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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육계(三十六計)
중국의 병법서이다. 병법에 있어서의 전술 36개를 여섯 항목으로 나누어 모은 것이다. 36계는 승전계, 적전계, 공전계, 혼전계, 병전계, 패전계의 총 6개의 큰 줄기에서 각각 6개의 계책이 제시된다.
三 : 석 삼(一/2)
十 : 열 십(十/0)
六 : 여섯 육(八/2)
計 : 꾀할 계(言/2)
이 성어는 서른 여섯 가지의 꾀, 또는 많은 모계를 말하며 곤란할 때에는 도망가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이다. 많은 계책중에서 도망해야 할 때에는 기회를 타서 도망하여 보신하는 것이 병법상 가장 상책이라는 말이니 뜻이 바뀌어 곤란할 때에는 도망하여 화를 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뜻이다. 위험이 닥쳐 몸을 피해야 할 때에는 싸우거나 다른 계책을 세우기보다 우선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이다.
송(宋)나라 사마광(司馬光)이 지은 자치통감(資治通鑑) 141권에 나오는 말이다. 중국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제(齊)나라 제5대 황제 명제(明帝) 때 일어난 일이다. 명제는 고제(高帝)의 사촌 형제인데, 고제의 증손(曾孫; 제3, 4대 황제)들을 죽이고 황제 위(位)를 빼앗았다. 그는 황제에 즉위한 이후 반란과 보복이 두려워 자기를 반대한 형제와 조카 14명을 살해한 것은 물론 자기 주위 사람들마저도 자신에게 반대하면 여지없이 죽였다. 그뿐만 아니라 와병(臥病) 중에도 왕족을 10여 명이나 죽였다.
명제의 가차없는 살해 행위에 회계지방(會稽地方) 태수 왕경칙(王敬則)은 개국공신인데도 생명의 위협을 느껴 먼저 군사를 일으켰다. 왕경칙은 군사 1만명을 이끌고 건강(建康; 지금의 난징)을 향해 진격하였는데, 도중에 명제의 학정에 불만을 가진 농민들이 가세하여 군사가 10만명으로 늘어났다. 왕경칙은 출정한지 10여일만에 건강(建康)과 흥성성(興盛城)을 함락하는 등 그의 기세는 파죽지세(破竹之勢)였다.
이때 병석에 누워 있던 명제 대신에 정사를 돌보고 있던 태자 소보권(蕭寶卷)은 건강과 흥성성의 함락 소식을 듣자 피난 준비를 서둘렀다. 소보권의 피난 소식을 들은 왕경칙은 “단(檀)장군의 36가지 계책 가운데 도망치는 것이 제일 상책이니 너희 부자는 어서 도망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檀公三十六策走爲上策計汝父子唯有走耳)”라고 자신있게 충고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당당한 왕경칙도 결국 제(齊)나라 군사에게 포위되어 참수 당하였다.
승산없는 싸움은 피하는 것이 병법의 기본이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말이 있듯이 상황이 불리하면 일단 후퇴하였다가 훗날을 기약하는 것이 지혜로운 군사적인 전술이다. 삼십육계주위상책(三十六計走爲上策)도 전세가 매우 불리하면 일단 작전상 후퇴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책이라는 뜻이다.
단장군은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남조(南朝) 최초의 왕조인 송(宋)나라 무제(武帝)의 건국을 도운 명장 단도제(檀道濟)로, 북위(北魏)와 싸울 때 전세가 불리하면 잘 도망쳤다고 한다. 동의어는 삼십육계주위상계(三十六計走爲上計)이다.
삼십육계(三十六計)는 제서(齊書)의 왕경즉전(王敬則傳)에 나오는 왕경칙왈 단공삼십육책 주위상계王敬則曰 檀公三十六策 走爲上計), 즉 단공이 말한 36가지의 책략중에 상대방이 너무 강해서 대적하기 힘들 때에는 달아나는 것이 가장 나은 계책이다는 말이 줄어서 삼십육계가 되었다.
비겁하게 달아난다는 뜻을 담아서 많이 쓰고 있으나 원래는 힘이 약할 때는 일단 피했다가 힘을 기른 다음에 다시 싸우는 것이 옳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무조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이기기 위한 병법의 하나로서 뒷날을 기약하며 일단 후퇴 전술을 쓸 수도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삼십육계 줄행랑이라고 할 때의 줄행랑은 주행(走行)이 변해서 된 말이다.
삼십육계(三十六計)는 중국에서 옛날부터 전해지는 병서(兵書)의 정수를 모은 책이다. 이 책은 경서(經書)나 사서(史書)와 같이 정통으로 취급받지 못했기 때문에 정식으로 출판된 적은 없다. 또한 삼십육계의 저자와 저작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주림(朱琳)이 지은 홍문지(洪門志)에는 청대(淸代) 초에 홍문회(홍화회)에서 삼십육계를 편찬한 일이 있다고 하지만 이는 그들의 반청복명(反淸復明)에 필요한 한가지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즉 삼십육계의 내용이 풍부한 처세 철학을 내포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어서 목판으로 간행되거나 필사되긴 했지만 당시 지식인들이 서가(書架)에 놓아 드러내는 것은 꺼려했다고 볼수있다.
또한 삼십육계의 일부 계명이 고대의 서적에도 보이기 때문에 그 기원은 훨씬 더 올라갈 수 있다. 예를 들면 손자병법(孫子兵法)에 이일대로(以逸待勞), 전국책(戰國策)에 원교근공(遠交近攻), 두보시(杜甫詩)에 금적금왕(擒賊擒王),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고육계(苦肉計), 미인계(美人計) 등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어느 한 사람이 지은 것으로 볼수없고 어느 한시대에 이루어진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삼십육계는 모두 여섯개의 범주로 나누어 볼수 있는데, 승전계(勝戰界), 적전계(敵戰計), 공전계(攻戰計), 혼전계(混戰計), 병전계(幷戰計), 패전계(敗戰計)가 그것이다.
◑ 승전계(勝戰計)
제1계 만천과해(瞞天過海): 하늘을 가리고 바다를 건넌다.
제2계 위위구조(圍魏救趙): 위나라를 포위하여 조나라를 구하다.
제3계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로 사람을 해치다.
제4계 이일대로(以逸待勞): 쉬다가 피로에 지친 적과 싸운다.
제5계 진화타겁(袗火打劫): 상대의 위기를 틈타 공격한다.
제6계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서 소리지르고 서쪽으로 공격한다.
◑ 작전계(敵戰計)
제7계 무중생유(無中生有): 지혜로운 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제8계 암도진창(暗渡陳倉): 기습과 정면공격을 함께 구사한다.
제9계 견안관화(隔岸觀火): 적의 위기는 강 건너 불 보듯한다.
제10계 소리장도(笑裏藏刀): 웃음 속에 칼이 있다.
제11계 이대도강(李代桃畺): 오얏나무가 복숭아을 대신해 죽다.
제12계 순수견양(順手牽羊): 기회를 틈타 양을 슬쩍 끌고 간다.
◑ 공전계(攻戰計)
제13계 타초경사(打草驚蛇): 풀을 헤쳐 뱀을 놀라게 한다.
제14계 차시환혼(借尸還魂): 죽은 영혼이 다른 시체를 빌려 부활하다.
제15계 조호리산(調虎離山): 호랑이를 산 속에서 유인해 낸다.
제16계 욕금고종(欲擒故縱):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풀어 준다.
제17계 포전인옥(抛塼引玉): 돌을 던져서 구슬을 얻는다.
제18계 금적금왕(擒賊擒王): 적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부터 잡는다.
◑ 혼전계(混戰計)
제19계 부저추신(釜低抽薪): 가마솥 밑에서 장작을 꺼낸다.
제20계 혼수모어(混水摸魚): 물을 흐려 놓고 고기를 잡는다.
제21계 금선탈각(金蟬脫殼): 매미가 허물을 벗듯 위기를 모면하다.
제22계 관문착적(關門捉賊): 문을 잠그고 도적을 잡는다.
제23계 원교근공(遠交近攻): 먼 나라와 사귀고 이웃나라를 공격한다.
제24계 가도벌괵(假途伐虢): 기회를 빌미로 세력을 확장시킨다.
◑ 병전계(幷戰計)
제25계 투량환주(偸梁換柱): 대들보를 훔치고 기둥을 빼낸다.
제26계 지상매괴(指桑罵槐): 뽕나무를 가리키며 홰나무를 욕한다.
제27계 가치부전(假痴不癲): 어리석은 척 하되 미친 척 하지 마라.
제28계 상옥추제(上屋抽梯): 지붕으로 유인한 뒤 사다리를 치운다.
제29계 수상개화(樹上開花): 나무에 꽃을 피게 한다.
제30계 반객위주(反客爲主): 손님이 도리어 주인 노릇하다.
◑ 패전계(敗戰計)
제31계 미인계(美人計): 미녀를 이용하여 적을 대한다.
제32계 공성계(空城計): 빈 성으로 유인해 미궁에 빠뜨린다.
제33계 반간계(反間計): 적의 첩자를 역이용한다.
제34계 고육계(苦肉計): 자신의 희생해 적을 안심시킨다.
제35계 연환계(連環計): 여러 가지 계책을 연결시킨다.
제36계 주위상(走爲上): 때로는 전략상 후퇴도 필요하다.
삼십육계(三十六計) 해설(解說)
승전(勝戰)의 계(計)
아군의 형세가 충분히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을 때 승기를 타고 적을 압도하는 작전을 말한다.
