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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동문선 제 4 권을 살펴보면, 조선조의 이름난 학자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은 김치에 관한 시를 남겼습니다.
◈ <채마밭을 돌아보며(巡菜圃有作)>
君不見早韭晩菘周顒興-그대는 못 보았는가. 올부추 늦배추의 주옹의 흥과
菰菜蓴絲張翰樂-줄포와 순채의 장한의 낙을
又不見文仝太守饞筍脯-또 못 보았는가. 문동 태수가 죽순과 창포를 즐겨 먹고,
易簡學士愛虀汗-이간 학사가 부추즙을 좋아한 것을.
人生適口是眞味-인생이 입에 맞으면 그게 진미지,
咬菜亦自能當肉 -채소를 씹어도 고기만 못하지 않다네.
我園中有數畝餘-내 집 동산에 몇 이랑 빈 터가 있어
年年滿意種佳蔬-해마다 넉넉히 채소를 심는다네.
蕪菁蘿蔔與萵莒-배추랑 무랑 더불어상추랑,
靑芹白芋仍紫蘇-미나리랑 토란이랑 자소랑,
薑蒜蔥蓼五味全-생강 마늘 파 여뀌 오미 양념을 갖추어,
細燖爲羹沈爲葅-데쳐선 국끓이고 담가선 김치 만드네.
我生本是藜藿腸-나의 식성은 본디 채식을 즐겨하여,
嗜之如密復如糖-꿀처럼 사탕처럼 달게 먹으니,
畢竟我與何曾同一飽-필경 내나 하증이나 다 같이 배부른데,
不須食前方丈羅膏梁-식전방장 고량진미를 벌일 필요가 없다네.
속동문선 제3권을 살펴보면 조선시대의 학자 유순(柳洵 1441∼1517)은 산갓김치를 매우 좋아하여 시를 남겼습니다
◈ 갓김치에 대한 시를 지어 이수에게 보냄(山芥沈菜寄耳叟)
天生此微物-하늘이 이 작은 것을 내렸는데,
賦性獨異常-타고난 성질이 홀로 이상하여.
厭彼原與隰-저 벌판과 진흙을 싫어하고,
托根高山岡-높은 산 언덕에 뿌리 박는다네.
春榮陋凡草-봄에 나오는 보통 풀을 시시하게 여겨,
雪裏乃抽芒-눈 속에서야 싹이 돋네.
細莖不盈寸-가는 줄기 한 치도 못 되어서,
尋討何茫茫-어디 있는지 찾기도 어렵다네.
時有山中僧-이따금 산속의 스님들이,
採掇如捕亡-도망자 잡듯 뜯어서.
賣向人間去-사람들에게 내다 파는 것을,
䨀歸雜稻梁-곡식과 함께 사오누나.
生啖味何辣-생으로 씹으니 어찌 매운지,
妙法傳山房-산에서 전하는 묘법에 따라.
湯燖淹作葅-끊는 물에 데쳐 김치를 만드니,
俄頃發奇香-금시 기특한 향내를 내는구나.
一嘗已攅眉-한 번 맛보니 눈썹이 찡그러지고,
再嚼淚盈眶-두 번 씹으니 눈물이 글썽하네.
旣辛復能甘-맵고도 달콤한 그 맛은,
俯視桂與薑-계피와 생강을 깔보는듯 하네.
山膏及海腥-산짐승과 물고기의 맛,
百味不敢當-갖은 진미와 겨룰 수 없네.
我性好奇僻-내 식성이 괴벽한 것을 즐겨,
每遇喜欲狂-보면 매양 미칠 듯 좋아진다네.
慈母知其然 -어머니가 그런 줄 알고,
殷勤寄一筐-은근히 한 광주리 보냈 주셨네.
跪受感中情-꿇어앉아 그 정에 감격하며,
春暉報何方-봄에 빛나는 은혜를 어이 갚을까.
此心要君知-이 마음 그대에게 알리고 싶고,
此味難獨嘗-이 맛 혼자 맛보기 어려워,
收藏一小榼 -작은 함에 담아서,
往充君子堂-군자의 집에 보내니,
願且醊其汁-바라건대 국물을 마시면서,
共保歲寒芳-함께 겨울의 향기를 보전하세.
