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아늑한 사찰, 남양주 흥국사-천년의 여행 38회
흥국사는 신라 원광법사에 의해서 창건되어 천여 년 동안 우리 민족의 삶과 함께해온 절입니다. 조선 중기 선조 임금이 자신의 아버지 덕흥대원군 묘소를 수락산 길지에다가 모시고 아버지 극락왕생을 위해 원당을 짓게 되면서 왕실의 기원 사찰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 후 순조나 철종, 고종 때까지 흥국사는 왕실 사찰의 면모를 갖추면서 지금까지 내려왔습니다.
무여스님과 함께 하는 사찰여행 – 흥국사(경기 남양주)
반갑습니다. 아름다운 사찰여행, 행복한 마음으로 준비하였습니다. 세속오계로 잘 알려진 원광법사가 신라시대에 창건한 사찰,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수락산 흥국사에 다녀왔습니다. 문화재자료 지정된 대웅보전의 추녀마루에는 궁궐 건물에서만 볼 수 있는 잡상이 배열되어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많은 전각들이 있으며, 아름답고 고요한 사찰입니다. 저와 함께 수락산 흥국사를 즐겁게 보시고,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흥국사 사찰정보 주소 :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덕릉로1071번길 58 전화번호 : 031-527-801
[김유식의 펜화로 찾아가는 사찰기행] <15> 남양주 흥국사
수락산 자락 조선화승 흔적 가득한 왕실원찰
멋드러진 영산전 조형미 뛰어나고
약사여래불의 영험도 유명
주지 화암스님 사찰역사와
성보문화재 데이터베이스 주력
여타 사찰에 모범 보여줘
남양주 수락산 흥국사 영산전. 72x 45cm, Pen drawing on Korean paper.
우리나라 사찰은 동일한 명칭을 가진 경우가 많아서인지 이를 구별하는 수단은 대개 일주문에 산의 이름을 앞에 붙이거나 지역명을 붙여 구분을 한다. 우리나라에는 3개의 대표적인 흥국사가 있다. 남양주 흥국사, 고양 흥국사 그리고 여수 흥국사다.
흥국사 탐방을 가기로 친구와 약속하고 흥국사를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해서 무턱대고 도착해보니 고양 흥국사였다.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다시 차를 돌려 시간 약속에 늦은 적이 있다. 수도권 제1순환도로 별내 인터체인지에서 나오면 수락산 자락에 단청이 켜켜이 바랜 아름다운 사찰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처음 찾은 남양주 흥국사는 계절적으로 여름이었는데 절 마당에 호박벌과 나비가 춤을 추는 백일홍 꽃밭에 흥국사라 문양을 만든 주지 스님의 부지런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첫 인상대로 과연 흥국사는 아담한 터에 자리잡은 사찰 이미지였고 입구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영산전의 고색창연한 목조건축의 멋과 나란히 세워진 대웅전의 모습을 보며 순간 숨이 멎었다.
사찰 뒷편의 크고 멋진 아름드리 나무들이 고건축과 어우러져 펜화로 담기에 출중한 조형미가 빼어났다. 보는 순간 펜으로 담을 구도라고 생각했다. 두 건물 모두 똑같이 아름답고 단아하면서도 수려한 공포와 단청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근 겨울에 다시 찾았을 때는 영산전의 단청수리를 마쳐서 더욱 산뜻해 지기는 했지만 펜으로 고찰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베이지 빛의 염색한지를 채택했다.
작품 속의 대웅전은 다른 사찰과 달리 전각의 용마루에 용이 조각되어 있고 궁궐 건축에서 볼 수 있는 잡상들이 사방을 지키고 있다. 경복궁이나 창덕궁을 가본 사람이라면 첫눈에 왕이 머무른 전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아름다운 남양주 흥국사는 불사를 일으킨 지 천년이 넘는 유서 깊은 사찰이라 한다. 역사를 살펴보면 신라 진평왕 때 화랑도의 세속오계를 만든 것으로 널리 알려진 원광법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 화암 주지 스님에게 물으니 조선 왕실의 원찰이었다고 한다.