1. 삼십육계의 제1계는 만천과해(瞞天過海)이다.
하늘을 기만하고 바다를 건너간다는 뜻으로, 속일 만(瞞), 하늘 천(天), 건너 갈 과(過), 바다 해(海)로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넜다는 말이다. 제1계부터 속임수다. 음모를 하려거든 대의명분 속에 하라는 것이다. 옛날 당(唐)나라 태종(太宗)이 바다가 무서워 배를 타는 것을 싫어하자, 장사귀(張士貴)라는 사람이 거대한 배를 만든 후, 거기에 흙을 깔고 집을 짓고는 “여기는 육지입니다”라며 태종을 초대해 잔치를 베풀어 흥겹게 노는 사이, 바다를 건넜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태사자(太史慈)는 매일 아침마다 성에서 나와 적이 보는 앞에서 유유히 활쏘는 연습을 하고는 다시 성안으로 되돌아가는 일을 되풀이했다. 처음에는 이를 경계하던 적군의 정찰병들도 매일 되풀이되는 태사자의 모습에 나중에는 무심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성에서 활을 들고 나온 태사자는 갑자기 잽싸게 말을 타고 달려 적진을 빠져 나간 것이다. 일상속에 숨겨진 계략은 탄로 나기 어렵다. 왜냐하면 늘 보고 있던 것이라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 비행기가 어느 날 갑자기 국경선 근방에 나타났다면 비상이 걸리겠지만 오래 전부터 일상적으로 근방까지 왔다가 되돌아갔던 것이라면 또 정찰비행이겠지 하고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 놓고 어느 날 갑자기 공격을 하는 것이나, 군대를 장사꾼으로 위장하여 적진으로 보내는 것과 같은 일상속에 숨겨서 행하는 계략을 만천과해(瞞天過海)의 계라 한다. 태양속에 태음(太陰)이 감추어져 있다는 말이며, 가장 밝은 곳에 가장 어두운 음모가 숨겨져 있고, 대의명분 뒤에 검은 계략이 숨겨져 있다는 말이다.
2. 삼십육계의 제2계는 위위구조(圍魏救趙)이다.
강한 적을 분산시켜 쳐부수다는 뜻으로, 포위하다 위(囲), 위나라 위(魏), 구할 구(救), 조나라 조(趙)로, 위나라를 포위하여 조나라를 구했다는 말이다. 옛날 위나라가 조나라의 수도를 공격했다. 조나라는 동맹국인 제나라에 구원을 요청했다. 제나라는 즉시 군대를 보냈는데 위나라와 조나라가 싸우는 전장으로 보낸 것이 아니라 위나라의 수도로 보내어 공격했다. 즉, 위나라를 포위하여 공격하는 전술로 위나라 군을 분산시켜 공격하고 승리함으로서 조나라를 구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일반적으로 같은 전력이라면 다(多)가 이기고 소(少)가 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少가 多를 이길 수 있는가, 그건 상대를 분산시켜 약하게 해 놓고 공격하는 것이다. 즉, 먹기 쉽게 잘라서 먹는 것이다. 막강한 적에게 덤비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길 수 있게 해놓고 이기라는 것이다. 화력이 집중된 적의 정면을 공격하지 말고 취약한 적의 후방으로 우회하여 공격하거나, 적을 분산시켜 약하게 해놓고 공격하거나, 공개적으로 공격하지 말고 비밀리에 공격하라는 것이다.
3. 삼십육계의 제3계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이다.
칼을 빌려서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빌릴 차(借), 칼 도(刀), 죽일 살(殺), 사람 인(人)이니,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말이다. 공자(孔子)의 제자인 자공(子貢)은 노(魯)나라를 공격하려는 제(齊)나라의 계략을 알고, 저나라의 내부를 혼란시켜 오(吳)나라와 전쟁토록 만들었다. 즉, 제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할 여력이 없게 만들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적의 내부를 혼란시켜 자멸시키거나, 적의 적을 이용하여 싸우게 하여 아군의 전력을 소모시키지 않고 적을 이기는 것이다. 그러나 적도 이런 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에 말려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상대를 공격할 때 자기가 직접 공격하지 않고 다른 상대의 힘을 가지고 공격하는 전법이다.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원리에 입각한 중국인다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4. 삼십육계의 제4계는 이일대로(以逸待勞)이다.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여 전력을 비축하고 나서 피로해진 적을 상대하는 전략으로서 이(以), 숨다 일(逸), 기다릴 대(待), 지칠 노(勞)로 숨어서 지치기를 기다린다는 말이다. 후한시대(後漢時代), 반란군이 협서성(陜西省)의 진창(陳倉)을 공격하였다. 그러나 원군(援軍)의 황보숭(皇甫嵩)은 진창은 쉽게 함락되는 곳이 아니다고 판단하고 반란군이 피로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드디어 반란군이 지쳐서 스스로 철퇴하기 시작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하여 반란군을 괴멸시켰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일(逸)이란 여유있는 상태이며 노(勞)는 피로한 상태로, 상대에 대해 여유를 가지고 수비에 임하여 상대가 지치기를 기다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기다린다는 것이 하늘에 운을 맡긴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에게 공격의 틈을 주지 않으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준비를 단단히 하며 기다려야 한다. 싸울 때, 아군을 쉬게하고 적군을 지치게 하면 그 만큼 유리하다.
아군 전력이 약하더라도 적군을 지치게 하면 승기가 보이는 것이다. 비즈니스(Business)에서도 상대방보다 먼저 도착해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면 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강한 세력도 날이 갈면 약해진다는 것에서 나온 것이다. 적 세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싸움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5. 삼십육계의 제5계는 진화타겁(진火打劫)이다.
불난 틈을 이용하여 도적질한다는 뜻으로, 뒤쫓아 갈 진(趁), 불 화(火), 칠 타(打), 위협할 겁(劫)이니, 불났을 때에 겁주어 치라는 말이다. 이것은 불난 틈을 타서 도둑질하는 계이며, 적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그 기회를 틈타서 벌 때처럼 공격하라는 것이다.
옛날 제(齊)나라는 한(韓)나라와 손을 잡고 연(燕)나라를 공략하려 하였으나, 옆 나라인 조(趙)나라와 초(楚)나라의 방해로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때 한나라가 진(秦)나라와 위(魏)나라에게 공격을 받았다. 당연히 동맹국인 제나라는 한나라를 구원하러 가야하는데도 가지 않았다. 한편 조나라, 초나라 두 나라는 한나라가 멸망하면 다음은 진나라와 위나라가 자기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참전했다. 즉 한나라, 진나라, 위나라, 조나라, 초나라 5국간의 전쟁이 벌어졌다. 그 틈을 타서 제나라는 재빨리 연나라를 공략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는 제4계와는 반대인 공격 작전이다. 공격을 할 것이냐, 수비를 할 것이냐 하는 판단은 적의 정세에 따라 달라진다. 즉 적의 세력이 강할 때는 그들이 지치도록 기다려야 하며, 적의 힘이 약화 되었을 때는 기다림없이 단숨에 공격을 하는 것이 이 계략의 요점이다. 다시 말해, 상대의 약점을 발견하면 지체없이 공격하여 상대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6. 삼십육계의 제6계는 성동격서(聲東擊西)이다.
동쪽을 향해 소리치고 서쪽을 공격한다는 뜻으로, 소리 성(声), 동녘 동(東), 칠 격(擊), 서쪽 서(西)이니, 동쪽에서 소리 지르고 서쪽을 치라는 말이다. 서쪽을 공격하기 위해 적의 병력을 분산시켜 힘을 약화시키는 책략으로, 예부터 이 전법이 이용되어 왔다. 그러나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적으로부터 큰 피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특히 신중해야 한다. 상대의 지휘 계통을 혼란시키는 것이 이 책략을 성공시키는 비결이다.
한(漢)나라의 말기, 주준(朱雋)이 황건적(黃巾賊)을 포위하고, 성 남서쪽에 흙 가마니를 쌓고, 큰 북을 치며 공격하는 척하였다. 이에 황건적은 전군을 그 쪽으로 향하게 하였다. 그 틈을 타서 주준은 동북쪽으로 쳐들어 갔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양동작전(陽動作戰)인 것이다. 우(右)를 칠 것 같이 보이고 좌(左)를 치는 것이다. 문제는 적이 속아 넘어가느냐는 것이다. 속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 공격하는 쪽이 당할 수가 있는 것이다. 반대로 아군도 적의 이런 작전에 말려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즉, 상대방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유도하고 치라는 것이다.
적전(敵戰)의 계(計)
아군과 적군의 세력이 비슷할 때 기묘한 계략으로 적군을 미혹시켜 승리를 이끄는 작전이다.
7. 삼십육계의 제7계는 무중생유(無中生有)이다.
아무도 모르게 지나간다는 뜻으로, 없을 무(無), 가운데 중(中), 생 할 생(生), 있을 유(有)이니, 없는 것 속에 생이 있다는 말이니, 있어도 없는 것 같이 보이라는 허허실실(虛虛實實)의 계략인 것이다. 후한시대(後漢時代) 손견(孫堅)은 유표(劉表)가 다스리는 강하성(江夏城)을 공격했다. 그러나 성의 수비가 강하여 성과가 없자, 화살을 허비하게 하는 계책을 썼다.
