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그림은 네덜란드 화가 에그베르트 반 헴스케르크 2세(Egbert van Heemskerck II, 1634~1704)의 원화(原畫)를 각판(刻板)한 잉글랜드 판화가 윌리엄 헨리 톰스(탐스; William Henry Toms, 1700~1765)의 1730년작 판화 〈풍자화: 정치적 무지(A Satire: Political Ignorance)〉이다.
그림의 배경은 시골 이발관이고,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동물대가리를 가진 남자나 여자이다.
코끼리대가리남자는 고양이대가리를 가진 노녀(老女; 늙은 여자)의 피를 뽑는 사혈치료(瀉血治療)를 핑계로 왼손을 노녀의 왼쪽가슴에 갖다댄다. 원숭이대가리를 가진 소년은 노녀의 왼팔에서 사출되는 피를 받아 담는 대접을 양손으로 받들었다. 노녀의 오른쪽뒤편에는 앞치마를 착용한 멧돼지대가리남자가 종(鐘)목걸이를 걸친 당나귀대가리남자에게 《그럽 스트리트 저널(Grub Street Journal)》이라는 신문을 읽어준다.
기다란 깃털들로 장식된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착용한 유인원대가리를 가진 이발사의 가위질에 수염을 내맡긴 고양이대가리남자는 목제술통에 두 발까지 올리고 쪼그려 앉아 양손으로 면도용 접시를 받들었다. 고양이대가리남자의 뒤에는 원숭이대가리남자가 순서를 기다린다. 양다리의 목제의족들로 걸으며 목발 하나를 짚은 남자는 이발소 출입문을 나선다.
왼쪽벽면상단의 목제까치발에 매달린 현판의 올빼미 그림 밑에는 “면도비와 사혈치료비 단돈 1페니(Shave & Bleed for A Peny)”라는 글귀가 적혔다. 천장에는 아귀를 닮은 괴어(怪魚), 나방을 잡아먹느라 아가리를 벌린 기괴한 뱀장어, 유인원이나 털북숭이개구리처럼 보이는 괴생명체가 박제되어 매달렸다. 출입문의 왼쪽벽면에는 가발 세 개가 걸렸고, 그것들 사이의 벽면에 부착된 목제 사각형 서판에는 계산용 표식 같은 것들이 분필로 적혔다.
이발사 뒤쪽의 탁자 위에는 뽑힌 치아들과 이발도구들이 놓였고, 이발소의 바닥에는 깃털모자 하나가 놓였다. 그림의 하단에는 얼추 다음과 같이 해석될 수 있을 설명문 같은 것이 첨부되었다.
“우리가 바라보는 이발소는/ 괴물들, 뉴스들, 궁핍으로 치장되었네./ 면도하거나 면도받는 자, 사혈치료를 하거나 받는 자, 신문을 읽어주는 자도 있네./ 휘그당에든 토리당에든 환호하는 이발사는/ 당신의 가발을 빗으며 거짓말을 늘어놓다가/ 당신의 양우리(羊畜舍)에 슬그머니 손을 집어넣고 비열하게 웃으며/ 치질치료비 청구서를 당신에게 들이미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낱말 “정치(政治)”의 개념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고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서,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시키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고 풀린다(설명된다; 정의된다). 같은 사전에 등재된 낱말 “풍자(諷刺)”의 개념은 “남의 결점을 다른 것에 빗대어 비웃으면서 폭로하고 공격함”을 뜻하며 “문학작품 따위에서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빗대어 비웃으면서 씀”을 뜻한다고 풀린다.
“정치”라는 용어는 1451년에 완성된 《고려사(高麗史)》 세가(世家) 권제26(卷第二十六)에 기록된 “고려 제24대 왕 원종 7년(元宗 七年; 1266년) 11월 고려로 파견된 몽골사신(蒙古使臣)의 조서”에도 쓰였고, 《고려사》 지(志) 권제28(卷第二十八) 선거 2(選擧 二)에 인용된 “공양왕(恭讓王) 원년(1389년) 12월 대사헌(大司憲) 조준(趙浚) 등의 상소(上䟽)”에도 쓰였다니까 한반도에서는 늦어도 13세기부터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추정될 만하다.
“풍자”라는 용어는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352책; 탈초본 18책)의 숙종 19년(1693년) 5월 20일자 일기에 공식적으로 처음 쓰인 듯이 보이지만,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이 감안되면, 조선초기부터 “풍(風), 풍(諷), 자(刺)”라는 세 글자 중에 어느 하나만 쓰여도 똑같이 “풍자”를 뜻한다고 이해되어 읽힌 듯이 보인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요즘에 적어도 한국에서 자행되는 “정치”는 막무가내 갑질과 마구잡이 행패를 일삼는 후안무치하고 야비하며 탐욕스러운 양아치들의 개싸움이나 야바위보다 더 흉괴망측(凶怪罔測)해서 풍자되기는커녕 갱생과 재활마저 불가능할 듯이 보일 지경이다.
☞ 한국 정치경제, 자아정치, 심리정치, 마음정치, 창자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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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그림들은 네덜란드 정치만평화가·엽서화가·책표지화가 알베르트 피터 한(Albert Pieter Hahn, 1877~1918)의 1912년작 정치풍자화 〈서있는 여인의 알몸을 무화과나뭇잎들로 가리는 두 고관(高官; 정치인; 정치꾼)(Twee heren bedekken een staande naakte vrouw met vijgebladeren; Two gentlemen cover a standing naked woman with fig-leaves)〉(왼쪽)과 〈여물간 앞에 늘어서서 여물을 씹어먹는 고위층 인간들(Rij heren bij een voederbak; Row of gentlemen at a manger)〉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