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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흘 째 는 일찍 일어나 출발 준비를 서둘렀다. 태산등정이 있는날이다. 6시 30쯤 아침식사를 했지 싶다. 곡부. 그 어느 곳 보다 중국풍이 느껴지던 곳. 공자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곡부에 들어서자 내가 밟고 있는 땅이 어디인지 드디어 실감되기 시작했다. 육중한, 거대함속에 물 흐르듯 이어지는 여유로움. 이층으로 얹어진 기와하며 담장위에까지 이어지는 용모양의 마무리 장식. 한 가지 모양으로 획일 되지 않은 자유로운 각양의 창틀 모양. 웅장함과 아기자기함을 고루 갖춘 집을 짓고 사는 중국인.. 그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공림에 자리 잡은 수종들은 거대한 향나무와 측백나무여서 사당의 경건한 분위기에 격이 맞는 품위를 자아냈다. 아름드리나무 마다 드러난 세로줄의 나무 결. 작은 원숭이가 나무를 타고 오르다 멈춰 작은 몸을 웅크린 듯, 중간 중간 튀어나와 기형적으로 붙어있는 옹이들이 특이했다. 웅장함의 극치를 이룬 대 성 전. 줄줄이 늘어서 돌기둥에 새겨진 용 문양들.. 천정에..벽화에.. 기둥에 ..돌계단, 여기 저기 황제를 상징하는 수많은 용들이 표효를 잠재운 채 거대한 대륙의 깊음과 너그러움 속에 심겨진 기운처럼 빼곡히도 새져져 있었다. 작은 카메라로는 도저히 그 웅장함을 잡을 길이 없을 것 같아 아무래도 대성전 사진은 달새님 것을 한 장 훔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공자문화원 원장의 환영인사를 받으며, 점심식사. 나이 지긋한 사람 일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나.., 드라마 해신의 송일국을 생각나게 하는 젊고 훤칠한 미남자였다. 그래서 조금은 품격이나 신뢰감이 덜한 듯한 느낌도...^^* 강연을 듣고, 빨간 표지의 한자 이름이 적힌 수료증을 전해 받은 후 전통 복식으로 갈아입고, 멋들어진 기념사진 한 장을. 거대한 석조광장은 얼마나 정갈하고 넓기만 하던지 푸른색의 긴 도포와 모자를 쓰고 넓은 마당을 유유자적 걸으며 잠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본다. 데이지, 좀 우아하게 걸을 수 없냐... 그 뭐... 안에다 청바지 입었으니 건들거릴 수 밖에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터져 나오던 웃음 대장은 정말 왕족처럼 전통복장이 잘 어울렸다. 웃는돌님도. 여자 중에는 단연 팔색조님... 규화보전을 연마한 덕에 점점.. 여성스럽게 변해가던 무림의 고수 동방불패의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임청하를 연상시키셨고, 긴 옷을 주체 못하면서도 일정 내내 별다른 투정 없이 열심히 따라다니며 재잘거리던, 귀여운 우리의 꼬마 모놀 전사들..^^* 여유도 순간...이곳에서도 역시 한가한 머무름은 허락되질 않고, 태산을 향한 대장의 강행군은 만만디에 대항하며, 빨리 빨리 로 이어졌다. 가자 태산으로. 태산이 높다 하되... 싯귀 속의 한 부분 속으로 찾아들어가던 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태산은 땅위에 거대한 뿌리를 드리운 아름드리나무 밑둥처럼.. 길고 거대한 산자락을 드리우고 있었다. 평상기온이 30도가 넘는 여정이었는데, 태산에 오를 때만큼은 긴팔을 걸치고도 서늘했다. 빳빳이 몸은 긴장시키는 약간의 공포감에 단물처럼 침을 꼴깍거리면서,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을 향했다. 마주앉은 재심씨는 눈도 못 뜬 채, 벌 받는 폼으로 거의 부동자세. 까마득히 내리 펼쳐진 위태로운 발밑에 그 누구의 손길도 닿을 수 없어 더욱 고혹적인 빛깔도 선명한 작은 얼굴 반듯이 마주 들고 피어있던 작은 패랭이꽃 몇 송이가 아찔한 무서움을 잠시 잊게 해준다. 결국 정복당하는 산은 하늘아래.. 