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 / 파스칼 메르시어 / 전은경 / 비채
2016년에 읽었던 기록이 있다. 그러니까 다시 읽은 "리스본행 야간열차"다.
어느 순간 머릿속에 계속 겹치어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조하리의 윈도우"
조하리 창은 사람들이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고안된 모델로 개발한 두 심리학자의 이름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자기 노출을 얼마나 하느냐, 피드백을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따라 공개 영역이 커진다. 영역의 비중이 어떠해야 이상적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소설은 연인(戀人), (이성, 동성) 친구, 스승과 제자, 부부(夫婦), 남매(男妹), 부자(父子), 모자(母子), 신과 인간, 그리고 나와 나 사이에 조하리 창을 논하는 듯 보인다. 언제나 공개 영역, 그러니까 나도 알고 남도 아는 나로서만 사는 주인공이 어떤 계기를 통해 미지의 영역을 들여다보았다. 학자이기도 한 그는 해석할 수 없는 것에 매력을 느꼈던 것일까? 이성, 즉 지금까지 자신을 제어했던 모든 것에서 자신을 끊어 버리고 느낌을 따라 어두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나를 찾는 길로 들어선다.
나를 찾는 방법이 있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전히 나를 찾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무수한 선각자들이 방편을 내놓고 있지만 정답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헛된 물음일까? 아니면 물음이 잘못된 것일까?
고전 문헌학 교사이고 심한 근시인 그레고리우스는 아마데우 이나시우 드 알메이다 프라두가 쓴 책, [언어의 연금술사]를 통해 저자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를 알아가기로 (쉴 새 없이 회의하지만) 한다. 과거에 매달리는 것을 일로 삼는 그가 한 인간의 과거를 탐닉함으로 그를 알아 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하여 나를 알 수 있을까?
이번에 읽은 이 소설은 그레고리우스를 통해 나란 어떤 존재인가를 밝히려고 했다는 느낌이다.
다음에 읽으면 또 어떤 느낌일까?
* * * * *
이 아이들에게는 아직 남아 있는 날들이 얼마나 많은가. 창창한 미래, 얼마나 많은 일이 생길 것인가. 무수히 많은 일을 경험하게 될 이 아이들! 22
그는 자신에게 요구가 많은 사람이었다. 24
그는 57년이 지나 처음으로 자기 인생을 이제 완전히 장악하려고 한다는, 불안과 해방감이 섞인 기묘한 기분을 느꼈다. 25
이런 행동은 아내를 아프게 했다. 28 에스파냐어에 대한 그의 행동
살면서 자주 그랬듯이, 지금도 그는 외부세계를 향해 빗장을 지른 채 생각에 잠겨 홀로 있었다. 29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31
"그레고리우스, 그건 '글'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말하는 건 글이 아니라고요. 그냥 말을 하는 거예요." 194
육체가 정신보다 매수되기 어렵다. 267
오직 그라는 개별적인 한 인간. 프라두는 맨드스의 삶을 다른 사람들과 연관지어, 더 큰 범위 속의 한 요소로 계산할 수 없었다. 271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사람을 자기만의 존재로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므로······. 272
조르즈와 대화 285~289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299
'어떤 일을 표현한다 함은, 그 일이 지닌 힘은 보존하고 두려움은 제거하는 것이리라.' 페소아가 쓴 글입니다. 358
사람들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로만 자기를 결정합니다. 386
이따금 나는 인간의 약점보다 '생각 없음'이 더 많은 잔인함을 초래한다고 생각한다. 413
우리는 많은 경험 가운데 기껏해야 하나만 이야기한다. 침묵하고 있는 경험 가운데,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삶에 형태와 색채, 멜로디를 주는 경험은 숨어 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 472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로 표현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