중국 송나라의 이름난 학자 황정견(黃庭堅)의 시에 국 솥에 삶아 맛을 낸다는 시가 있습니다. 제목은 <형님의 시 장로사하의 운에 따라 지음(次韻伯氏長蘆寺下)>입니다. 그 원문과 번역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 <형님의 시 장로사하의 운에 따라 지음(次韻伯氏長蘆寺下)>
風從落帆休(풍종락범휴) -부는 바람 따라 돛을 내리고 쉬는데,
天與大江平(천여대강평) -하늘과 더불어 큰 강 모두 평온하네.
僧房晝亦靜(승방주역정) -승방은 대 낮에도 역시 고요하고,
鐘磬寒逾淸(종경한유청) -종소리 경쇠소리 차가워서 더욱 맑네.
淹留屬暇日(엄류속가일) -며칠 휴가날을 오래도록 머물면서,
植仗數連薨(식장수연훙) -지팡이 짚으며 기왓장을 헤아리네.
頗與幽子逢(파여유자봉) -가끔씩 은자와 만나,
煮茗當酒傾(자명당주경) -명차를 다려 술 대신 기울인다네.
攜手霜木末(휴수상목말) -서리 맞은 나뭇가지 손에 잡고서,
朱欄見潮生(주란견조생) -붉은 난간에 기대어 조수 이는 것을 보는데,
檣移永正縣(장이영정현) -돛단배는 영정현으로 옮아가고,
鳥度建康城(조도건강성) -새들은 건강성을 날아가네.
薪者得樹鷄(신자득수계) -나무꾼은 기른 닭은 잡아다가,
羹盂味南烹(갱우미남팽) -국 솥에 삶아 맛을 내는데,
香秔炊白玉(향갱취백옥) -멥쌀로 흰 밤을 지어서,
飽飯愧閑行(포반괴한행) -배불리 먹고 한가히 산보하기 부끄럽네.
▶ 수계(樹鷄)의 樹는 기른다는 뜻. 관자(管子)의 글에 "평생의 계획은 사람 기르는것보다 더한것이없다(平生之計, 莫如樹人)" 하였음.
叢祠思歸樂(총사사귀락) -황폐한 사당에는 귀거래의 노래
吟弄夕陽明(음롱석양명) -노래하며 읊으니 석양이 밝아지네.
思歸誠獨樂(사귀성독락) -정성스런 귀거래의 노래 홀로 즐기나니.
薇蕨漸春榮(미궐점춘영) -고비와 고사리도 점점 무성해지네.
전국시대 초(楚)나라 사람이었던 경차(景差-생몰년 미상)가 지은 <소리높여 넋을 부른다(大招)>는 시에 음식과 맛에 대한 대목이 있습니다. 그 시의 원문과 번역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대초(大招)-소리 높여 넋을 부르는 노래
靑春受謝(청춘수사) 겨울을 이어받은 새 싹의 푸른 봄
白日昭只(백일소지) 따스한 햇빛이 눈부시게 비추이네.
春氣奮發(춘기분발) 봄기운에 힘차게 걷어차고 일어나
萬物遽只(만물거지) 만물이 다투어 싹터 오르네.
冥淩浹行(명릉협항) 갇혔던 얼음 풀리어 사방으로 흘러가는데
魂無逃只(혼무도지) 혼이여 달아나 떠돌지 마소서.
魂魄歸徠(혼백귀래) 봄기운 따라 넋이여 돌아오시라
無遠遙只(무원요지) 멀리 가는 일이란 부디 없었으면 합니다.
魂乎歸徠(혼호귀래) 혼이여, 어서 돌아 오시라
無東無西(무동무서) 동쪽에도 가지 말고 서쪽에도 가지 마오
無南無北只(무남무배지) 남에도 가지 말고 북에가 가지 마오.
東有大海(동유대해) 동쪽에는 망망한 바다가 있어
溺水浟浟只(닉수유유지) 무서운 큰 물이 넘쳐흐르네.
螭龍並流(리룡병류) 이무기와 용이 나란히 흘러
上下悠悠只(상하유유지) 아래 위로 유유히 흐르네.
霧雨淫淫(무우음음) 안개비는 그칠 줄 모르는데
白皓膠只(백호교지) 물이 얼어서 하얗게 서려있도다
魂乎無東(혼호무동) 혼이여, 동쪽으로 가지 마오.