조선 제14대 임금 선조가 그의 아버지 덕흥대원군의 묘를 흥국사 근처에 세우면서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흥국사를 중수한 후부터 흥국사가 조선 왕실의 사찰로서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화승(畵僧)들이 모여 다양한 그림을 연마하는 장소로도 이름이 높다.
왕실 원찰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걸 확인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조선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직접 쓴 ‘흥국사’라는 대방의 편액과 ‘영산전’의 편액과 주련, ‘만월보전’의 주련 등에도 흔적이 남아 있다니 왕실의 사찰로서 역할이 오래 유지됐음이 확인된다.
주지 화암스님은 코로나로 세상이 고통을 겪고 있는 시기에 ‘약사기도도량’으로서 만월보전에 백색으로 밝게 조성된 석불인 약사여래불을 모시고 매일 세상의 안전과 사람들의 건강을 기원한다고 한다. 또한 전해지는 이야기로 조선왕조를 세운 태조 임금이 병으로 약해지자 공주가 인근 사찰에 약사여래부처님을 조성해 정성기도 후 병이 낫고 그 후로도 많은 이들이 기도로 병을 고쳤다고 한다.
그러던 중 사라진 약사부처님을 다시 찾아 흥국사로 모시게 됐다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주지 스님은 이러한 다양한 사찰의 역사와 성보문화재를 데이타베이스하는데 주력하고 있어 여타 사찰에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펜화 작업의 디테일 보완을 위해 여러 번 찾은 흥국사에서 보다 세세하게 들여다보았는데 영산전 내부에는 용 두 마리가 마주보고 있고 천정에는 두꺼비와 노는 동자상과 화려하게 장엄된 영산회상도가 눈에 띈다. 영산전의 외벽에 그려진 나한도, 반야용선도 등 무수히 많은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대웅전 내부에는 목조 삼존불 좌상의 불꽃문양의 광배가 매우 화려해서 눈에 띄는 점이었고 대웅전 외벽의 벽화는 목판에 벽화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매력이 있었다. 벽화를 그림에 담아보려고 벽화가 잘 보이는 펜화 구도를 택했다.
대웅전 우측의 계단을 따라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시왕전을 지나 보이는 약사불을 모신 만월보전은 육각형 모양의 전각이 이채롭다. 이 절은 독성각에 나반존자를 모시고 단하각에 산신을 모시는 특이한 곳이다. 단하각을 지나 사찰의 오른쪽 뒷편 언덕에 조성된 석탑이 있는 공간은 맑은 공기를 마시며 번뇌를 털어버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흥국사 목어. 24x33cm, Pen drawingon paper.
돌계단을 다시 내려가면 왼편에 새로 지은 나한전에 보물들을 보관하고 있다는데 잠겨 있어 안을 볼 수는 없었고 편액 글씨가 바래버린 소박한 범종각 안에는 목어와 범종도 있고 운판도 있다. 목어가 의외로 매력적인 모습이어서 펜화로 담아 보았다. 다른 사찰에서는 목어 밑에 범종을 달아놓은 곳은 본적이 없어서 특이하다 싶어 눈을 멈추게 했다.
대웅전 왼쪽 뒷산 언덕에는 부처님을 비롯한 많은 석상들이 모셔져 있는걸 처음에는 모를 정도로 숨겨진 장소가 있다. 수행 정진하시는 스님들의 비밀 공간 같은 느낌이어서 매우 흥미로운데 여기서 바라보는 전각의 처마선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겨울이 오면 눈 덮인 수락산의 풍광 속에 묻힌 흥국사를 다시 찾아 기도를 드리고 싶다. usikim@naver.com
[불교신문 3730호/2022년8월23일자]
김유식 / 펜화가 usikim@naver.com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