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는 돌아가신 길광웅 선생님과의 인연을 쓴 시입니다. 길 선생님은 한국성서신우회를 이끌면서 한일 청년교류에 무척 애를 쓰신 분입니다. 이렇게 기억해주는 청년이 있어 참 감사한 마음이 들어 소개합니다. 지은이 소개는 아래에 덧붙여 놓았습니다.
“처음뵙겠습니다”
후루카와 아야(古川 彩)
한국인 길 선생이라는 분과 알고 지내던 엄마는
도쿄의 아사쿠사를 안내했다고 한다.
곧 출산이 다가온 엄마에게
아기가 태어나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가만히 웃으며 말씀하셨다.
길 선생은 그 아기를 만나지 못했고
20년이 흘렀다.
스무 살이 되어
나는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처음으로 길 선생의 이름을 알았다.
참가 프로그램에서 엄마가 길 선생의 이름을 보셨던 거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엄마와 내 이름을 말했더니,
길 선생은 두 손을 벌려 웃음을 띠고 달려오셨다.
“처음 뵙겠습니다."
예의를 차려 말하는 나에게,
"오랜만이네요.“
하며 두 손을 잡았다.
작년에는 길 선생이 일본에 오셨다.
이번엔 내가 아사쿠사 안내를 했다.
길 선생과 아사쿠사를 걷는 게 벌써 두 번째인 셈이다.
그런데 그건 길 선생과 나란히 걷는 마지막이 되었다.
스무 해밖에 살지 않은 나는
20년 만에 다시 만난 기쁨을 알지 못했다.
20년 전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사람을 눈앞에서 보는 느낌은 뭘까.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처음 뵙겠습니다'가
'오랜만이네요'로 돌아왔을 때
사람 사는 세상이 이런 건가를
잠깐 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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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카와 아야는 1997년생, 25세의 청년으로 후루카와 교코 씨의 장녀입니다. 독립학원을 졸업하고 南山대학 인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독립학원의 경험을 쓴 시들로 일본 농민문학상을 2021년 받았는데, 그 시들을 읽은 동북대 교수 한 분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며 시집 ’大地靑春‘을 발간하였습니다. 대학졸업 후 호텔매니저로 일하다가 지금은 교토에서 일본어교사로 재직중입니다.
첫댓글 아주 의미있는 시집을 발간했군요..
한일 우화회에서 꼭 필요한 청년임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