湯谷寂廖只(탕곡적료지) 탕곡에는 사면이 적막 도하다
魂乎無南(혼호무남) 혼이여, 남쪽으로 가지마시라
南有炎火千里(남유염화천리) 남쪽에는 이글대는 불길이 천리
蝮蛇蜒只(복사연지) 기다란 살무사가 구불렁거리고
山林險隘(산림험애) 산에 숲 우거지고 ,길도 험난하여라
虎豹蜿只(호표완지) 호랑이와 표범이 어슬렁거리고
鰅鰅短狐(옹옹단호) 얼룩진 옹룡과 물 속에는 물여우
王虺騫只(왕훼건지) 구렁이는 대가리 번쩍 치켜드는구나.
魂乎無南(혼호무남) 혼이여, 남쪽으로 가지 마시라
꞉傷躬只(역상궁지) 물여우가 그대 몸을 삼키고 말리라
魂乎無西(혼호무서) 혼이여, 서쪽으로 가지 마시라
西方流沙(서방류사) 서쪽에는 끝없는 사막뿐이도다
漭洋洋只(망양양지) 너무나 넓어서 끝이 없고
豕首縱目(시수종목) 돼지 머리에 새로로 박힌 눈
被髮鬤只(피발양지) 머리는 갈가리 산발을 하고
長爪踞牙(장조거아) 기다란 손톱에 톱날같은 어금니로다
誒笑狂只(희소광지) 미친 듯이 선웃음 짓는다네.
魂乎無西(혼호무서) 혼이여, 서쪽으로는 가지 마시라
多害傷只(다해상지) 사람을 해치는것들이 득실거리네.
魂乎無北(혼호무배) 혼이여, 북으로도 가지 마시라
北有寒山(배유한산) 북에는 얼음산 한산이 있고
逴龍赩只(탁룡혁지) 싯뻘건 민둥산 탁룡산이 있도다.
代水不可涉(대수부가섭) 큰 강물 대수가 있어 건널 수 없으니
深不可測只(심부가측지) 너무나 깊어서 잴 수도 없도다.
天白顥顥(천백호호) 하늘도 눈 빛에 하얗게 번쩍이니
寒凝凝只(한응응지) 지독한 추위에 살이 얼어 붙는도다
魂乎無往(혼호무왕) 혼이여, 부디 가지 마시라
盈北極只(영배극지) 북쪽 끝까지 차가운 기운 가득하도다.
魂魄歸徠(혼백귀래) 혼이여, 고국으로 돌아만 오신다면
閒以靜只(한이정지) 마음은 고요히 편안히 즐기시리라
自恣荊楚(자자형초) 형초의 고국에서 마음대로
安以定只(안이정지) 언제고 안심하고 살 수 있으리라
逞志究欲(령지구욕) 유쾌한 기분으로 마름대로 하며
心意安只(심의안지) 마음은 끝내 편안하리라
窮身永樂(궁신영낙) 몸을 마치도록 영원히 즐기며
年壽延只(년수연지) 수명도 한없이 보전하리라
魂乎歸徠(혼호귀래) 혼이여, 돌아 오시라
樂不可言只(낙부가언지) 그 즐거움 말로 표현 못하지라
五穀六仞(오곡륙인) 오곡은 높이 쌓여 산더미 같고
設菰粱只(설고량지) 구수한 교미법을 베풀어 놓았도다.
鼎臑盈望(정노영망) 가마솥에 부글부글 끊는 국을 보니
和致芳只(화치방지) 갖은 양념 어울려 향기가 가득하다
內鶬鴿鵠(내창합곡) 살찐 왜가리, 집비둘기, 그리고 고니
味豺羹只(미시갱지) 승냥이 고기를 넣어 국 맛이 있도다.
魂乎歸徠(혼호귀래) 혼이여, 돌아 오시라
恣所嘗只(자소상지) 입에 맞은 대로 싫도록 맛보시라
鮮蠵甘雞(선휴감계) 생생한 큰 거북에 살찐 닭고기
和楚酪只(화초낙지) 젖장을 한데 섞어 칼칼한 맛을 내고
醢豚苦狗(해돈고구) 새끼돼지 육장에 개 쓸개 한데 넣어
膾苴蒪只(회저박지) 양하를 날로 썰어 향긋한 맛을 낸다.
吳酸蒿蔞(오산호루) 오나라 솜씨인 달콤한 물쑥국
不沾薄只(부첨박지) 알맞은 국물맛이 감미롭구나.
魂兮歸徠(혼혜귀래) 혼이여, 돌아 오시라
恣所擇只(자소택지) 마음대로 가려서 드리옵소서.
