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이여서 그런지 그 너른 갈대밭에 아무도 없다
여행지도를 받아들고 찾아온 무안의 생태공원은 불도자와 포크레인만
요란 떨뿐 물없는 갈대숲은 약간 상한 여자의 머리처럼 헝크러져있어
바짝마른 몸들이 인기척에도 깜짝한다
불쑥 생각이 성냥 개피 하나면은 어지러운 질서는 담박 해결될듯 싶어
호주머니에서 돌려되는 라이터에 은근히 손이 간다
혹여 남들도 잠깐이라도 나 같은 생각에 빠질까봐
걱정반에 쉬한번 갈겨되고 수산 시장을 찾았다
초입부터 비릿함이 속옷마저도 던저버린듯 바다는 속살을 까댄다
생각한거보다 시장 규모가 크고 다양한 어패류와 먹거리가 풍부하다
아침도 거르고 서너시간 남짓 달려와서 배속의 허기짐이 꼬르륵 할만도 한대
2시를 넘은 오후는 고픈 기척도 안낸다
길 떠나면서 시작되는 땅콩과 말린 오징어를 씹어대는 어금니 안쪽으로
몰리는 단물맛에 여행은 달지게 달다
주전부리도 여행에서 빼노을수 없는 큰기쁨을 주는 핵심원인 셈이다
호남은 가도가도 양 옆으로 차와 같이 내빼는 논밭의 행렬이 장관이다
가끔씩 스처가는 야트막한 산의 울굿불굿한 정취가
과거로 가는 길목에 잠시 풍경이 되여주어 길 떠난이의 마음을 가볍게 터치한다
목포는 항구다
언뜻 바다가 에나멜드 빛으로 화장을하고 달려오다가
선창에서 부셔지는 하얀 포말이 맑알같게 민낮으로 되돌아 가는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 하고있다
부두와 거의 맞닿은 유서깊은 목포수산시장은 생각한것 보다는 크지 않았고
가게들도 조막조막해도 홍어삮는 냄새는 대궐만 하다
얼마전 포항에서 먹어본 물회의 기막힌 맛에 그 기억만 부여잡고
시장을 누벼 봤지만 회파는 집이라곤 두서너곳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물회 파는곳은 한군데 뿐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소주한잔에 맛을 띄워지만 포항맛은 저 만치에도 없다
아마도 목포는 홍어가 삮여질때쯤 이여야 취객으로 휘정되지 않을까싶다
시골어귀 굴뚝에서나는 구수한 밥짓는 연기에 저절로 발길 머물다 가는 곳처럼
목포의 홍어는 못배기성싶은 묘한 끌림이 있는곳이다
도심안에 있어 발길이 쉬 드나들수 있는 유달산을 찾아간다
콧대보다는 높고 목청보다는 낮은 구불구불한 길 끄트머리에
산은 산이로되 큰동산만해서 유달산이 금방 온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른다
서울 도심에 있는 남산같이 쉬 찾아들기좋아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오르내리는것처럼
노래로만 접해보고 말로만 들어본 유달산의 전경은 소담할정도로
간소하고 아담했다
그리멀지 않은곳에 해남이 있어 땅끝에 서보고 싶어 해남으로 간다
해는 서산으로 약간 기운 상태다
왼쪽를 끼고 가는길은 코끝에 바다가 머물다가고
반대편에는 허리춤을 잡을만한 보리들이 어깨를 스치듯 출렁된다
물이 저만치 물러난 틈에 잠시내려 굴을 따먹는다
바닷바람과 같이먹는 맛은 바람에 희석 되였는지 짠맛도 별로 없다
가는길목에 볼거리로써는 해양자연사박물관이다
모든것들이 박제 되여 있다
천장엔 오육미터나 하는 고래가 아가리를 벌리고 밑으로 내려올까봐
겁이 버럭 나기도 한다
그보다 더큰 공룡도 지상에서 뼈대만 서있지만 두려움은 고래만 못하다
억만년을 훌쩍넘긴 삼옆층의 화석들이 줄지어있어
바다로 가면 화들짝 잠에서 깨어날듯싶어 몆개 던저 주고 싶다
처음보는 희기한 고기들도 팔뚝만하게 돌을 벼개 삼았다
우리조상의 시조가 바다의 시작인 어패류에서 생겨났다고 해도 과장이 아닌듯하다