한 점에 불과한가.... 그래도 태산은... 그 누구도 감히 따라 잡지도, 흉내 내지도 못할 자부심으로 높은음자리표를 뽐내면서, 노래하듯 기분 좋게 펼쳐져있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가 밟고 있는 땅의 기운을 받아 쉼 쉬면서 그 형상을 닮아가게 되더라.. 서서히, 거대한 중국의 실루엣이 바짝 치켜세운 감성의 더듬이에 접안되어 희미하게나마 가늠 되어질 듯한, 고마운 등정이었다. 마감시간에 쫓기어 부리나케 올라갔다가..꽁지에 불붙은 토끼처럼 다시 내려와 잠시 숨 고르며 태산 수박을 나눠 먹은 뒤 하산. 다시 두어 시간 정도 이동하여 제남에 도착해서, 짐을 내리고, 편한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은 뒤 저녁 식사비로 나누어 받은 20원씩을 들고, 천성광장 근처의 음식점을 찾았다. 저녁 한 끼 안 먹어도 그만이지만, 현지인과 어울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준비해간 노란표지의 중국어 회화 책도 챙겨 넣고 나가서, 5원정도하는 죽 두 그릇과, 찐 옥수수, 대 잎에 싸서 찐 찹쌀밥 몇 개를 손짓으로 주문했다. 나눔님과 둘이 먹고도 20원중에 잔돈이 남는다. 그 저녁에, 해도님이 식사 때 마다 단무지를 찾으시던 절실한 심정을 처음으로 공감 했다. 김치는 고사하고라도, 아삭거리며, 새콤 달콤 개운한 단무지라도 몇 조각 먹을 수 있었으면..그랬으면.. 이구동성 간절해지던 날. 백화점을 둘러볼까 했으나.. 입구에서부터 한국과 많이 비교되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보다는 그곳만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서 야시장을 돌며 구경하다가, 다시..생맥주를 마시러갔다. 시장 한쪽 도로변, 중국인들 사이에 끼어 앉아, 허름한 테이블을 대충 치우고, 역시 작은 간이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서 양꼬치를 안주삼아 들이킨 맥주 맛은, 속삭이듯 다가오는 밤거리의 미풍처럼 순하고 시원했다. 길 다란 쇠 꼬치로 생전 처음 두드려 보는 젓가락 장단. 그렇게 하지 말구우~ 구수한 입담에 오리지날 충청도 사투리 정겨운 해도님의 진지한 레슨을 받아가면서. 김철용 가이드님은.. 이게 뭐꼬.. 차라리 얼른 가서 쉬고 싶다는 듯 표정에 피곤함이 역력했는데....... 강행군 속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모놀 가족들의 열기는 밤을 새어도 사그러 들 것 같지 않았다. 태산에선 시간이 바빠 부르지 못한 야래향을 그곳..야시장에서 함께 불렀다. 혹.. 중국인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지는 않았을까.. 부디 그렇지 않았기를.. 그저 어울리기 좋아하는 건강한 끼 넘치는 한국인들을 만났었다고 기억해 주기를... 역시나 아쉬움을 뒤로하고 호텔로 돌아와.. 아주 늦은시간 잠자리에 들었다.
야래향.. 나 그대를 위해 노래합니다. 야래향.. 나 그대를 그리워합니다... |
첫댓글 데이지님의 글을 읽고 있는 순간 저는 마치 봄 처녀의 하얀 속살을 몰래 훔쳐보는 듯 마음이 흔들거립니다. 다음 후기가 벌써 기다려집니다.
나 그대를 위해 노래합니다. 야래향.. 나 그대를 그리워합니다... 중국무협 소설을 한권 읽는 느낌이네 *^^*
우린 (형아님과) 40원 가지고 팔보죽5원,눅두죽 2원50전,대나무 잎사귀에 싼 찰밥세개 4원 50전.아, 그리고 야채만두 3원,반찬 2원...둘이서 18원 가지고 저녁 해결,,그 팔보죽 맛있던데..그 젓가락 장단 치는데 함께 끼여야 했는데..ㅎㅎ나난펑 최이라이칭량~~남풍이 시원하게 불어오고~~데이지님,글 잘 읽었어요..^^역시
그 케이블카타고 가는 태산에 대한 욕심이 가장 유혹이였는데~..ㅎㅎ..녹두죽..찰밥..점심을 먹고 왔는데두..입맛이 도는 것이..ㅎㅎ...야래향........답사날 오시면 꼭 들려주세요~~..ㅎㅎ
캬~~~ 그 맥주 !! 오~~~~~~호오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