炙鴰烝鳧(자괄증부) 고라니는 구어내고 물오리는 김 올리고
煔鶉敶只(점순진지) 삶은 메추라기, 골고를 갖춰놓고
煎鰿藿雀(전적곽작) 지져낸 붕어에 끊인 꾀꼬리
遽爽存只(거상존지) 상쾌한 온갖 맛이 다 갖춰있도다
魂乎歸徠(혼호귀래) 혼이여, 돌아 오시라
麗以先只(려이선지) 아름다운 이 음식을 먼저 드십시오.
四酎幷孰(사주병숙) 네 번 빚은 술을 익혀 걸르니
不澀嗌只(부삽익지) 목에 매끄러이 잘도 넘어간다.
淸馨凍飮(청형동음) 맑은 향기 얼음 채운 전국술을
不歠役只(부철역지) 일군은 취함을 들키지 않는도다
吳醴白糱(오례백얼) 오나라 단술에 쌀 누룩을 섞어
和楚瀝只(화초력지) 초나라 청주를 만들어 놓았도다.
魂乎歸徠(혼호귀래) 혼이여, 돌아오시라
不遽惕只(부거척지) 마시고 즐거워 시름이 모두 풀리시리라
代秦鄭衛(대진정위) 대, 진, 정, 위 네 나라에서 만들어진
鳴竽張只(명우장지) 한 소리 생황이 울려 퍼진다.
伏戱駕辯(복희가변) 복희씨가 지어낸 가변의 곡조
楚勞商只(초노상지) 초나라에서 만들어진 노상의 노래
謳和揚阿(구화양아) 한가락 양아를 부르는데
趙簫倡只(조소창지) 조나라 퉁소 불어 선창하는구나.
魂乎歸徠(혼호귀래) 혼이여, 돌아오시라
定空桑只(정공상지) 공상 비파소리를 함께 들어보자고요
二八接舞(이팔접무) 두줄로 늘어선 열여섯 가희들
投詩賦只(투시부지) 시와 부와 아악을 서로 맞추는구나.
叩鍾調磬(고종조경) 쇠북을 두드리고 경쇠를 고루며
娛人亂只(오인난지) 사람의 마음을 흥겹게 하는구나.
四上競氣(사상경기) 네 나라 노래를 숨막힐 듯이 합주하니
極聲變只(극성변지) 지극한 그 소리, 끝없이 꺾는 가락
魂乎歸徠(혼호귀래) 혼이여, 돌아오시라
聽歌譔只(청가선지) 갖가지 좋은 노래 들어보시라
朱脣皓齒(주순호치) 빨간 입술에 흰 치아
嫭以姱只(호이과지) 정말 아름다운 어여쁜 미녀로다
比德好閒(비덕호한) 슬기와 득을 갖춰 안존한 모습
習以都只(습이도지) 예절이 몸에 벤 고상한 자태로다
豐肉微骨(풍육미골) 가냘픈 뼈에 기름진 흰 살결
調以娛只(조이오지) 화평스러운 그 마음 즐겁도다.
魂乎歸徠(혼호귀래) 혼이여, 돌아오시라
安以舒只(안이서지) 편안히 시름을 풀어보시라
嫮目宜笑(호목의소) 생긋 우슨 아름다운 눈맵시
娥眉曼只(아미만지) 길고도 가느다란 누에나방 예쁜 눈썹이로다.
容則秀雅(용칙수아) 절도있는 태도 남달리 빼어나고
稚朱顔只(치주안지) 빨갛게 꽃피는 아름다운 얼굴이로다.
魂乎歸徠(혼호귀래) 혼이여, 돌아오시라
靜以安只(정이안지) 고요히 하고 편안히 하리로다.
姱脩滂浩(과수방호) 날씬한 몸매에 너그러운 모습
麗以佳只(여이가지) 착한 마음씨에 모두가 아름답도다.
曾頰倚耳(증협의이) 토실토실 오목볼록 두툼한 두 귓불
曲眉規只(곡미규지) 초생달 같은 눈썹 더없이 어여뻐라
滂心綽態(방심작태) 크고도 넓은 마음에 평안한 모습
姣麗施只(교려시지) 온갖 아름다움 다 갖추었도다.
小腰秀頸(소요수경) 가느다란 허리에 빼어난 기 목들미
若鮮卑只(야선비지) 곤룡포 띠를 매어 잘쑥이 빼낸 모습이로다.