억만년의세월에 견주어보면 우리들은 순간보다도 짧은 찰라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이치를 안 사람은 행복할것 같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방정식만 풀다가
파도에 한대 얻어터지고 나서야 제대로 된길로 휩쓸릴지도 모른다
사방이 바다로만 둘러처진것이 땅끝은 땅끝인가보다
땅끝 전망대를 올라본다
누군가가 날씨좋은 날에는 제주도가 보인다는데
그날 날씨는 꽤 화창했는데도 삼다도는 보이지 않았다
작년에는 가는곳 마다 5일장으로 넘처나서 눈과입이 호사스러웠는데
오늘은 진도 5일장하나만 삐쭉 얼굴를 내미니 바삐서둘러 진도 대교를 넘어섰다
도착해 보니 아차"싶은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분주한 손놀림들이 떠나 버린지금 낭랑한 아낙네의 생선파는 소리만
귀전에 맴돌다 날아간다 시장서 제몫을 다한 휴지조각들도 끄덕대다가 바람을 탄다
수산시장 보다는 좌판이라고 불러야 될성싶은 아주작은 구석때기 시장에
규모와 다르게 착한 가격은 식성에 욕정을 불지른다
팔뚝보다도 더굵은놈이 만원이란다 제철이고 공급이 넘처서 작년에 반값인 숭어다
물속에서는 작아보이는데 건져내보니 주먹만한 머리와
조금보태면 우산살 만한 길이와 드럼채두께의 낙지2마리가 만이천원
회 떠주는 곳보다 두서너배는 커보이는 떠준회를 소주와 곁드리는 식당2층집에는
상추,깻잎,마늘과 쌈장 초고추장에 침이 절로 고이는 곳이다
듬뿍싸먹어도 소주만 축날뿐 반절은 잠자리에서 한잔 더 하고픔에 싼들고왔다
내여자도 그렇고 먹는것에는 입이 짧은 편이다
내일은 바로 앞까지 장이서는 날이기에 차를 공터에 주차해 노으란다
장서는쪽 반대편방향 깊숙한곳으로 방을 달라고 했다
모텔 여주인장이 같은 윗지방 사람들이라고 반갑다고 말을 한참 걸어온다
먹다남은 회도 있고해서 소주한잔 하자고 하니 술냄새도 못맞는다고 한다
말 몆마디에 단돈 삼만원으로 일반용에서 특실용 키로 바꿔준다.
집나오면 잠자리가 제일 걱정인데 이참에 내일까지 해서 육만원을 건네다
대문짝만한 컴퓨터는 실제 사람만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튕겨나와
한방을 같이 쓰고 있는 느낌이다
침대가 네모가 아니고 육각형이다
떨어질 염려 붙들어 매놨으니 맘껏 놀아보란 심산 같다
스파가 여러 군데에서 뿜어저 나오는 욕실은 오지게도 넓다 .방만하다
센물줄에 전신을 두들겨 맞으니 낮동안에 경직된것들이 확풀어저 버린다
뭐시기도 거시기도 부픈 국수처럼 시말이가 없다
걸침이 없는 가난한 몸안으로 술을 차곡차곡 쌓는다
곁부치가 가끔씩 깨끗해진 손으로 안주를 입에 넣어주곤한다
은근히 장난기가 발동한다 . 손가락까지 안주련이 하고 깊숙히 물었더니
어찌나 잽싸게 빠저나가는지 미꾸라지 같다
이상하게도 타지방에 오면 세상 돌아감이
박깥밤은 아쉽게도 빨리 가고 아침은 빨리오는 불리한 구조임을 깨닫게 된다
분주한 발자국소리와 차소리, 바삐 서두르는 구루마삐걱소리들이
일치감치 새벽을 등처맷다
장이서는 날은 없는물건이 없을정도로 다양한 것들로 틈을 메꾸지만
그래도 생선종류가 알짜배기 자리를 가장많이 차지하고있다
먼 지방을 돌아볼때는 빠트리면 손해보는 두가지 물건이 있다
작은 냄비와 물을 끊일수있는 부르스타다
장서는곳에는 무조건 차를 세워야 한다
무엇을 꼭 사서가 아니라 그지방의 문화와 인심을 읽어내는데는
더할나위없는 장소이기때문이다
또한 밑에 지방이라서 그런지 생물이 많아서 낚지같은건 그자리가
술자리가 되고 만다
큰문어나 오징어와 조개같은것들은 길옆이라도 아름들이 나무만 있으면
길 옆에 차를 세우고 돚자리깔고 불을 지펴 냄비뚜껑이 들썩일때쯤
초고추장에 막걸리 한사발이면 생각이 좋아지면서
만사가 형통되는 것이 장땡을 열번잡은 기분이다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워 딸기두상자와 조기 스무마리를 얼음에재어 트렁크에 담았다