매일 밤, 많은 소선(小船)에 등불을 켜고 적의 성에 접근시켰다. 강하성의 성주 황조(黃祖)는 그 때마다 공격해 오는 것으로 알고 화살을 퍼 부었다. 그러다가 7일만에 아무도 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그 다음날은 그 배들이 와도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배들에는 많은 군사들이 타고 있었으며, 결국 성을 함락시켰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반대로 아군도 적의 이런 작전에 말려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즉, 상대방으로 하여금 오판을 일으키게 한 후, 암암리에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익괘(益卦)의 원리에 따라 처음 시작단계에서는 작은 가상을 사용하고 계속 큰 가상으로 확대해 나가다가 결국에는 진상을 갑자기 드러내는 형상에서 나온 것이다. 당(唐)나라 안록산(安祿山)이 반란을 일으켜 옹구성이 포위를 당했다. 이때 성 내에 장순(長順)이라는 장수가 성을 지키고 있었다. 화살이 다 떨어지고 성이 함락당하기 일보직전이었을 때, 장순은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해냈다. 그는 부하들을 시켜 천개의 허수아비에 군복을 입혀 진짜 병사인 것처럼 꾸몄다. 그런 다음 허수아비 천 개를 새끼줄에 엮어 캄캄한 밤중 성 밖으로 떨어뜨렸다. 이것을 본 적군은 진짜 병사인 줄 알고 수없이 화살을 쏘아댔다.
장순의 계략에 완전히 말려든 것이다. 장순은 인형에 꽂힌 수만 개의 화살을 적에게 내보이며 자신의 계략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 계략은 다음 작전의 전주곡에 불과했다.장순은 이번에는 볏집 인형 대신에 진짜 병사들을 성 밖으로 내려보냈다. 전에 한 번 속은 적군의 병사들은 이번에는 속지 않으려고 한 개의 화살도 쏘지 않았다. 성 밖으로 내려간 병사들은 반란군을 급습하여 크게 무찔러 버렸다. 속임수를 이용하여 상대방을 혼란시킨 후, 다음에 이를 역으로 이용했던 것이다. 허(虛)와 실(實)을 교묘히 엇바꾸어 적을 혼란에 빠뜨리고 쳐부수는 책략이다.
8. 삼십육계의 제8계는 암도진창(暗渡陳倉)이다.
아무도 모르게 진창을 건너간다는 뜻으로, 어두울 암(暗), 건너 갈 도(渡)에, 진창(陳倉)이라는 고을 이름이니, 암암리에 진창으로 건너간다는 말이다. 한(漢)나라의 명장 한신(韓信)은 촉(蜀)나라에서 공격해 나올 때, 파괴된 잔도(棧道)를 수리하는 것처럼 하고 우회하여 진창(陳倉)으로 진격하여 적의 허를 찔렀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전술에는 이와 같은 우회작전이 잘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정면이 제일 강한 것이니, 강한 곳을 공격하지 말고, 적의 허를 찔러 허술한 곳을 공격하라는 것이다. 단, 이 전술을 사용하려면 정공법(正攻法)이 있다는 것과 우회를 적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정면으로 공격해 올 것이라고 믿게 하지 않으면 측면을 허술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회가 발각되면 아군이 타격을 받는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고의로 자신의 공격 방향을 노출시켜 적이 이에 대비하도록 유도하고, 실제로는 다른 곳으로 우회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이 발상은 제6계인 성동격서(聲東擊西)와 비슷하다. 세계 역사상 최대의 작전인 1944년 6월, 노르만디 상륙작전이 바로 이 경우이다. 연합군 측은 일찍이 노르만디를 상륙 목표로 정했으나, 작전상 독일군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칼레 상륙을 거짓으로 유포하고 그쪽으로 계속 폭격을 가하여 상륙이 임박한 것처럼 위장했다. 독일군은 칼레가 보급이나 작전수행 면에서 상륙지로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러한 위장전술에 넘어가고 말았다. 결국 연합군은 이러한 허점을 노려 노르만디에 상륙, 승리를 이끌어냈다.
9. 삼십육계의 제9계는 격안관화(膈岸觀火)이다.
기슭을 사이에 두고 불을 쳐다본다는 뜻으로, 사이가 떨어질 격(隔), 언덕 안(岸), 볼 관(觀), 불 화(火)이니, 건너편 언덕의 불을 구경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불이란 내분을 의미한다. 즉 집안 싸움을 일으키라는 말이다. 내분상태에 있는 상대를 기습하면 오히려 적이 단결하게 되어 거꾸로 아군이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지고 적의 자멸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 행운은 자면서 기다려라는 속담이 있다. 이 또한 격안관화(膈岸觀火)의 책략이다.
삼국시대(三國時代), 원상(袁尙) 등은 조조(曹操)에게 패하여 요동(遼東)의 공손강(公孫康)에게 도망쳤다. 조조는 이를 추격하다가 “공손강을 공격하면 원상과 손을 잡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군을 되돌렸다. 그러자 애당초부터 원상을 두려워했던 공손강은 원상 등을 베어 조조에게 보냈다. 즉 남의 싸움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고사에서 나온 것이다. 상대방에게 내분이 있을 때, 섣불리 손을 내밀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이것은 제5계인 진화터겁(趁火打劫)의 역(逆)인 것이다. 그러니 손을 내밀 것인가, 구경만 할 것인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 계는 자국의 내분에도 사용된다. 대립되는 국내 여론을 통일하거나, 관심을 타(他)로 돌리고자 할 때, 강력하고 악역한 적을 만들어 관심을 그쪽으로 돌리게 하고 뭉치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적의 강악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국민으로 하여금 적은 강악하고, 우리는 정의라고만 믿게 하면 되는 것이다. 적에게 내분이 생기면 극에 달하기를 조용히 기다려라. 적들이 서로 반목하고 원수가 되어 싸우면 반드시 멸망으로 치닫게 되니 구경만하고 기다리라는 것이다.
10. 삼십육계의 제10계는 소리장도(笑裏藏刀)이다.
가슴에 비수를 숨기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상냥하게 상대방을 대하는 전략으로, 웃을 소(笑), 속 리(裏), 숨길 장(藏), 칼 도(刀)이니, 웃음속에 칼을 숨긴다는 말이다. 부드러운 외형에 강한 내면을 숨기는 것이다. 손자(孫子)는 말했다. 적의 태도가 겸허하면서 병(兵)을 증강하고 있는 것은 공격을 하려는 것이고, 갑자기 화평을 말하는 것은 다른 계략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宋)나라 조위(曹瑋)에 관한 다음 일화를 보자. 어느 날 전장에서 조위(曹瑋)는 자기 쪽 병사들이 적군쪽으로 도망쳤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동요의 빛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걱정말게, 그들은 모두 내가 지시한 대로 행동한 것뿐일세” 이 이야기를 들은 적군은 도망쳐 온 병사들을 의심하여 모조리 목을 베었다고 한다. 이것이 소리장도(笑裏藏刀)의 한 예이다. 외교의 장에서는 겉과 속이 다르다. 어떠한 사기꾼도 웃는 얼굴로 접근해 오고 악질 사채업자도 빌려 줄 때는 웃는 얼굴인 것이다. 상대방의 본심을 알아내어야 하는 것이다.
11. 삼십육계의 제11계는 이대도강(李代逃 )이다.
작은 손해를 보는 대신 큰 승리를 쟁취하는 전략으로, 자두나무 이(李), 대신할 대(代), 복숭아 도(桃), 쓰러질 강(僵)이니, 복숭아나무 대신 자두나무가 죽었다는 말이다. 옛날 복숭아나무 옆에 자두나무를 심었더니 복숭아나무에 덤벼들었던 해충들이 자두나무에 덤벼들어, 자두나무를 죽였다는 고시(古詩)에서 나온 말이다. 즉,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죽었다는 말이다.
전쟁에서는 아군도 적군도 필사적이다. 아군도 희생이 없을 수가 없다. 때로는 아군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이길 때도 있다. 도서(島嶼)의 전투에서 적이 우세한 경우, 섬 주민들을(희생양으로) 그대로 둔 채, 적에게 내어주고는 보급로를 차단하고 굶주리게 해서 항복하게 하는 작전이 그런 것이다. 작은 것을 희생시켜 큰 것을 얻는 계략인 것이다. 전쟁이든 사업이든 어느 정도의 손실은 따르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손실이 장래의 이익과 어떻게 결부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작은 손해에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손실이 커지게 마련이다.
이에 대해 손자병법(孫子兵法)을 쓴 손무(孫武)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익과 손실의 양면을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일을 순조롭게 처리할 수 있다. 비록 손실을 입었다 할지라도 현명한 사람은 손실로 인한 뒤의 이익을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걱정할 것이 없게 된다.”
12. 삼십육계의 제12계는 순수견양(順手牽羊)이다.
손에 잡히는 데로 취한다는 뜻으로, 따를 순(順), 손 수(手), 끌어당길 견(牽), 양 양(羊)이니, 기회에 순응하여 손으로 양을 끌어 왔다는 말이다. 옛날 양치기가 양떼를 몰고 가다가 좁은 길에 들어섰다. 그 때 나그네 하나가 지나가다가 잠시 그 속에 휩싸였었다가 나타났는데, 그 손에 한 마리의 양이 끌려져 있었다. 그러나 너무도 당당하였기에 양치기는 눈치 채지 못했다. 나그네는 기회에 순응하여 양을 끌고 달아났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 계는 적에게 작은 틈이라도 생기면 작은 이득이라도 얻어내라는 것이다. 역으로 틈을 만들어 적을 유인하는 계도 있다. 쉽게 손에 들어오는 이익이라면 염려하지 말고 취하되, 그러나 확실한 목표가 세워져 있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도성장 시대라면 모르지만 저성장 시대에서는 조그만 이익이라도 착실히 쌓아나가는 순수견양(順手牽羊)의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공전(攻戰)의 계(計)
적이 혼란한 와중을 틈타 승기를 잡는 전략이다.
