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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신부
세관에 방문해 임시승선권에 도장을 받습니다. 그리고 인천항 입구에서 신분증을 맡기고 항만 내부로 들어갑니다. 사전에 염두에 둔 선박을 찾아 손을 흔듭니다. 선박 위에서 ‘스텔라 마리스(STELLA MARIS, 해양 사목)’가 적힌 차량을 발견하고 환영해줍니다.
가져온 선물꾸러미를 들고 선박에 오릅니다. 선물을 손에 든 선원들의 얼굴은 천진난만한 소년들 같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고 얼마간 인천항에 정박해 있느냐고 묻습니다. 4일 정도 머문 후 출발한다고 합니다.
“혹시 선박 안에서 미사 봉헌하기를 원하나요?”
“가능하다면 큰 은총이겠습니다.”
일정을 조율하고 인천항을 빠져나와 약속된 날짜에 다시 인천항에 들어갑니다. 사실 선상 미사를 사전에 조율해 집전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연락할 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선박 안 적당한 공간에 제대로 쓰일 탁자에 제대보가 둘리고 초에 불이 켜집니다. 어두웠던 선박 안이 따뜻한 온기로 감싸집니다.
미사 지향이 올라옵니다. 고향에 있는 홀어머니, 병원에 입원한 친구, 아픈 딸 등 기억할 분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가 제대 위에 올려집니다. 얼마만의 미사인지 선원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합니다. 눈물을 흘리는 선원들도 있습니다.
거대한 배에 비하면 선원들은 15명에서 20명 정도이기 때문에 각자의 위치에서 고독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제한된 공간 안에 살기 때문에 자그마한 오해가 생기면 자칫 큰 위험의 신호가 되기도 하므로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심 그리고 격려는 아주 중요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미사 안에서 화해와 나눔의 성사를 체험합니다. 성체가 쪼개집니다. 서로에게 서로가 나눔과 위로가 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주님, 바다 위에서 항해하는 당신의 아들들을 기억하소서.
바다의 별이신 성모님, 당신의 아들들을 위로해 주소서.
김현우 신부(인천교구 사회사목국 이주·해양사목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