魂乎歸徠(혼호귀래) 혼이여, 돌아오시라
思怨移只(사원이지) 언짢은 생각이라 씻은 듯이 사라지리라
易中利心(역중리심) 즐겁고 화평스런 마음
以動作只(이동작지) 겉으로도 환한 빛이 넘치는도다
粉白黛黑(분백대흑) 분 단장한 흰 얼굴에 까만 살쩍
施芳澤只(시방택지) 꽃다운 향기 뿌리고
長袂拂面(장몌불면) 긴 소매 휘달리며 춤추는 모습
善留客只(선류객지) 손님들 발길을 절로 멎게 하는구나.
魂乎歸徠(혼호귀래) 혼이여, 돌아오시라
以娛昔只(이오석지) 이 밤을 즐겨봅시다
靑色直眉(청색직미) 뽀얀 얼굴에 파란 곧은 눈썹
美目媔只(미목면지) 눈매가 아주 예쁜 미인도 있도다.
靨輔奇牙(엽보기아) 귀여운 보조개, 하얀 이를 드러내고
宜笑嘕只(의소언지) 방긋 웃는 모습, 너무나도 예쁘도다.
豐肉微骨(풍육미골) 가냘픈 뼈에 포동포동한 살결
體便娟只(체변연지) 생김생김 모두가 귀엽기도 하여라.
魂乎歸徠(혼호귀래) 혼이여, 돌아오시라
恣所便只(자소변지) 그대 마음대로 쉬어 보시라
夏屋廣大(하옥광대) 덩그렇게 높은 집, 크고도 넚은데
沙堂秀只(사당수지) 단사로 불게 입혀 유독히도 빼어나다
南房小壇(남방소단) 남에 자리잡은 조용한 별당
觀絶霤只(관절류지) 누각은 너무 높아 빗방울이 안 보인다.
曲屋步壛(곡옥보염) 아득히 이어진 긴 섬돌 아래
宜擾畜只(의요축지) 짐승을 기르기에 알맞은 곳이라
騰駕步遊(등가보유) 때로는 말 달리고 거닐기도 하며
獵春囿只(렵춘유지) 봄이면 동산에서 사냥도 한답니다.
瓊轂錯衡(경곡착형) 옥으로 꾸민 바퀴 금으로 만든 멍에
英華假只(영화가지) 모두가 번쩍이며 눈부시게 빛난다.
茝蘭桂樹(채난계수) 꽃다운 향초와 계수나무 쓸어질 듯
鬱彌路只(울미노지) 길에 가득 우거져 향기를 뿌리는구나.
魂乎歸徠(혼호귀래) 혼이여, 돌아오시라
恣志慮只(자지려지) 그대 뜻대로 놀아 보시라
孔雀盈園(공작영원) 동산에 가득 공작새 놀고
畜鸞皇只(축난황지) 난새와 봉황새도 그 속에서 즐기도다.
鵾鴻群晨(곤홍군신) 아침이면 고니와 기러기 울고
雜鶖鶬只(잡추창지) 두루미도 한목 끼어 울음을 우는구나.
鴻鵠代遊(홍곡대유) 기러기 고니는 번갈아 놀며
曼鷫鷞只(만숙상지) 숙상새도 훌쩍 날며 한없이 즐기도다.
魂乎歸徠(혼호귀래) 혼이여, 돌아오시라
鳳皇翔只(봉황상지) 봉황새가 날아옵니다.
曼澤怡面(만택이면) 돌아만 오신다면 기꺼운 낯빛
血氣盛只(혈기성지) 혈기가 다시 왕성해 지리다
永宜厥身(영의궐신) 길이 그대 몸이 좋아져서
保壽命只(보수명지) 무한한 수명을 보전하리라
室家盈廷(실가영정) 조정엔 일가들 가득 모여서
爵祿盛只(작녹성지) 부귀영화 누리며 번성하리로다.
魂乎歸徠(혼호귀래) 혼이여, 돌아오시라
居室定只(거실정지) 집안이 탄탄하게 자리 잡히리라
接徑千里(접경천리) 초나라 땅, 머나먼 천리 길
出若雲只(출야운지) 백성들이 구름처럼 모여든다.
三圭重侯(삼규중후) 삼규와 자작 그리고 남작의 대관들
聽類神只(청류신지) 선악을 가리는데 귀신같이 밝도다.
察篤夭隱(찰독요은) 병들어 죽는 이, 숨어사는 어진 사람들
孤寡存只(고과존지) 불쌍한 어린아이와 노인들을 거둔다.