13. 삼십육계의 제13계는 타초경사(打草驚蛇)이다.
풀을 막대기로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칠 타(打), 풀 초(草), 놀랄 경(驚), 뱀 사(蛇)이니,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는 말이다. 옛날 당(唐)나라 때, 어느 오리(汚吏)의 비행을 보다 못한 민중이 대거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놀란 오리는 “저들은 풀을 친 것이지만 나는 뱀처럼 놀랐다”고 한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병법에도 군대가 산림이나 풀숲, 험한 산 등을 진군할 때는 철저히 경계하면서 진군하라고 되어 있다. 적이 안 보일 때는 수색부터 철저히 하라는 것이다. 더구나 적의 작전을 모를 때는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 지휘관의 급선무인 것이다. 그러나 적의 계책을 알아냈을 때가 위험한 때이기도 한 것이다. 왜냐하면 역정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상 신중해야 하고 별책을 강구해 두어야 하는 것이다. 거물을 잡기 위해서 주변의 조무래기부터 차례로 잡아들여 확실한 증거를 만들어 가는 작전이다.
14. 삼십육계의 제14계는 차시환혼(借屍還魂)이다.
시체에 힘입어 혼을 돌아오게 한다는 뜻으로, 빌릴 차(借), 죽음 시(屍), 돌아 올 환(還), 넋 혼(魂)이니, 남의 시체를 빌려 넋이 돌아왔다는 말이며, 원곡선(元曲選)이라고 하는 시(詩) 속에서 ‘죽은 여성이 남의 시체를 빌려서 혼을 되돌려 살아났다’는 대사에서 나온 말이다.
이 책략은 세상에서 가치없다고 버려진 것들을 다시 이용하여 가치있는 것으로 만든다. 예를들면 삼국지(三國志)의 조조(曹操)는 권모술수(權謀術數)에 아주 능한 사람으로 불우한 처지에 있던 허수아비 황제를 자신의 본거지로 맞아들여 세력 확대 수단으로 이용하였다.
이 세상에는 꼭 필요한 물건과 필요치 않는 물건이 있다. 당연히 필요한 물건일수록 중요하고 중요할수록 빌릴 수가 없다. 이 전략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물건들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필요 유무는 이용방법 여하에 달린 것이다. 그것은 물자에도 인재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것이라도 이용할 수 있으면 이용하라는 것이며, 이용할 수 없는 것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조하라는 것이다.
15. 삼십육계의 제15계는 조호이산(調虎離山)이다.
산중우의 호랑이를 산에서 떠나게 하는 책략으로, 길들일 조(調), 호랑이 호(虎), 떼놓을 리(離), 뫼산(山)이니, 호랑이를 길들여 산에서 떼어 놓는다는 말이다. 산속에서의 호랑이는 무섭지만 막상 평지에 내려오면 훨씬 처치하기에 용이한 법이다. 이와 같이 요새에 버티고 있는 적을 밖으로 유인하여 쳐부수는 것이 조호이산(調虎離山) 전략이다.
손자(孫子)는 말했다. 성을 공격하는 것은 하책이다. 적에게 유리한 지역에서 싸우는 것은 스스로 패배를 자초하는 것이다. 산은 호랑이의 거처이다. 호랑이에게 절대로 유리한 곳이다. 그러니 호랑이를 산에서 유인해 내어 잡으라는 것이다. 즉, 적을 적에게 유리한 지역에서 불리한 지역으로 유인해 내어 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적도 불리한 지역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니, 적이 나오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라는 것이다.
16. 삼십육계의 제16계는 욕금고종(欲擒姑縱)이다.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는 뜻으로, 욕심 낼 욕(欲), 사로잡을 금(擒), 잠시 고(嫴), 놓아줄 종(縱)이니, 잡으려거든 잠시 놓아주라는 말이다. 오(吳)나라의 손권(孫權)은 맥성(麥城)의 관우(關羽)를 공격할 때, 성의 북쪽에 험한 소도(小道)를 일부러 비어 놓았다. 관우가 그 길로 도망치게 한 후 잡기위한 함정이었던 것이다. 관우는 그것도 모르고 그 길로 도망치다가 잡히고 말았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것이다.
전쟁에서 궁지에 몰리어 죽게 되면 ‘궁지에 몰린 쥐,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과 같이 필사적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죽을 바엔 하나라도 더 죽이고 죽겠다는 심산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도망칠 길을 열어주면 도망치려고만 하지 대항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계도 한쪽에 도망칠 길을 열어주고, 그 쪽으로 도망치게 한 후 치라는 것이다. 이 책략은 퇴로를 완전히 봉쇄하면 상대방은 죽기를 무릅쓰고 반격한다. 그러므로 오히려 퇴각로를 조금 열어주면 적은 세력이 약해져 쉽게 처치할수 있게 된다. 잡기 위해서는 잠시동안 내버려 두어라, 이것이 욕금고종(欲擒姑縱)의 의미다.
17. 삼십육계의 제17계는 포전인옥(抛 引玉)이다.
벽돌을 던져서 구슬을 얻는다는 뜻으로, 던질 포(抛), 벽돌 전(磚), 끌 인(引), 구슬 옥(玉)이니, 벽돌을 던져서 옥을 끌어온다는 말이다. 옛날, 흉노와 한(漢)나라가 전쟁할 때, 한나라의 군대에 많은 동사자가 발생했다. 그런 어느 날 흉노가 갑자기 퇴각하였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그러자 한나라에서는 흉노도 동사자가 발생해서 퇴각했을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추격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한나라를 방심케 한 후 공격하려는 흉노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한나라는 그런 것도 모르고 방심하고 있다가, 흉노의 대군에게 역습을 당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것이다.
작은 미끼로 큰 이득을 도모하라. 극히 유사한 것으로 적을 미혹시킨 후 공격하라는 것이다. 적을 유인하는 전략에는 의사(擬似)와 유동(類同)의 두 가지가 있다. 의사라는 것은 거짓으로 유인하는 것이고, 유동이라는 것은 아군이 쇠약해졌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서 유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 기를 흔들고 큰북을 쳐서 거기에 사람이 있는 것 같이 보여서 적을 함정으로 유인하는 전략이 의사이고, 아군에 식량이 떨어졌다고 보이게 해서 지금 공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게 해서 공격하게 하는 전략이 유동인 것이다. 병법에서는 의사는 탄로나기 쉽고, 유동은 탄로나기 어렵다고 되어 있다.
이 계략은 미끼를 던져서 상대를 유혹하는 계략이다. 이 작전의 성공 여부는 미끼같지 않은 미끼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상대방 쪽에서 볼 때는 미끼에 걸리지 않도록 냉정한 판단력을 지녀야겠다. 순자(荀子)도 이로움만 보고 그 해로움을 돌보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말했는데,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손해를 생각할 만큼 마음의 여유를 항상 지니고 있어야만 한다.
18. 삼십육계의 제18계는 금적금왕(擒賊擒王)이다.
도적을 사로잡으려면 우두머리를 잡아라는 뜻으로, 사로잡을 금(擒), 도둑 적(賊), 사로잡을 금(擒), 임금 왕(王)이니, 도적을 잡으려거든 임금부터 잡으라는 말이다. 장(將)을 잡으려거든 그가 타고 있는 말을 쏘라. 도적집단 전체를 잡으려거든 먼저 그 두목을 잡으라는 중국 고시(古詩)에서 유래된 말이다.
적의 급소를 찔러 약화시켜 놓고 전체를 잡으면 용이한 것이다. 목적과 목표를 혼동하지 말라고 전략가들은 말한다. 도적 전체를 잡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것을 위한 목표는 먼저 두목을 잡아 조직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순서를 생각하면서 추진하라는 말이다. 이는 상대방의 중추를 공격하여 적의 중심을 괴멸시키는 전략이다. 모든 사물은 반드시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그 약점을 이용하면 교섭이나 설득이 의외로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혼전(混戰)의 계(計)
치열한 전투 중에 대처할 수 있는 전술을 말한다. 동(動)은 양(陽)이고, 정(靜)은 음(陰)이며, 란(亂)은 양(陽)이고, 치(治)는 음(陰)이니 진정(鎭靜)과 질서(秩序)는 난(亂)을 평정하고 얻을 수 있는 결과이다.
19. 삼십육계의 제19계는 부저추신(釜底抽薪)이다.
가마솥의 장작을 치우는 책략으로, 솥 부(釜), 밑 저(底), 땔나무 신(薪), 뺄 추(抽)이니, 솥 밑에서 나무를 빼낸다는 말이다. 타는 장작을 꺼내어 끓는 것을 멈추게 한다는 뜻이며, 풀을 베어내고 뿌리를 캐낸다는 중국 북제(北齊)에서 유래된 말이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가마솥도 그 밑에서 타고 있는 장작을 꺼내면 식을 수밖에 없다. 섣불리 찬물을 붓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다. 즉, 문제의 근본을 찾아내어 해결하라는 말이다.전략적으로는 적을 직접 공격하는 것 보다는 보급로를 차단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군대도 굶어서는 싸울 수가 없는 것이며, 아무리 무기가 있어도 탄환이 없으면 무용지물인 것이다.