차가 하도 유명해서 TV에서도 몆번 방영된 보온 차밭으로 간다
제철이 아니였는지 위 아래 주차장이 시큼하다
주차비를 지불했는데도 입장료를 또 받는다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공짜로 차잎을 따가는것도 아니고 전시장도 없지만 인공으로 지어진
볼거리도 하나 없다
야트막한 산위에 터를 만들어 밑을 내려볼수 있게끔
녹차밭을 뱀꽈리마냥 틀어만 놨다
단지 좋은것은 입구쪽에 하늘 끝을 찌른 평백나무가 양옆으로 줄지어
향기를 뿜어대는데 세포들이 분기탱천하여 몸을 점령해가는 느낌많이좋다
오히려 그것이 값이라면 덜 속이 아플텐데
어떤데는 작은 산골 마을이라도 차발통에 도로비를 징수 하는데도있다
요즈음은 어딜 가든 돈을 지불안고서는 목적지를 돌려야한다
두어걸음이면 벌교인지라 시장기도 있고해서 꼬막 한식집을 찿았다
여러곳을 둘러보고서 사람 많은곳으로 발등을 발피며 들어갔다
그곳 인심의 척도는 식탁에 언혀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됐다
상다리 부러저라고 나오는 반찬이 족히 이십가지는 넘고
꼬막회무침 ,꼬막전, 꼬막국, 꼬막비빔밥, 까먹으라고 삶음 꼬막 한접시
다른건 손도 못대보고 꼬막만 먹다가 배가 산으로 가는지 뒤집힐것같아
아까움을 접고 삶은 꼬막만 달랑 가지고 나왔다
순천만으로 가기전에 낙안읍성을 보고가자고 누군가가 꼬신다
옛날 풍습들을 한테 모아 노은 곳인데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한석봉도 있고 천연염색에 고운 물감들이 아름답게 물들어가고
옛날 결혼풍습도 재연해 볼수도있다 떡매를 처서 콩가루입힌 인절미를 맛볼수도 있다
넓은 뜰앞에 장구도 치고 명창들이 창을 간드러지게 부르면
구경꾼들중에는 어깨춤을 더덩실 추어대곤한다
어딜가도 이 냄새에는 비켜갈수가 없다 .번데기의 고소한맛을 달고 순천만을 향한다
갈대밭 그늘밑에서 뛰어노는 망둥어를 잡으러간다
나무로 이어 만든 순천만의 갯벌길
물이 빠진 뻘에는 있으라는 망둥어는 없고
바람도 없는 길위에서 뙤약볕만 내리맞고 있다
그래도 낸것이 아까워서 길끝까지 가서 사진 몆방 찍은것이
실리에대한 보상이였을까
그저 양옆으로 말라비틀어진 갈대만 보고있노라면 물때만 기다리고 있는 긴목같다
떠나오기전 누군가가알려준 해안가마을 관동리에 들렸다
마을을 지나 산하나 넘으니 바다가 하얗게 부서져
뉘엿뉘엿한 석양에 빨같게 뭉처지곤한다
가슴이 시린정도로 뻥뚤린 망망대해 "좋다"란 말외엔 할말이 없다
차를 몰아 해안선 바위가 가로막아선곳까지 200미터를 달려갔다
좀더 가까이에서 보는 석양은 나만이 가질수 있고
지금은 오로지 태양과 나만이 존재하는 세상에 우뚝선 느낌이다
바다에서는 태양보다 큰 나를 보게된다
바다뒤로는 숲들이 까맣게 몰려들고 있다
석양이 잠기기전에 빠저나가야 안심이기에 바삐 차를 돌리는데
바퀴가 모래에 빠저 나올 생각을 안한다
후진으로 몆번을 시도해보았지만 웅덩이만 커질뿐 빠저나올 기색은 전혀 없다
물은 점점 밀려 오는데 은근히 겁이나기 시작한다
한가지 방법뿐이다 .후진은 안되닌까 물에 차바퀴가 조금 잠기더라도
전진으로유턴해서 빠져나가는 길뿐이다
만약 물에 젖은 모래가 바퀴의 힘을 건뎌내지 못하면
차를 버리고 뛰는수 박에 없다
한번시도에 성공해야한다는 절박감에
온신경을 발끝에 집중했다
지상같으면 꺽이는 지점에서는 힘을 빼는 경우인데
지금은 정반대의 첫 시험대에 올랐다
비로소 알게된 물과 모래의 비밀, 물을 머금어야 조금은 모래가굳어진다는점이
역발상의 전환점 같기도하다
그날밤은 죽었다 살아났다 .두번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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