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모독의 역사
신화의 시대에 기독교는 하나의 신성모독을 범했고, 그 죄악을 정당화시켰다. 자본주의(계몽주의) 역시도 하나의 신성모독을 범했고, 그 죄악을 정당화시켰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 불경을 범했고, 탈현대사회는 사회주의에 또 하나의 불경을 범했다. 이 점은 문학 예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영원한 것’, ‘보편적인 인간성’, ‘지속적인 가치’, ‘절제와 조화’, ‘고귀한 정신’을 부르짖었던 고전주의의 가치관을 짓밟고 우리 인간들의 이상과 동경을 정식화시켰던 낭만주의, 세목의 진정성 이외에도 전형적인 상황에서의 전형적인 인물의 창조를 부르짖으면서 세계의 해석보다는 그 변혁을 역설했던 현실주의, 우리 인간들의 무의식을 풀어놓고 현실주의의 장벽을 뛰어넘고자 했던 초현실주의, 일상적 언어에 조직적 폭력을 가하면서 ‘낯설게 하기’의 기법을 정식화시켰던 러시아 형식주의, 텍스트의 기원이 저자라는 통속적인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반 인본주의의 입장에서 ‘저자의 죽음’을 부르짖었던 구조주의 등, 어느 것 하나 전대의 사유 앞에서 신성모독을 범하지 않은 예가 없는 것이다.
모든 역사는 신성모독의 역사이며, 그것은 세계에 대한 혁명적 이해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말이 있듯이, 득죄신화의 사회적 의미는 매우 넓고도 깊고, 행복한 사회에 대한 구상은 이처럼 끈질기고도 속 깊은 것이다.
----반경환, [행복의 깊이]({행복의 깊이 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