반대로 아군 보급로 확보도 중요한 것이다. 강한 적을 만났을 때는 정면으로 공격하지 말고 가장 약한 곳을 찾아내어 공략하라. 이것이 부드러운 것으로 강한 것을 이기는 계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적의 보급을 차단하는 것, 적의 사기를 꺾는 것의 두 가지가 있다.
삼국시대(三國時代) 위(魏)나라 조조(曹操)는 관도전투(官渡戰鬪)에서 원소(袁紹)의 대군과 싸운 일이 있었다. 그런데 열세에 몰렸던 조조가 원소의 보급기지를 밤에 몰래 습격하는 바람에 대승하였고, 이 기세를 몰아 단숨에 중국 북부를 지배하는 실력자로 등장하였다.
20. 삼십육계의 제20계는 혼수모어(混水模漁)이다.
물을 휘둘러서 고기를 찾아낸다는 뜻으로, 섞을 혼(混), 물 수(水), 찾을 모(摸), 고기 어(魚)이니, 물을 섞어 고기를 찾는다는 말이다. 명(明)나라 때, 영왕(寧王)이 반란을 일으켰으나, 양명(陽明)은 대적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양명은 영왕의 심복 앞으로 된 “그대가 보내준 정보 잘 받았다. 그대의 충성심에 감사한다. 빨리 영왕을 속여 본거지에서 몰아내라”는 내용의 가짜편지를 써서, 영왕군의 내부로 보내어 영왕에게 발각되도록 하였다. 이 편지를 본 영왕은 계략인 줄도 모르고 심복이 적과 내통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출진을 멈추는 사이, 양명은 군비를 갖추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물을 뒤섞어 흐리게 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해놓고 고기를 잡아라는 것이니 적 내부를 교란시켜 승리를 얻는 전략이다. 사람은 조직을 만들면 반드시 파벌이나 세력을 만든다. 그 중에 가장 약한 곳을 찔러 혼란시켜 공격하라는 것이다. 이 책략은 적의 내부와 지휘본부를 혼란시켜 전력을 약화시킨 다음 아군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세를 이끌게 된다.
1944년 12월 히틀러는 프랑스 국경 아르텐느 언덕에서 수십만 병사와 2천대의 전차로 최후의 총반격을 가했다. 그때 그는 영어에 능통한 병사들 2천명을 뽑아 미군 복장을 입혀 미국 후방에 침투시켰다. 이러한 교란작전은 그대로 적중되어 미군의 지휘본부를 혼란케 하였다. 비록 주력군의 진출이 막힌 탓으로 작전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는 전형적인 혼수모어작전(混水模漁作戰)이었다.
21. 삼십육계의 제21계는 금선탈각(金禪脫殼)이다.
매미가 아무도 모르게 허물을 벗어 버리고 날아가는 모습으로, 황금 금(金), 매미 선(蟬), 벗을 탈(脫), 껍질 각(殼)이니, 금 매미가 껍질만 남겨놓고 알맹이는 빠져나갔다는 말이다.
송(宋)나라 때, 우세한 송군(宋軍)에게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금군(金軍)은 철퇴를 결의했다. 그리고는 진지에 많은 기를 세워 휘날리게 하고, 많은 양을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그 발에 북채를 묶어 놓고, 그 앞에 북을 매달아 놓았다. 그러자 양들이 발버둥을 쳤고 그 발에 묶어 놓은 북채가 북을 요란하게 두들겼다. 즉, 많은 깃발을 휘날리게 하고, 많은 양으로 하여금 북을 요란하게 치게 해서, 여전히 주둔하고 있는 것 같이 적을 속이면서 금군이 무사히 철퇴하였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전쟁에서는 철퇴가 가장 어렵다. 철퇴하는 걸 적이 알면 기가 살아서 공격해 오기 때문이며 아군은 돌아서서 싸워야하기 때문에 큰 손실을 입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퇴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계략이 필요한 것이다. 겉으로는 진지 구축을 강화하며 끝까지 전투 자세를 보이면서 상대가 움직이지 못하는 틈을 이용하여 은밀하게 주력 부대를 이동시키는 전략이다.
22. 삼십육계의 제22계는 관문착적(關門捉賊)이다.
문을 닫아 버리고 도적을 잡는다는 뜻으로, 닫을 관(關). 문 문(門). 잡을 착(捉). 도둑 적(賊)이니, 문을 닫아걸고 도둑을 잡는다는 말이다. 옛날, 진군(秦軍) 50만과 조군(趙軍) 40만이 격돌하였다. 드디어 진군 계략에 의해 조군의 대장이 죽고 조군은 항복했다. 그러나 언제 변심할지 모르는 40만의 병사를 두려워한 진군은 계모(計謀)로 모두를 생매장했다. 40만의 대군을 잃은 조나라는 이로부터 급속히 쇠퇴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것은 적을 포위 섬멸하는 계략인데, 두 가지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즉, 적이 약소하고 전의가 낮을 때와 도망치게 하면 장래 화근이 될 때이다. 그러나 섣불리 이 계략을 사용하면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결과가 되어 아군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즉 문을 닫아 걸고 도적을 잡으라는 계이다. 앞의 욕금고종(欲擒姑縱)과는 정반대의 책략이다.
얼핏 보면 모순된 책략 같지만 힘이 약한 적은 포위해서 섬멸하라는 주석(註釋)이 있듯이 상황에 따라 강하게 또는 약하게 가려서 판단하여 실행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상대의 병력이 후에 큰 화근이 될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관문착적(關門捉賊)의 계략이 필요하다. 요컨대 상대가 이쪽보다 약할 때에는 인정사정없이 철저하게 섬멸하라는 것이다.
23. 삼십육계의 제23계는 원교근공(遠交近攻)이다.
멀리 있는 나라와는 손잡고 가까이 있는 나라는 공격하라는 뜻으로, 멀 원(遠), 사귈 교(交), 가까울 근(近), 칠 공(攻)이니, 멀리 있는 나라와는 사귀고, 가까이 있는 나라를 친다는 말이다.
진(秦)나라 소왕(昭王)은 멀리 있는 제(齊)나라를 공격하려고 했으나 가신(家臣) 범저(范雎)가 말렸다. “지난 날, 제나라가 멀리 있는 초나라를 쳐서 승리하고 영토를 넓혔으나 결국 잃었다. 왜냐하면 그 사이 옆의 한(韓)나라와 위(魏)나라가 군비를 증강했기 때문이다. 도적을 키우는 것과 같은 것이다.”라는 말에 소왕은 옆의 한나라부터 쳐서 멸망시키고, 다시 위나라, 초나라, 연나라를 병탄한 후, 최후에 제나라를 공격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즉 근접한 적부터 먼저 공격하여 취하는 것이 이롭다는 계이다. 옛날부터 이는 많은 나라가 대립 항쟁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언제나 유효한 책략으로 삼아졌다. 그 이유는 먼 곳에 있는 나라에 군대를 보내는 것은 힘만 들고 이에 따른 득이 적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진 나라와는 손잡고 가까이 있는 나라는 공격하는 책략은 가까운 나라는 공격하여 점차적으로 세력을 확대하라는 뜻이다. 외교전술의 기본이다. 근국(近國)은 과거 일들 때문에 사이가 안 좋을 때가 많다. 어찌되었건 우선 발밑부터 튼튼히 하라는 것이다.
24. 삼십육계의 제24계는 가도벌괵(假道伐虢)이다.
길을 빌려 괵나라를 친다는 뜻으로, 거짓으로 빌릴 가(假). 길 도(道). 칠 벌(伐). 물 호랑이 호(鯱)이니, 거짓으로 길을 빌려 호나라를 쳤다는 말이다. 진(晋)나라 옆에 우(虞)와 호(鯱)라는 작은 나라가 있었다. 진나라의 헌공(獻公)은 우나라에 자기 나라 국보를 보내며, “호나라를 치고자하니 길을 빌려 달라”고 했다.
그러자 우나라 신하인 궁지기(宮之奇)는 “호나라와 우리나라는 서로 돕는 사이이며, 호나라를 치고 나면 우리 우나라를 칠 것이니 거절하라”고 말렸으나, 보석에 눈이 먼 우공(虞公)은 듣지 않았다. 호나라를 친 진(晋)나라는 수년 후 우(虞)나라 까지 쳐서 멸망시켰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것은 대의명분(大義名分)을 내걸고 소국을 병탄하는 계략이다.
반대로 소국은 대국에게 병탄되지 않도록 항상 외교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적과 우군 사이에 있는 약소국을 적이 공격할 경우 아군이 즉각 구원해 주어야 하며, 군사력을 증강하여야 한다는 계이다. 즉 작은 나라의 어려움을 틈타 이를 정벌하는 책략이다. 예로써 괵(虢)은 춘추시대(春秋時代)의 한 작은 나라의 이름이다. 큰 나라인 진(晋)이 작은 나라인 우(虞)나라에게 길을 빌려 괵나라를 공격하였는데,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 마저 멸망시킨 사실에서 유래되었다.
병전(倂戰)의 계(計)
상황의 추이에 따라 언제든지 적이 될 수 있는 우군을 배반, 이용하는 전략이다.
25. 삼십육계의 제25계는 투량환주(偸梁煥柱)이다.
