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江),나의 회심(回心)/
바람도 없는 강이
몹시도 설렌다.
고요의 시간에 마음
의 밑뿌리부터가
흔들려 온다.무상(無常)
도 우리를 울리지만
안온(安穩)도 이렇듯
역겨운 것인가 ?
우리가 사는 게
이미 파문(波紋)이듯이
강은 크고 작은
물살을 짓는다.
5월의 숲에서 솟아난
그 맑은 샘이 여기 이제
연탄 빛 강으로 흐른다.
일월(日月)도 구름도
제 빛을 잃고신록(新綠)
의 숲과 산도 묵화
(墨畵)의 절벽이다.
암거(暗渠)를 빠져 나온
탐욕(貪慾)의 분뇨(糞尿)
들이거품을 물고 둥둥
뜬 물 위에 기름처럼
번뜩이는 음란(淫亂) !
우리의 강이 푸른 바다로
흘러들 그 날은 언제일까?
연민(憐憫)의 꽃 한 송이
수련(睡蓮)으로 떠 있다.
저 산골짜기 이 산골짜기
에다육신(肉身)의 허물
을 벗어 흙 한줌으로
남겨 놓고사자(死者)
들이 여기 흐른다.
그래서 강은 뭇 인간의
갈원(渴願)과 오열(嗚咽)
을 안으로 안고 흐른다.
나도 머지않아 여기를
흘러가며 지금 내옆에
앉아낚시를 드리고 있는
이 막내애의그 아들이나
아니면 그 손주 놈들의
무심한 눈빛과 마주치겠지,
그리고 어느 날 이 자리에
또 다시 내가 찬미(讚美)
만의 모습으로 앉아 있겠지.
내 마음 흐르는 강물처럼,
태고의 신비를 안고
멀고 먼 길을 따라
흐르는 강은 내 마음
의 젖줄이 되어
나(我) 를 적신다.
심산에 맺힌 하얀
눈꽃을 까만 눈망울
굴리며 핥고있는
사슴이여!수정같이
맑은 너희 마음을
나는 닮고 싶구나.
네가 눈밭에 떨어
뜨려놓은 새 하얀
발자국의 꽃잎들을
나도 그렇게 따라
밟고 싶구나.
그러나, 어쩌지,
나는 속세(俗世)의 인간
인 것을,정녕 네앞
에 부끄럽구나!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나는,
속세의 강물을 따라
가야만 한단다.
탐욕과 허영과 질투가
같이 흐르는 강물따라
나는 삶의 헤엄을
쳐야만 한단다.
사랑으로 헤엄을
쳐야만 한단다.
나 는 저 강물
을 닮고 싶다.
말없이 고요한,
침묵의 강을 닮고
싶다.저 푸르디
푸른 강물에,
내마음 시리도록
담그고 싶다.
언제 부터인지도
모르고,언제 까지
인지도 모르며
흐르고 또 흐르는
저 강물을 보라 !
고요와 잔잔함으로,
재잘대는 계곡의 소리
를 말없이 포용하는,
저 강물을 보라 !
따뜻한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포근
하지 않은가 !거칠게
부딪치며 굴러온 돌 들을
사랑의 부드러움으로
어루만져 저토록 매끄럽고
아름답지 않은가?
밤이면 달빛이 뿌려주는
반짝이는 은 빛 가루를,
아름답게 펼쳐 놓는
강물을 보라 !
그곳에는 사랑이
반짝이지 않는가?
구 상 (시인) -
카페 게시글
서정호 목사님방
강(江),나의 회심(回心)
서정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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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31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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