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페를 먹으면서
파르페를 먹는 두 노인을 바라봤어
데이트중인 걸까? 희끗희끗한 머리칼이
부러웠어
왜 너의 이름은 료타나 료스케가 아닐까
유리창 밖으로
시간이 달콤하게 낭비되는 거리
그런데 시간은
정말 약이 될 수 있나
스크램블 교차로
어깨와 어깨가 스치네 어깨가
어깨를 자를 수도 있을 것 같아
너는 잘린 사람처럼 어리둥절한 얼굴로 내게 묻지
이런 곳에서 정말 살고 싶으냐고
이런 곳이라는 게 시부야인지 롯폰기인지 무겁고 흐린 구
름 아래인지 도저히 모르겠네
층층이 쌓인 빵과 크림과 딸기
파르페는 어떻게 무너지지 않는 거야?
계속해서
쌓이고 쌓이는 질문과 나날과 날씨와 생각과 몰이해
아 지긋해 아 영원해
모두가 귀엽고 비정해
왜 내 이름은 미유나 미즈키가 아닌 걸까 어디서든
간절하게 살고 싶진 않지만
소파가 폭신폭신해서 너와 몸을 포개고 싶다
약맛도 모르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싶다
료타나 료스케가 아닌 네가 나를 어떻게 무너뜨리겠니
그냥 뭉개버려줘
비싸지만 못 사먹을 정도는 아니고
사치스럽지만 우리 그렇게 낭만 없지 않다
시부야는 파르페에 얼굴을 쳐박고 우는 상상을 하기에 좋아
내가 말하자 너는 한쪽 눈만 슴벅거렸다
[우리를 세상 끝으로], 문학동네,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