대들보를 훔치고 기둥을 바꾼다는 뜻으로, 훔칠 투(偸), 대들보 량(梁), 바꿀 환(換), 기둥 주(柱)이니, 대들보를 훔치고 기둥으로 바꾸어 넣는다는 말이다.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는 제(齊)나라의 재상 후승(后勝)과 그의 부하들을 매수하고, 진나라로 꼬아냈다. 꼬아낸 후, 그들에게 많은 돈을 주고, 첩보원으로서 양성한 후에, 제나라로 돌려보냈다. “돌아가서 진나라는 강대한 나라라고 인식시켜라”고 하였다. 그 후 진군(秦軍)이 제나라를 공격 하였으나, 제나라 사람들은 모두가 진나라는 강대한 나라라고 인식되어 기가 죽어 있었기 때문에 감히 대항하려 하지 않았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 계략은 상대방 뼈를 빼내라는 계략이며, 적국은 물론 동맹국에게도 이용된다. 적의 조직에 내 사람을 넣어 중요한 곳을 조금씩을 잠식한 후, 드디어는 상대방을 몽땅 빼앗는 약간은 비겁한 계략이기도 하지만, 평화적인 수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은 마차 바퀴를 빼내어 마차를 멈추게 하라는 계략이다.
26. 삼십육계의 제26계는 지상매괴(指桑罵槐)이다.
뽕나무를 가리키면서 회화나무를 꾸짖는다는 뜻으로, 손가락 지(指), 뽕나무 상(桑), 욕할 매(罵), 홰나무 괴(槐)이니, 뽕나무를 손가락질하며 홰나무를 욕한다는 말이다. 제(齊)나라가 연(燕)나라에게서 공격을 받자, 사마(司馬)라는 장군이 전군을 소집했다. 그러나 왕의 총신인 장가(莊賈)는 기한을 넘기고 도착했다. 변명을 하며 왕의 도움을 청하려는 장가를 장군은 군법으로 즉결 처형하였다. 이것을 본 병사들은 떨며 통제에 순응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우호국이나 부하에게 직접 화를 낼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 간접적으로 야단치는 계이다. 이것은 통솔력을 유지하기위한 연기의 하나이다. 조직 유지를 위해서는 믿고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느슨해 질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엄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심지어 본인의 동의를 얻어 야단받이를 만들어 놓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야단치는 수법도 있다. 그 야단받이가 높을수록 효과는 더 크다. 적당히 강경하면 상대방을 순응하도록 만들고, 크게 강경하면 상대방을 순종 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 말은 A라는 사람을 비판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경우 A대신 B를 꾸짖어 간접적으로 A를 비판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삼십육계 중에서 가깝게 지내는 나라나 부하를 다루는 방법으로 흔히 채택되고 있다. 가깝게 지내는 나라에 대하여 정면으로 비판을 가한다거나 부하를 면전에서 욕하면 배반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상대가 알아차릴 만하게 다른 사람을 간접적으로 꾸짖으면 더욱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27. 삼십육계의 제27계는 가치부전(假痴不癲)이다.
잘 떠들면서 경거망동한 행동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바보인 척하면서 행동을 삼가는 편이 낫다는 뜻으로, 거짓 가(假), 어리석을 치(癡), 아니 불(不), 미칠 전(癲)이니, 바보인척은 하되 미친척은 하지 말라는 말이다. 삼국시대(三國時代), 위(魏)나라의 원로인 중달(仲達)은 명문 조상(曹爽)에게 잘못 보여 실권도 없는 지위에 머물렀다.
그는 한때 병을 핑계로 조정에 나가지 않았다. 중달의 행동을 수상이 여긴 조상은 부하에게 “병문안을 가서 살펴오라”고 하였다. 가보니 중달은 의복을 흐트러트리고, 죽을 흘리고, 정신이 나간 것같이 행동했다. 이것을 본 부하들은 정말 정신이 나간 것으로 알고 조상에게 그렇게 보고했다. 그렇게 해서 방심하게 해놓은 중달은 어느 날 쿠데타를 일으켜 실권을 잡았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 계는 매(鷹)는 발톱을 숨긴다는 속담과 같은 것이다. 자기 속을 숨기고 바보나 무능하게 보이면 상대방은 방심하게 된다. 그렇게 해놓고 치라는 것이다. 이것은 둔괘(屯卦)의 괘상(卦象)에서 나온 것이다. 마음속으로는 치밀한 계산을 하면서도 밖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결국 이는 바보같이 행동하면서 상대가 방심하도록 유도하는 책략이다. 뛰어난 지도자는 자기의 재능을 자랑하지 않는다.
노자(老子)는 ‘지도자는 지모를 깊숙이 감추고 있기 때문에 겉으로 보면 바보같이 보인다. 이것이 지도자의 이상적인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하나의 책략으로 사용하여 행동하도록 권하는 것이 가치부전(假痴不癲)이다.
28. 삼십육계의 제28계는 상옥추제(上屋抽梯)이다.
지붕위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치운다는 뜻으로, 위 상(上), 집 옥(屋), 뺄 추(抽), 사다리 제(梯)이니, 사람을 지붕위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치우라는 말이다. 허술하게 보여 적을 끌어들인 후 뒤따르는 부대를 끊어서 포위 섬멸한다는 책략이다.
초(楚)나라의 항우(項羽)가 진(秦)나라에게 포위당한 동맹군을 구출하려고 출동했을 때, 항우는 황하(黃河)를 건너자 배를 모두 침몰시키고, 3일분만의 식량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고, 병사들의 천막도 모두 태웠다. 그리고“3일안에 진군(秦軍)을 파하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고 병사들에게 선언했다. 병사들은 결사의 각오로 싸워 진군을 격멸시켰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 계는 적에 대해서는 미끼를 던져 유인해서 함정에 빠트리라는 계이며, 아군에 대해서는 배수의 진으로 결사 각오를 시키라는 계인 것이다. 어느 쪽이든 과감한 작전 인 것이다. 계략으로 적군을 아군 깊숙이 유인한 후, 후원군을 차단하고 치는 계략이다. 강한 상대를 유인할 때는 이 수법을 흔히 쓰는데, 상대를 유인하려면 온갖 지혜와 달콤한 미끼와 주도 면밀한 준비가 없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29. 삼십육계의 제29계는 수상개화(樹上開花)이다.
나무 위에 꽃을 피운다는 뜻으로, 나무 수(樹), 위 상(上), 열 개(開), 꽃 화(花)이니, 나무에 꽃을 피워 과시하라는 말이다. 전쟁 중, 아군의 병력이 열세일 때가 있다. 이럴 때, 타군(他軍)의 힘을 빌리거나, 허수아비 군대를 많이 세워 아군을 대병력으로 보이게 해서 적군을 위압하는 계략이다. 그 사이 병력을 정비하거나 철퇴하거나 하는 것이다.
허풍도 때에 따라서 큰 힘이 된다. 병력이 약한 부대를 강력한 부대인 듯 위장하는 계이다. 깃발이나 창 ,칼 ,북 ,꾕과리 등으로 이쪽의 병력이 많은 것처럼 꾸미는 책략이다. 적은 물론이고 동맹국들에게도 신뢰감을 주기 때문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병력이 소수이거나 약세일 때 자주 사용되는 수법이다.
30. 삼십육계의 제30계는 반객위주(反客爲主)이다.
손님의 입장으로부터 차츰 주인의 자리를 차지하는 책략으로, 되돌릴 반(反), 손님 객(客), 할 위(爲), 주인 주(主)이니, 객이 반대로 주인이 되는 계인 것이다.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은 각자의 군을 이끌고 진(秦)나라의 도읍인 함양(感陽)을 공격했다. 그런데 소군(小軍)인 유방의 군이 먼저 들어갔다. 분하게 된 항우는 유방을 죽이려 했다. 그러자 그것을 안 유방은 항우에게 찾아가 사죄했다. 그리고 그 후에도 계속된 괴롭힘도 견디어 내며 세력을 키워나갔다. 드디어는 항우를 치고 한(漢)나라의 황제가 되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구르는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낸다. 틈 생기면 우선 발을 집어넣고, 차츰차츰 영향력을 확대해서 드디어는 주도권을 장악하라는 계이다. 이러한 책략을 성공시키려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서 한 걸음씩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급하거 서두르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패전(敗戰)의 계(計)
상황이 가장 불리한 경우 열세를 우세로 바꾸어 패배를 승리로 이끄는 전략이다.
31. 삼십육계의 제31계는 미인계(美人計)이다.
세력이 강한 적장의 마음을 아름다운 여인을 이용해 교묘히 꾀어내는 수법으로, 아름다울 미(美), 사람 인(人), 계략(計略) 계(計)이니, 아름다운 여인을 이용하는 계인 것이다. 오왕(吳王) 부차(夫差)에게 패한 월왕(越王) 구천(句踐)은 오왕을 쳐 이기기 위해 미인을 찾아내어 오왕에게 보냈다. 월나라 오왕이 그 여인에게 빠져있는 사이 국력을 증강하고 드디어는 오나라를 처서 멸망시켰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적의 장(將)에게는 미인을 헌상하는 것이 최상의 책이다. 체력을 소모시키고 소홀해지고, 병사들은 퇴폐해 지기 때문이다. 적에게 돈이나 물자를 보내는 것은 적의 전력을 증강시켜 아군을 공격해 오게 하는 최하의 책인 것이다. 만일 상대가 영특한 사람이라면 계책을 세워 의욕을 상실케 한다. 우두머리와 부하들의 의욕을 꺾으면 상대는 저절로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 책략의 핵심은 상대의 마음을 딴 곳으로 돌리는 데 있다. 상대의 마음을 빼앗으려면 절세의 미녀라야 가능하다.
