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넘게 비웠던 제주도로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용인숙소 정리와 이틀간의 태균이 분당서울대병원 검진으로 막판에는 눈코뜰새 없이 분주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검진에 걸려있는 과목이 3군데나 되니 병원 측의 배려로 혈액/소변검사는 동시에 하고 진료일자도 이틀에 걸쳐 나란히 잡아주었습니다.
결과는 간수치와 당수치의 상승. 보충제를 통한 보완이 되고 안되고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니 참 중요한 포인트는 맞습니다. 심장내과, 신장내과, 비뇨기과 3군데서 처방하는 약물이 만만치 않으니 간을 보호하기위한 '밀크씨슬 Milk Thistle'을 빼놓지않고 먹였는데, 이번에 제품도착이 늦어져서 보름넣게 못먹였더니 바로 결과에 반영됩니다. 간수치가 높아졌다는 검사결과...
태균이 아무래도 보충제인생 어쩔 수 없습니다. 제주도 떠나는 날 도착한 미국에서 받은 택배에 밀크씨슬이 있어 뒤늦게 다시 보충하기 시작했지만 약물을 먹어야한다면 밀크씨슬은 필수입니다. 당조절 보충제 역시 다시 제대로 해야될 듯 합니다.
완이녀석 워낙 단 것과 탄산음료 기호도가 강해 덩달아 태균이까지 단 것들에 대한 노출이 커지긴 했습니다. 생전 집에서 먹어본 적도 없는 요플레까지 완이 보충제 섞여먹일 때면 어느새 태균이도 하나 먹고있기도 했으니까요. 완이는 집 밖에서는 절대 물을 마시지 않으니 대신 강렬한 맛의 요쿠르트나 탄산음료만 마시려고 합니다.
이런 지난 세월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검사에 반영된 듯 합니다. 충분히 일상생활에 반영시켜야 하는 주의점들이기에 참고해야만 합니다. 새로운 순간들에 대한 적응력은 더 빨라지고 자연스러워져서 시키는대로 고분고분 잘도 따릅니다. 아침 7시 검진을 위해 6시 전에 일어나 샤워하라고 하면 벌떡 일어나 수행하고, 강박처럼 이른 아침 검사를 마치면 꼭 병원에 있는 식당가서 아침식사를 해야 됨에도 화요일엔 생략하고 왔습니다.
월요일에는 오전 7시 혈액/소변 샘플채취와 3시간 간격을 두고 진행된 비뇨기과, 신장내과 진료, 약처방까지 받고나니 오후 1시 가까이 됩니다. 병원 정기검진은 거의 하루를 잡아야하는 고된 일입니다. 더우기 서울대 병원에 몰려드는 환자수는 몇 백도 아니고 수 천명이니 새벽부터 진입차량과 인파가 그야말로 인산인해입니다.
의사얼굴 한번 보고 결과듣는데 30초? 기껏해야 1분 남짓 걸리는 이 작업을 위해 부수적으로 바쳐야 하는 시간과 노고는 꽤 지난합니다. 그 지난한 수고들이 모여야 그나마 건강을 유지하고 마음을 놓거나 다잡기도 하겠지요. 이번에 과제들을 기회로 태균이의 흐트러진 식생활과 참된 운동을 다시 짜야할 때입니다.
월요일 검진일과를 마치자 간만에 춘천행~~ 목적은 할머니 묘소에 가서 못드린 추석성묘 절올리기! 새파랗게 파란 하늘이 펼쳐진 가을날의 풍경은 투명한 대기로 인해 사방에 햇살들이 반짝거립니다.
ADHD단계에서의 특징이 정신없이 산만하다는 것일테니 이번 태균이 동행에서 여실히 나타났습니다. 자폐증 단계에서는 무작정 산만함이라고 하면 ADHD단계에서는 약간 논리적 산만함이랄까 그렇습니다. 가령 10시반 진료라고 하면 그 전에 대기하면서 어디론가 휑하니 다녀오긴 하는데 시간을 의식하곤 합니다.
식당의 순번표도 우리가 구매한 순번표가 되어야 움직인다든지 잠시의 지루함을 참지는 않는데 해야할일에는 지장을 주지않는 것처럼 의식은 훨씬 논리적으로 가고 있음은 또 커가는 과정이라 여겨집니다. 그러면서 말은 너무 잘 들으니 착한 녀석의 대명사같습니다. 다행입니다.
화요일 오후에 준이까지 잘 픽업해서 트럭에 짐싸느라 좀 늦기는 했지만 무사히 목포항에서 배타고 잘 돌아왔습니다. 한참 자고있는데 태균아빠가 태균이 없어졌다고 해서 찾아보라고 했더니 역시나 식당가와 휴게실 쪽에서 신나서 마냥 돌아다니는 녀석... 완도-제주간 선박은 식당과 오락시설이 없는데 비해 목포-제주간 선박은 이런 시설들이 화려하게 잘 되어있어 태균이 목포출발 배만 타면 돌아다니고 싶어 안달입니다.
제주도에 오니 숨통이 트이고 살 것 같습니다. 딱 트인 그냥 잡종야생지가 아닌 원시림과 빽빽한 산림의 기운이 가득한 이 곳에 저는 진정 마음을 두는 듯 합니다. 태균이도 제 살집을 돌아온 양 안정을 찾는 모습...
집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이런 풍경 너무 사랑합니다. 숨통이 트이니 이제서 잠이 쏟아집니다.
첫댓글 무사히 일정을 마친 일기 감사합니다.
태균씨 당수치 제 건강과 겹칩니다.
사진도 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