已而广(이이엄)
장혼(張混:1759~1828)
중인 출신의 학자요, 위항 시인이다.
본관은 결성. 자는 원일(元一), 호는 이이엄(而已广)· 공공자(空空子).
인왕산 옥류동 골짜기에 대대로 살았는데, 그 집의 이름을 따서 호가 되었다.
특히 교정을 잘 본다고 하여 궁중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그에게 교정을 부탁하였다.
문집으로 『이이엄집』 14권이 전한다.
홀로 머물 때는 거문고를 타며 옛 책을 펼쳐보고
獨居則撫破琴閱古書 독거즉무파금열고서
드러눕거나 쳐다보아도 말 거는 사람도 없을 뿐이고
而偃仰乎其問而已 이언앙호기문이이
마음 내키면 울타리 밖 산길을 걸어 다니면 그뿐이다
意到則出步山樊而已 의도즉출보산번이이
손님이 오면 술상을 차리고 시를 읊으면 그만이고
賓至則命酒焉諷詩焉而已 빈지즉명주언풍시언이이
흥이 오르면 휘파람을 불고 노래를 부르면 그뿐이다
興劇則嘯也歌也而已 흥극즉소야가야이이
배가 고프면 나의 밥을 먹으면 그만이고
飢則飯吾飯而已 기즉반오반이이
목마르면 나의 우물에 물을 마시면 그뿐이다
渴則飮吾井而已 갈즉음오정이이
춥거나 덥거나 하면 내 옷을 입으면 그만이고
隨寒暑而衣吾衣而已 수한서이의오의이이
해가 저물면 내 집에서 쉬면 그뿐이다
日入則息吾廬而已 일입즉식오려이이
비 내리는 아침, 눈 내리는 한 낮
其雨朝雪晝 기우조설주
저녁 풍경 새벽달
夕景曉月 석경효월
그윽한 집의 신비로운 운치
幽居神趣 유거신취
바깥세상 사람들에게 설명하기도 어렵고
難可爲外人道也 난가위외인도야
말을 해준다 해도 이해하기도 어렵네
道之而人亦不解焉耳 도지이인역불해언이
하루가 스스로 즐거우니
日以自樂 일이자락
이 여유로운 삶을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餘以遺子孫 여이유자손
평생에 뜻하는 바이다
則平生志願 즉평생지원
이와 같이 살다가 죽으면 그뿐이다
如斯則畢而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