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DROP/칠예(漆藝)
이정은 개인전
Untitled_Ottchil, metal_각10x10cm내외_2021
전시작가 : 이 정 은
전시일정 : 2021.09.28-10.03
관람시간 : Open 12:00 ~ Close 18:00 (화~일요일)
전시장소 : 사이아트 도큐먼트
서울 종로구 안국동 63-1
T. 02-3141-8842
www.cyartspace.org
Untitled_Ottchil, metal, mix media_27x25cm_2021
Untitled_Ottchil, wood, mother-of-pearl_11x15x2cm_2021
만들어낸 것들 혹은 일상 속에서 감각하는 것들에 대하여
이정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수공예적’이라고 지칭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고 감각적인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업들은 작품의 크기가 크지 않다. 그러나 작가는 이처럼 크지 않은 작품들 하나하나에 세밀한 감각이 돋보이는 내용을 담아 전시장을 채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그의 작업들에 대해 특별히 ‘수공예적’이라는 수식어를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는 그의 작업이 실용성이 커 보인다거나 일상 용품처럼 다뤄지거나 판매 될 수 있을 것과 같다는 데 있지 않다. 이와 달리 이정은 작가의 작업은 일견 평면 회화로 보이기에 단순히 일반적 방식으로 색칠하고 그려낸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대부분 손으로 만들어낸 작업, 즉 ‘handmade’라는 영어 표현이 더 와 닿을 것 같은 섬세한 수공예적 공정이 관찰되고 있다는 점과 작업의 시작을 일상성으로부터 찾아내고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이정은 작가의 작업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면 알 수 있는데 그것은 먼저 전통 공예에서 많이 다루는 ‘옻칠’을 기반으로 하고 그 위에 금속 등 다양한 혼합재료를 혼성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회화를 전통 공예 기법의 연장선에서 다루는 작가의 작업 방식에서 잘 드러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전통 공예의 재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 때문이라기 보다 작가가 전통적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현대 미술에서 흔히 사용하는 회화 재료, 예를 들면 유화나 아크릴 물감과 같은 재료에서 느껴지는 공업적이고 직접적인 느낌과 달리 전통 재료, 그리고 이와 같은 전통적 재료의 기법적 특징에서 나타나는 여러 수공예적 작업과정에서의 생길 수 있는 우연적이고 깊이 있는 느낌들을 자신의 작업의 중요한 표현 요소로 사용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가 전통적 표현만을 고수하기보다는 다양한 기법과 혼용하고 있고 그의 작업에는 다양한 현대적 감각의 내용들도 교차되어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이와 같은 전통적 재료와 기법에 관심을 갖고 작업해 온 것은 단지 전통적 방식이 현대적 방식보다 우위에 있다거나 더 효율적인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방식의 작업이 인간의 감각에 더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즉 기계적 공정에서 느낄 수 없는 감각, 반드시 손으로 만들어야 느껴질 수 있는 것들을 작가는 작업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느낌들은 가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창작하는 이의 몸으로부터 시작하고 그것을 감상하는 이의 몸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작가가 생각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정은 작가의 작업은 그의 몸으로 느끼고 감각해 왔던 삶의 영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부터 시작하는 것 같지 않다. 관념적이고 피상적인 영역이 아니라 그가 매일 감각하는 일상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 일상을 그저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의식주와 기타 생활하는 일상의 일부분을 가져와서 그 곳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확대하거나 그의 작업 속에 숨겨 넣음으로써 일상에서 감각하게 되는 지점의 다양한 변주의 가능성을 관객들이 함께 공유하고 함께 상상해 보도록 만들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일상을 단순히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흔히 간과해 버릴 수 있는 일상 속의 짙은 느낌들에 대해 탐닉해 보고 음미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자신의 작업 가운데 담아 보고자 한 것이다. 일상은 부지불식간에 지나치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나의 일상임에도 나로부터 멀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정은 작가는 그 일상의 느낌들을 이제 눈에 그리고 몸에 담아 볼 것을 권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나의 삶이고 내가 감각하는 것들임을 직접 느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이승훈 (미술비평)
ABOUT
Jeongeun LEE studied various mediums such as natural lacquer varnishing,
metalsmithing, textile, and ceramics at Sookmyung Women's University in South
Korea. She then continued her studies at Sookmyung Women's University,
focusing on Ottchil varnishing.
Her fascination and determination on Ottchil work pushed her to leave her native
Korea, she moved to Japan and obtained her MA and PHD on Ottchil work at
Tokyo Univerisity of Arts.
Now she moved back to Korea where she continues to produce her work. The
majority of her uses Ottchil as medium. Ottchil uses sap extracted from Ott tree,
and can be mixed with mother-of-pearl, hemp and metal etc.
In Korea, lacquerware has been used since many years before B. C., and various
techniques on this tradition exist.
Jeongeun LEE's work is modern with a particular individuality, neverthless she
masters the traditional technique.
Her main interest is on objects. She recombines and transforms millions of
everyday objects to make her work imagery.
The objects used in her work transcend their original purposes or usages, and are
given new meanings.
She uses her personal ideas and her object-images sets, which can seem even
petty to some, and materialise them into objects and ornaments.
이 정 은 Lee Jeongeun
도쿄예술대학대학원 미술연구과 칠예전공 석사/박사 졸업, 도쿄, 일본
도쿄예술대학대학원 미술연구과 칠예전공 연구생 수료, 도쿄, 일본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 학사/석사 졸업, 서울, 한국
개인전 및 그룹전 다수 참여
jeongeun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