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구요? 어째서 제가 당신의 엄맙니까?"
승강기 안에서 마주친 청년에게 나는 대꾸했다
대뜸 그 남자가 나를 어머니라고 불렀기 때문에
이 도시에서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이 도시에는 젊은 부부도 많다
이런 게 나는 두려울 정도로 신기하게 느껴진다
어머니에 관해 말하는 게 금기였던 시절이 내겐 있었다
아버지가 떠난 엄마를 싫어했으니까
노인과 걸인, 독신자는 어디에나 있다
학습지 선생이 바닥에 내려놓았던 묵직한 갈색 가방을
메고
전단지를 들고
구층에서 내렸다
저 사람을 내가 곤혹스럽게 했던 것이다
학습지 회사에서 고객을 부르는 호칭을 어머니로 통일했
을지도 모르는데
저기요나 아줌마라고 불린 것보다 나을까
어머니와 엄마는 성질이 다른데
나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나 자신도 모르는데
복도가 따뜻하고 조용하다
우유가 네 개 쌓여 있는 문 앞을 지나치다가 멈춰 선다
돌아가신 건 아닐까
깡마른 할머니가 혼자 사셨는데
나는 이 집 초인종 앞에 검지를 든 채 머뭇거린다
작게 두드려본다
" 실례지만, 어른신, 안에 계세요? "
" 어머니, 무슨 일 있으세요? "
어쩌면 엄마는 부르지 말라고 해도 막을 수 있는 구조 신호
울면 터져나왔던 시니피앙
점점 크게 문을 두드린다
" 어머니, 어머니, 문 좀 열어봐주세요! "
[투명한 것과 없는 것], 문학동네,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