틀 위에 올려놓은
돌이 식는다
어두운 방에서 빛나던 돌
가만히 보면 내 눈썹까지 환해지던
그 둥근 빛 아래서
나의 어둠을 용서했고
침묵은 말랑말랑한 공을 굴렸다
들고양이가 베고 잤을까
고양이의 꿈을 비누방울로 떠오르게 하던
돌이 식는다
자줏빛 비가 내리고
벼락의 도끼날이
숲의 나무들을 베어버리는 동안
돌 위에 얹고 있는
내 손이 식는다
반달의
나머지 검은 반쪽이
궁금해졌다
-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문학과지성사, 2005
* 꿈도 사랑도 우정도 식어간다?
돌이 가지고 있는 온기는 내가 유지해주지 않으면 반드시 싸늘하게 식을 게다.
마음의 온기조차 식어간다면 돌뿐만 아니라 꿈도 사랑도 우정도 식어갈 게 자명하다.
포물선을 그리는 나의 인생도 한껏 달까지 갔다가 중력의 힘으로 떨어져 간다.
아! 식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구나!
시간과 비례해서 식어가는 것!
맞아 맞아. 인생의 정오를 지나고 나면 사정없이 내리막길이잖아.
그러니 식을 수 밖에.
그래도 식어가는 내 온기를 돌에게라도 얹고 희미하게 희미하게 식어가자.
마음만은 달빛처럼 온기를 가지고 살아야지!
첫댓글 자꾸 음미하고 싶어지는 시네요.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 날 잡아서 번개팅 한번 해야 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