32. 삼십육계의 제32계는 공성계(空成計)이다.
성을 비우는 책략으로, 빌 공(空), 성 성(城), 계략 계(計)이니, 성을 비워 무슨 계책을 숨기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 계략이다. 삼국시대(三國時代), 위(魏)나라의 중달(仲達)은 15만의 대군으로 촉(蜀)나라의 공명(孔明)의 성을 공격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공명의 성에는 2500의 병사 밖에 없었다. 그러자 공명은 기를 내리고 문을 개방하고 병사들을 숨기고 자신은 성의 위에 앉아 우아하게 금(琴)을 타고 있었다. 이것을 본 중달은 “저것은 무언가 계책이 숨어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공격하지 않고 철수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 계는 거짓으로 적을 동요시키는 매우 위험한 궁여지책(窮余之策)이다. 이것은 상대방이 지능적이 아니면 말려들지 않는다. 저돌맹진형(猪突猛進型)의 장(將)일 때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돌진해 오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이면의 이면(裏面)을 읽는 심리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일부러 무방비 상태인 양 보임으로써 적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전략이 공성계(空成計)인데 29계인 수상개화(樹上開花)와는 반대 심리를 이용한다. 적에게 발각되면 돌이킬 수 없는, 그야말로 죽음을 무릅쓴 계책 중의 계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도 얼떨결에 그 술책에 넘어가게 된다.
33. 삼십육계의 제33계는 반문계(反問計)이다.
적의 첩자를 역이용하는 책략으로, 되돌릴 반(反), 사이 간(間), 계략(計略) 계(計)이니, 간첩을 되돌려 쓰라는 계략인 것이다. 초(楚)나라 항우(項羽)는 한(漢)나라 유방(劉邦)에게 사자를 보냈다. 유방은 사자를 마치 왕후 귀족처럼 대접했다. 그리고는 직접 만나 “아 범증(范增)님이 보낸 사자가 아닌가.”라고 하며 큰 돈도 주었다. 그 사자는 항우에게 돌아와 “유방이가 범증님이 보내서 왔구나.”라고 하더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항우는 군사(軍師) 범증이 유방과 내통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그의 제언을 듣지 않았다. 화가 난 범증은 항우 곁을 떠났고, 초나라에는 군사가 없어졌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 계는 적의 간첩을 역이용해서 상대방을 혼란시키는 계이다. 즉, 적의 간첩을 잡아 후대하고 역정보를 주어 돌려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적은 자기들이 보낸 간첩이니 믿을 수밖에 없고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용한 계략인 것이다. 그러니 정보에는 허실이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는 상대방 첩자에게 역정보를 흘려서 상대를 혼란케 하는 수법인데, 여기에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첩자를 매수하거나, 아니면 눈치채지 못한 체하고 고의로 거짓정보를 흘리는 방법이다. 어느 방법을 선택하든지 힘들이지 않고는 승리를 거둘 수 없다.
34. 삼십육계의 제34계는 고육계(苦肉計)이다.
자기 몸을 상처내는 책략으로, 쓸 고(苦), 고기 육(肉), 꾀 계(計)이니, 내 육신을 괴롭히어 이를 얻으라는 계략이다. 삼국시대(三國時代), 조조(曹操)가 오(吳)나라를 침공했을 때, 조조군은 대군인데 비해 오나라의 손권군(孫權軍)은 열세였다. 오나라는 조조군 배들을 태워 없애는 작전으로 나갔으나 배에 근접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장군의 한사람인 황개(黃蓋)를 군율을 어겼다는 죄로 매질을 한 후, 감옥에 가두었다가 밤중에 도망치게 해서 조조에게 항복하게 했다. 조조는 이런 계략도 모르고 황개를 영접하고 그를 믿었다. 그리고는 황개가 시키는 대로 배를 서로 묶는 연환계(連環計)에 말려들어 화공(火攻)에 의해 대패를 당했다. 이것이 황개의 고육책(苦肉策)이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아군의 손실없이 적을 이기는 것보다 더한 상책은 없다. 그러나 쉬운 것이 아니다. 따라서 다소의 희생을 치르더라도 작전을 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삼국지(三國志)에 나오는 적벽대전(赤壁大戰)으로 너무도 유명하다. 이와 같은 책략은 옛날부터 전쟁 중에 사용된 적이 많았다. 그중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총애하는 신하를 희생시킨 예도 가끔 있을 만큼 승부에 대한 집념이 대단했다.
35. 삼십육계의 제35계는 연환계(連環計)이다.
고리를 잇는 계책으로, 잇닿을 연(連), 고리 환(環), 꾀 계(計)이니, 여러가지 계책을 교묘하게 고리 같이 연결해 놓고 치라는 계략이다.
삼국시대(三國時代), 조조(曹操)는 배의 대군으로 오(吳)나라를 침공했다. 그러나 수상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병사들은 역병에 시달렸다. 이를 본 오나라는 장군의 한사람인 황개를 군율을 어겼다는 죄로 매질을 한 후, 감옥에 가두었다가 밤중에 도망치게 해 조조에게 항복하게 했다. 즉, 고육계(苦肉計)를 썼던 것이다.
조조는 이런 계략도 모르고 황개를 반가이 영접하고 믿었다. 황개는 조조에게 “배를 서로 연결하면 흔들림이 줄어서 병사들이 회복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조는 기뻐하며 쇠사슬로 배들을 서로 묶었다. 그렇게 기동성을 없게 해놓고 오군은 화공(火攻)으로 조조의 배들을 모조리 태워버렸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또 송(宋)나라 장수 필재우(畢再遇)는 금(金)나라 병사들과의 전투에서 진격과 퇴각을 거듭하여 하루종일 적군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향료를 넣어 삶은 콩을 땅에 뿌려 놓고는 적을 도발하여 싸우는 척하다가 도망쳤다. 승세를 놓칠세라 추격하던 적군이 콩을 뿌려 놓은 곳에 이르자, 하루종일 굶주린 적군의 말들은 콩을 먹느라 채찍을 휘둘러도 움직일 줄을 몰랐다. 필재우(畢再遇)는 이 틈을 타서 역습하여 대승을 거두었는데, 이 전략도 연환계(連環計)의 한 예로 언급된다
적이 강할 때는 정면으로 공격하면 불리하다. 적 기동성을 둔화시키든가, 적병들의 염전심을 높이든가, 적들끼리 서로 싸우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시 말하면 이는 먼저 적의 움직임을 제압한 후, 제2, 3의 계략을 구사하여 강한 적을 멸하는 책략이다. 이것은 한 번에 승리를 노리는 것이 아닌 두 가지 이상의 책략을 혼합하여 적을 멸하는 데 묘미가 있다. 기교(機巧)는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機巧貴連/기교귀련)고 말했다.
적에 대한 작전을 전개할 때 계략을 쓰는 것은 우수한 지휘관이 당연히 해야 할 직무이다. 쌍방 지휘관이 모두 경험이 많은 고수들인 경우, 한 가지 계책만을 쓸 경우 왕왕 상대방에게 간파되기 쉽다. 한 가지 계책에 또 다른 계책을 연 이어 사용하여 계책들을 연결시키게 되면 그 효과가 훨씬 커질 수 있다.
36. 삼십육계의 제36계는 주위상(走爲上)이다.
도망가는 것을 상책으로 삼는다는 뜻으로, 달릴 주(走), 할 위(爲), 위 상(上)이니,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이다. 한(漢)나라의 유방(劉邦)은 항우(項羽)의 강력한 군대에게 계속적으로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싸움에는 지면서도 보급로 만큼은 항상 확보하면서 도망 다녔다. 그 결과 전술적으로는 지고 있었으나 전략적으로는 포위망을 구축해 나갔던 것이라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승산(勝算)이 없으면 싸우지 말고 도망쳐라. 열세에 처했을 때는 퇴각시켜 손실을 줄이라는것이 36계 최후의 전술이다. 도망치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다. 이기지는 못해도 지는 것은 아닌 것이다. 병력을 보존하였다가 다시 공격하면 되는 것이다. 옥쇄를 하여서는 재기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는 ‘삼십육계 줄행랑이 제일이다’는 말을 낳은 마지막 계략이다.
병법(兵法)에서는 상황에 따라서 일부러 후퇴하는 것도 불사(不辭)한다고 나와 있는데 이 또한 병법의 철칙이다. 손자(孫子)에도 병력이 열세이면 물러나고, 승산이 없으면 싸우지 않는다고 쓰여져 있다. 사람이 죽으면 승리도 패배도 없는 것이다. 불리할 때 일단 퇴각하면 전력을 보완하여 다시 싸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용기있게 후퇴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참다운 용기를 지닌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삼십육계(三十六計)
병법 36계. 병법에 관한 36가지 계책을 가리킨다. 계책의 예시가 되는 36가지 일화의 한자성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총 6가지의 상황 분류에 각각 6가지의 계책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36계이다. 저자는 흔히 남조 송(宋)의 명장인 단도제(檀道濟)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흔히 단공삼십육계(檀公三十六計)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사인 남제서(南齊書)에 "단공(檀公: 단도제)의 서른여섯 가지 계책 가운데 달아나는 것이 제일이다."출전(出典) 라는 구절이 있기 때문에 단도제가 삼십육계라는 병법으로 유명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현존하는 삼십육계가 진짜 단도제가 말했던 그 삼십육계인지 그리고 진짜 저자가 단도제인지는 확실치 않다. 왜냐하면 단도제의 계책이 확실한 주위상(走爲上)을 제외하면 현존하는 삼십육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단도제와 천 년 이상의 시간차가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남제서의 구절에서 천 년이 넘게 지난 명나라 때에 가서야 삼십육계나 각종 계책들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들이 문헌상에 확실히 등장하고 더구나 현존하는 삼십육계 전부가 모여서 하나의 판본으로 등장하는 것은 더 늦어서 청나라에 가서나 보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단도제가 실제로 36가지 계책을 내놓았는지도 불분명하다. 단공삼십육계란 말은 남제 시대 왕경칙이라는 자의 언급으로 나오며, 당시 상황은 진지하게 군사작전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도망치는 적을 비꼬는 소리였다.