魂兮歸徠(혼혜귀래) 혼이여, 돌아오시라
正始昆只(정시곤지) 충신의 처음 뜻을 끝까지 이루리라
田邑千畛(전읍천진) 초나라 들판과 고을들, 땅도 크고 길도 넓어
人阜昌只(인부창지) 백성들 배가 불러 기쁘고도 즐겁도다.
美冒衆流(미모중류) 사람마다 선정의 그늘 아래
德澤章只(덕택장지) 세상에 그 은덕이 날빛같이 빛나는구나.
先威後文(선위후문) 위엄으로 다스린 뒤 교화를 일삼으니
善美明只(선미명지) 모두가 선함과 아름다움 속에 산답니다.
魂乎歸徠(혼호귀래) 혼이여, 돌아 오시라
賞罰當只(상벌당지) 상과 벌이 공정하고 어김이 없도다
名聲若日(명성야일) 드높은 그 이름, 날빛처럼 밝아
照四海只(조사해지) 세상을 훤히 고루 비추어준다
德譽配天(덕예배천) 아름다운 그 덕은 하늘과 같아
萬民理只(만민리지) 만민이 저절로 다스려진다.
北至幽陵(배지유능) 북으로 유능까지 소문나고
南交阯只(남교지지) 남으로는 교지까지 소문나고
西薄羊腸(서박양장) 서로는 양장까지 소문나고
東窮海只(동궁해지) 동으로는 바다 끝까지 소문났도다.
魂乎歸徠(혼호귀래) 혼이여, 돌아오시라
尙賢士只(상현사지) 어진 선비 높여주고 이끌어준다
發政獻行(발정헌항) 법령을 널리 펴, 어진 이 쓰게 하고
禁苛暴只(금가포지) 잔인하고 약한 이는 잘라버리며
擧傑壓陛(거걸압폐) 아둔하고 무능한 이를 꾸짖어 내치고
誅譏罷只(주기파지) 속이는 이는 베어 내친다.
直贏在位(직영재위) 곧은 이를 그 자리에 앉혀서
近禹麾只(근우휘지) 우임금이 통치하던 그러한 세상이라
豪傑執政(호걸집정) 호걸들이 모여서 나랏일 보니
流澤施只(류택시지) 그 언덕을 온 세상에 고루 입히신다.
魂乎徠歸(혼호래귀) 혼이여, 돌아오시라
國家爲只(국가위지) 나라가 다스려져 태평하도다.
雄雄赫赫(웅웅혁혁) 당당한 위세에 혁혁한 용기
天德明只(천덕명지) 하늘같은 높은 덕이 갈수록 빛나도다.
三公穆穆(삼공목목) 아름답고 훌륭한 삼공의 모습들
登降堂只(등강당지) 나랏일로 정당을 오르고 내리도다.
諸侯畢極(제후필극) 제후들은 빠짐없이 조회를 오고
立九卿只(립구경지) 질서도 바르게 구경을 세웠도다.
昭質旣設(소질기설) 과녁 그릴 곳을 마련하고
大侯張只(대후장지) 거기에다가 큰 과녁을 세워두었다
執弓挾矢(집궁협시) 활을 잡고 살을 끼워 서로 손을 들어
揖辭讓只(읍사양지) 예의도 바르게 차례를 사양하는구나.
魂乎徠歸(혼호래귀) 혼이여, 돌아오시라
尙三王只(상삼왕지) 옛 밝은 살황을 법삼는 세상이로다.
▶ 경차(景差) - 혹 이름자 差를 瑳(깨끝할 차)로도 쓴다. 전국시대 초나라 사람으로 생몰년 미상. 사기 굴원열전에 경차는 屈原의 후배로 宋玉과 더불어 당륵(唐勒)과 함께 같은 시대사람이라 하였다. 초사에 대초(大招)가 있는데, 후한시대에 최초로 楚辭를 완전히 정리하여 <초사장구주본(楚辭章句注本)>을 완성한 왕일(王逸)이 이르기를 `굴원의 작품이기는 하나 혹 경차의 所作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의문을 능히 밝혀낼수가 없다` 고 하였다. 후세 학자들은 이 작품을 굴원의 작품 招魂을 모방하여 秦· 漢시대의 사람이 가탁하여 쓴것이라고 하여오고 있다. 詩句의 끝자마다 只로 끝나는 특이형식의 시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