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광 받는 옥수수
이곳 미국에는 많은 사람들이 여름이 되면 즐겨 찾는 간식이 있습니다. 그것은 대포알처럼 생긴 커다란 수박과 삶은 옥수수(corn on the cob)입니다. 그런데 수박은 모두 잘 익어서 옛날 한국에서처럼 삼각형으로 오려내서 그 속을 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옥수수도 알곡이 완전히 익기 전에 따서 팔기 때문에 매우 당질이 높고 부드러운데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싸여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신선도가 여간 좋지 않습니다. 더욱이 이것들은 여름철이 되면 아주 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어서 서민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기호품입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이 옥수수를 더 이상 싸게 먹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옥수수를 가지고 대체 에너지를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옥수수를 사료로 쓰는 축산 농가는 비싼 사료 값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축산물 가격을 올리고 있어 우리 같은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농축산물 가격이 상승하면 다른 물가를 자극한다는 뜻에서 에그플레이션(agflation: agriculture + in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높은 유가 때문에 대부분 지방에서는 일반 휘발유에 에탄올(ethanol:알코홀의 일종)을 섞어서 자동차에 주유하고 있는데 그 원료가 옥수수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많은 옥수수를 브라질에서 수입해서 이 에탄올을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 중서부의 그 광활한 평야는 옥수수 밭으로 변하고 있으면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해서 브라질, 독일, 가까이는 일본도 이 대체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 대체에너지 개발 의지가 매우 한심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아마 손쉽게 수입해서 쓰면 되지 않겠느냐는 안이한 생각 때문에 개발을 서두르고 있지 않는 모양인데,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고쳐야 할 국민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 7위의 원유소비국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원유의 전량을 수입해서 쓰고 있으며 휘발유 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 중의 하나입니다. 작년에 우리나라는 원유를 8억9천만 배럴 수입했다는데,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558억 달러나 됩니다. 물론 이를 통해 공기도 많이 오염시켰을 것입니다.
농림부에서 근무하는 한 사무관이 만들어 낸 공식에 의하면 1만 평방미터에서 재배된 유채기름으로 생산된 바이오디젤을 이용할 경우 이산화탄소(CO2)의 감축효과는 1.4톤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옥수수 같은 경작물을 재배하면서 감축되는 이산화탄소는 무려 24.68톤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이 비전을 가지고 있다면 귀기울여 들을 만한 얘기가아닌가 싶습니다.
요즈음 한 대선 예비후보는 한반도에 물길을 만들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물길을 만들면서 땅을 뒤엎는 것보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그대로 두고 농민들에게 옥수수를 심게 하면 공기도 맑아지고, 그 옥수수를 그들로부터 수매하여 거기서 대체에너지를 생산하면 농가수입도 늘고, 원유 수입량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몇 년 전에 한국의 한 농학박사가 북한에 옥수수 경작 방법을 전수하기 위해 애쓰셨는데, 요즘 그분 소식이 뜸합니다. 그 분의 이론으로는 제한된 경작지에 많은 옥수수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는 배고픈 북한동포를 돕기 위해 북한을 여러 번 방문 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의 이론도 경청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국을 방문할 때마다 그리운 것은 옛날에 숨쉬던 그 신선한 공기입니다. 요즈음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며칠 동안 한국을 방문하고 이곳에 오면 이곳의 공기가 얼마나 좋은지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공기도 이렇게 맑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 오랜만에 옥수수 세일을 한다고 해서 몇 개 샀습니다. 그리고 수박도 한 덩이 샀습니다. 이 옥수수를 삶아 먹으면서 녹색으로 변할 고국의 금수강산도 그려보겠습니다.
로버트 김(robertkim04@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