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2013년 2월 2일
산행지=부산광역시 금정산(801m)
산행코스=온천동~남문~산성고개~원효봉~북문~금샘~범어사(6시간)
토요일 저녁 어느산에 갈까하고 통밥을 굴리다가 케이제이산악회에 들어가 보아도 코스가 별로이고.
갑자기 99클럽의 정대장님 생각이 나서 시즈꾸님을 통해 물어 보았더니 산들락산악회의 부산 금정산
산행에 가신다고 하여 따라 붙기로 하고 신청을 하였다.
개인적으로 금정산은 다섯차례 정도 오른 기억이 있는 산이다. 그 중 세 번은 무명리지 등반이었고...
예전에 상계봉을 통한 종주도 하였었고. 하지만 오랜만에 금정산을 다시 가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을 하였다.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고 있는데 늦게 홈플에서 승차하시는 분들이 "어! 자리가 없네" 하는통에 갑자기
불안해 진다. 미안하기도 하구... 하지만 좀 있다 보니 다행히 서계시는 분은 없다. 정리가 된 모양이다.
현풍휴게소에서 들러 아침을 먹으려고 가는데 누군가 뒤에서 당겨서 돌아보니 이순자총무님 내외분과
천사님 내외분이 반갑게 웃고 계신다. 사천의 대방산을 가신다고 한다. ㅎㅎ
부산은 내가 태어나고 중학교 1년 다닐 때까지 자란곳이다. 문현동 적기 방면 바닷가에 자리한 곳이라
이른 아침이면 작은 고깃배들이 새벽에 잡아온 담치(열합). 멍게, 미더덕 그리고 각종 조개류등이 풍성하여
밥상에 해산물이 떨어지지 않은적이 없었다...
오늘 산행지인 이곳 금강원 일대는 초등학교 때 소풍을 자주 왔던 곳이라 감회가 깊다...
저 위의 산들은 아직 겨울이 한창이지만 이곳은 벌써 봄기운이 완연하다. 나무들도 푸른 잎을 간직하고 있는데다
길 가 가장자리엔 파릇파릇한 각종 풀들이 보이는게 지난주 심설 산행지였던 덕유산 지봉능선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석굴암 표석.

양쪽에 바위기둥이 자리한 석문을 지난다. 언넘이 낙서를 해 놓은게 보인다. 꼭! 저런곳에다 흔적을 남기는 드런넘들이 있거던...

아주 따스한 기운이 배어나는 계곡을 통하여 능선을 향한다. 그런데 워낙에 길이 사통팔달로 뚫린데다 공사로 길을
마구 돌려놓아 잠깐 사이에 남문쪽으로 가기도 한다. 게다가 오늘 산악회에 나눠 준 지도의 글씨가 워낙에 작아
돋보기를 써고 눈에 힘을 줘도 판독이 불가능이다. 이런 눈깔을 홖 빼서 키웠으면 좋겠다...ㅠ ㅠ

그럭저럭 금정산이 한 눈에 바라다 보이는 능선에 올라 잠시 쉼을 한다.

동래쪽도 바라 보고...

무슨 짐승의 형상 같나요? 맞춰 보세요~

암릉이 아름다운 상계봉 일원도 건너다 보이고...

성모 마리아의 형상을 닮은 바위도 렌즈에 담아 본다.

참 기이하게 생긴 바위이다...

술꾼이 방앗간을 지나칠 수는 없는법! 산성고개에서 산성막걸리로 갈증을 달랜다. 파전까지 곁들여서...
이런 우리들을 모른체 앞서간 정대장님은 "대체 뭐한다꼬 늦느냐고" 덕택에 하봉재님의 스마트 폰은 불이 나고... ㅋㅋ

저 억새밭에 숨은 분들은 식사중인 모양이다. 아마도...

바위와 억새가 묘한 조화를 이룬 주능선길은 금정산의 특징이다.
그런데 길이 넘~ 질어서 가기가 지랄 같기만유... -_-;

장군의 투구를 닮은 바위.

주능선.

바위 틈새에 자리한 소나무의 생명력을 본 받고 싶다. 그렇다고 벼럭방에 뭐 칠할 때 까지 오래 살고픈 생각은 아니고...

갖가지 형상을 한 바위 군락을 지나서 하봉재님과 시즈꾸님 세 사람은 금샘쪽으로 하산을 할려고 한다.
시간도 넉넉치 않은데다 온갖 철 구조물로 도배가 된 정상은 가고싶지 않아서이다....
산마다 철계단이나 철 난간으로 자연미가 사라져 가는 산을 보니 안타깝기만 하다.
대체 자연을 대하는 마음들이 왜 저런지.... 제발 있는 그대로 놓아두면 왜 안되는지 말이다...

바위는 언제나 좋다. 손에 전해져 오는 까칠한 느낌이 좋다.
햇볓을 받아 적당히 데워진 바위를 만지면 뭐랄까 아주 기분이 묘하다. 사랑하는 여인의 고운 살결을 만지는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 때문에 암벽등반을 즐기는 지도 모른다. 물론 두렵고 힘든 등반후에 느끼는 성취감도 최고이다.

하늘엔 구름들이 두텁게 쌓여가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만 가고....

주능선 곁에 자리한 암릉군들.

금정산을 대표하는 무명리지. 저기 뜀바위가 끝내준다. 예전에 저기를 등반할 때 모 여성분이 못 뛰고
망설이는 통에 윽박지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다 한 참만에 겨우 건너 뛴 기억이 난다. ㅎㅎ

무명리지는 세 번 등반을 해 보았다. 등반을 끝낸후에 구포역 근처의 선술집에서 맛 본 곰장어꾸이가 끝내 주기도...

그나저나 제길헐! 신발은 밑에서 아우성이다. "왜 이런데를 왔냐구요!" 하며 불평 투성이다.
바지가랑이도 흙 투성이고. 앞으로 본격적인 해빙기가 시작되면 이런일이 다반사일텐데...

금샘 안내판, 예전에는 금샘을 찾기가 쉽지가 않았었는데 요즘은 안내판이 잘 되어있다.

근 10여년만에 찾은 금샘. 살얼음이 살짝 얼어있는게 보인다.

사람의 눈을 닮은 바위 웅덩이에 물이 고여있다.

금샘에서 바로 내려오니 대형 너덜지대가 나오고 그 밑에 범어사가 자리잡고 있다.

그나마 하산길은 질척이지 않아서 좋고 게다가 아주 호젓하여 더욱 좋다.

죽은 나무가지에 붙은 버섯도 촬영해 보구...
갈증나는 목구멍을 달래려 부지런히 주차장으로 향한다...

온갖 인공 구조물로 도배되어 가는 산들을 보며 요즘의 우리 주위의 산들과 산행문화를 생각해 본다.
아직 가 보진 못하였지만 사진으로 보는 일본이나 미국의 산들은 인공적인 구조물이 전혀 없다.
우리나라의 산보다 훨씬 더 험하고 높은데도 말이다.
그런 모습에서 자연을 생각하며 대하는 그네들의 마음을 엿볼수가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을 돈벌이의 대상 또는 개발의 대상으로 생각을 하니 안타깝다. 왜 우리나라에는 미국의 "죤 뮤어"
같은 사람들이 나오지 않는가 말이다.
산행 문화역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 가는게 자주 보인다. 요즘들어 자주 접하는 백두대간 종주나
정맥 종주산행도 그렇다. 원래 예전에 안내산악회에서 산행을 하다 더 이상 갈곳이 마땅치 않으니까
회원들의 지속적인 확보차원에서 시작된게 구간별 종주산행이다.
바쁜 일상의 틈에서 한방에 백두대간을 간다는 것은 무리일게다. 그래서 시작된게 구간별 종주산행이다.
요즘은 산꾼들 끼리 이야기를 하다 보면 누구는 대간을 왕복종주를 했느니. 누군 1대간 9정맥을 완주를
했느니 하며 서로 자기들의 화려한 경력들을 자랑하기 바쁘다.
물론 나로서는 그런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그런 화려한 산행의 무용담에 끼어들 생각도, 실력도 전혀 없다.
대간종주나 정맥종주에 대해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다. 산꾼들로서 자기의 경력과 또 산행 능력을 배가
시키는데 그만한건 없다고 본다.
문제는 왜 이게 산꾼들끼리 박사니 석사니 하며 계급을 정하며 그걸로 산행 실력의 척도로 여기는데 있다.
나는 묻고싶다 그 분들에게. 당신들은 대간길을 가며 진정으로 산을 대해본 적이 있냐고 말이다.
차에서 내리자 말자 마구 경쟁하듯이 앞서가며 산을 무슨 경쟁의 장으로 만들지 않았느냐고요?
등산의 진정한 의미는 그런 외적인면에 있지않다. 산에서의 진정한 자유와 자연을 대하는
진정한 마음. 산에 올라서서 느끼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말이다.
산길을 가며 풀잎 하나 나뭇잎 하나에 맺힌 이슬 한방울이라도 진정한 마음으로 바라본 적이 있냐고 말이다.
저 유럽 알프스의 산록에서 나고 자랐으며 시대를 앞서간 등반가인 에밀 쟈벨은 그 당시에도 성행한
국가간이나 단체간의 그 지저분한 경쟁적인 등반의 형태를 아주 통렬하게 비판을 하였었다.
점점 황폐해져 가는 우리의 산하를 바라보며, 점점 삭막해져 가는 우리들의 산행문화를 생각하며....
"등산은 아무런 심판도 관중도 보상도 없는 무상의 세계이다" -리오넬 떼레이-
첫댓글 김대장님과시즈꾸님과함께해서 즐거운 산행이었읍니다 산행기 잘보고 공감하는 점 이 많네요 항상 건강하게 잘지내십시요
갑자기 정대장님께 부탁하여 동참한 산행이었지만 참 좋았던 산행이었습니다.
금샘도 오랜만에 보고... 정대장님도 언제나 건강하시구 구정 잘~ 보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