자세하게 말하자면 이렇다. 왕경칙이 반란을 일으킬 때 태자로 있었던 소보권도 반란 좀 일으켜볼까 했다가 왕경칙이 쳐들어올 것 같자 허겁지겁 도주했고, 이 일을 전해들은 왕경칙은 '단공의 삼십육책에서 도주가 상책이었다. 니들 부자는 도망하는 것 말고는 할 게 있겠냐'며 비꼬았다. 즉 삼십육계의 기원이 되는 주위상 자체부터 그냥 개드립에 불과했는 데 후세에서 진지하게 끼워맞췄다는 것.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삽십육계를 병법으로 취급하지 않기도 한다.
병법이라고 하기엔 전쟁과 관련된 고사성어 몇 개에 부연 설명을 몇마디 붙인 것뿐이라 학술적 깊이가 너무 얕다는 것. 게다가 계략이라는 건 배우는 게 아니라 생각해내는 것이다. 계략이 교과서적인 지식이라면 아군이나 적군이나 모두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의 허를 찌른다는 계략의 기본이 무너지게 된다. 가령 초한시대 한신은 암도진창에 성공했지만 이 사례가 역사에 남은 뒤로 후세대 사람들은 진창의 방어를 중시하였으므로 삼국시대 제갈량은 진창을 뚫지 못하고 막힌 바가 있다.
36계 자체는 꽤 유명하지만 정작 각각의 계가 무슨 내용인지 상세하게 아는 사람은 적다. 더 정확히는 대중에게 유명한 몇가지의 계(-미인계나 성동격서 등)를 제외한 나머지 계들은 거의 인지도가 전무하다시피 한 수준이다. 하지만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전쟁과 비슷한 상황인 스포츠나 게임(보드게임, AOS, RTS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순수견양의 사례만 보아도 AOS 게이머들은 스노우볼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고 있다. 픽 흔들기나 드랍 낚시 등은 성동격서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예시를 들면 도미니언(보드 게임), 전략 항목에 나와있는 슬로그(Slog) 전략은 척 보면 못하는 사람이나 하는 거 같은 짓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알고보면 의도를 숨기고 조지는 암도진창, 소리장도, 가치부전에 해당된다.
삼국지 조조전에서 정욱이 퇴각하면서 내뱉는 대사인 "삼십육계 줄행랑이 제일"도 이것. 그러니까 위에서 말했듯이 '삼십육계 중에 제일'이라는 뜻이다.
▶️ 三(석 삼)은 ❶지사문자로 弎(삼)은 고자(古字)이다. 세 손가락을 옆으로 펴거나 나무 젓가락 셋을 옆으로 뉘어 놓은 모양을 나타내어 셋을 뜻한다. 옛 모양은 같은 길이의 선을 셋 썼지만 나중에 모양을 갖추어서 각각의 길이나 뻗은 모양으로 바꾸었다. ❷상형문자로 三자는 '셋'이나 '세 번', '거듭'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三자는 나무막대기 3개를 늘어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대나무나 나무막대기를 늘어놓은 방식으로 숫자를 표기했다. 이렇게 수를 세는 것을 '산가지(算木)'라 한다. 三자는 막대기 3개를 늘어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숫자 3을 뜻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호의를 덥석 받는 것은 중국식 예법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최소한 3번은 거절한 후에 상대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다. 三자가 '자주'나 '거듭'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도 이러한 문화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三(삼)은 셋의 뜻으로 ①석, 셋 ②자주 ③거듭 ④세 번 ⑤재삼, 여러 번, 몇 번이고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석 삼(叁)이다. 용례로는 세 해의 가을 즉 삼년의 세월을 일컫는 삼추(三秋), 세 개의 바퀴를 삼륜(三輪), 세 번 옮김을 삼천(三遷), 아버지와 아들과 손자의 세 대를 삼대(三代), 한 해 가운데 셋째 되는 달을 삼월(三月), 스물한 살을 달리 일컫는 말을 삼칠(三七), 세 째 아들을 삼남(三男), 삼사인이나 오륙인이 떼를 지은 모양 또는 여기저기 몇몇씩 흩어져 있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삼삼오오(三三五五), 삼순 곧 한 달에 아홉 번 밥을 먹는다는 뜻으로 집안이 가난하여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다는 말을 삼순구식(三旬九食), 오직 한가지 일에만 마음을 집중시키는 경지를 일컫는 말을 삼매경(三昧境), 유교 도덕의 바탕이 되는 세 가지 강령과 다섯 가지의 인륜을 일컫는 말을 삼강오륜(三綱五倫), 날마다 세 번씩 내 몸을 살핀다는 뜻으로 하루에 세 번씩 자신의 행동을 반성함을 일컫는 말을 삼성오신(三省吾身), 서른 살이 되어 자립한다는 뜻으로 학문이나 견식이 일가를 이루어 도덕 상으로 흔들리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삼십이립(三十而立), 사흘 간의 천하라는 뜻으로 권세의 허무를 일컫는 말을 삼일천하(三日天下),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 뜻으로 거짓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남이 참말로 믿기 쉽다는 말을 삼인성호(三人成虎), 형편이 불리할 때 달아나는 일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삼십육계(三十六計), 하루가 삼 년 같은 생각이라는 뜻으로 몹시 사모하여 기다리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삼추지사(三秋之思), 이러하든 저러하든 모두 옳다고 함을 이르는 말을 삼가재상(三可宰相), 삼 년 간이나 한 번도 날지 않는다는 뜻으로 뒷날에 웅비할 기회를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삼년불비(三年不蜚), 세 칸짜리 초가라는 뜻으로 아주 보잘것 없는 초가를 이르는 말을 삼간초가(三間草家), 봉건시대에 여자가 따라야 했던 세 가지 도리로 어려서는 어버이를 시집가서는 남편을 남편이 죽은 후에는 아들을 좇아야 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삼종의탁(三從依托), 키가 석 자밖에 되지 않는 어린아이라는 뜻으로 철모르는 어린아이를 이르는 말을 삼척동자(三尺童子), 세 사람이 마치 솥의 발처럼 마주 늘어선 형상이나 상태를 이르는 말을 삼자정립(三者鼎立), 세 칸에 한 말들이 밖에 안 되는 집이라는 뜻으로 몇 칸 안 되는 오막살이집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삼간두옥(三間斗屋), 가난한 사람은 농사 짓느라고 여가가 없어 다만 삼동에 학문을 닦는다는 뜻으로 자기를 겸손히 이르는 말을 삼동문사(三冬文史), 삼생을 두고 끊어지지 않을 아름다운 언약 곧 약혼을 이르는 말을 삼생가약(三生佳約), 세 마리의 말을 타고 오는 수령이라는 뜻으로 재물에 욕심이 없는 깨끗한 관리 즉 청백리를 이르는 말을 삼마태수(三馬太守), 세 치의 혀라는 뜻으로 뛰어난 말재주를 이르는 말을 삼촌지설(三寸之舌), 얼굴이 셋 팔이 여섯이라는 뜻으로 혼자서 여러 사람 몫의 일을 함을 이르는 말을 삼면육비(三面六臂), 사귀어 이로운 세 부류의 벗으로서 정직한 사람과 성실한 사람과 견문이 넓은 사람을 이르는 말을 삼익지우(三益之友), 세 가지 아래의 예라는 뜻으로 지극한 효성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삼지지례(三枝之禮), 머리가 셋이요 팔이 여섯이라 함이니 괴상할 정도로 힘이 엄청나게 센 사람을 이르는 말을 삼두육비(三頭六臂), 세 번 신중히 생각하고 한 번 조심히 말하는 것을 뜻하는 말을 삼사일언(三思一言) 등에 쓰인다.
▶️ 十(열 십)은 ❶지사문자로 什(십), 拾(십)은 동자(同字)이다. 두 손을 엇갈리게 하여 합친 모양을 나타내어 열을 뜻한다. 옛날 수를 나타낼 때 하나로부터 차례로 가로줄을 긋되, 우수리 없는 수, 다섯은 ×, 열은 Ⅰ과 같이 눈에 띄는 기호를 사용하였다. 나중에 十(십)이라 썼다. ❷상형문자로 十자는 ‘열’이나 ‘열 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十자는 상하좌우로 획을 그은 것으로 숫자 ‘열’을 뜻한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十자를 보면 단순히 세로획 하나만이 그어져 있었다. 이것은 나무막대기를 세워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이렇게 막대기를 세우는 방식으로 숫자 10을 표기했었다. 후에 금문에서부터 세로획 중간에 점이 찍힌 형태로 발전하면서 지금의 十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十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모양자 역할만을 할 뿐 의미는 전달하지 않는다. 그래서 十(십)은 ①열 ②열 번 ③열 배 ④전부(全部), 일체(一切), 완전(完全) ⑤열 배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한 해 가운데 열째 달을 시월(十月), 충분히 또는 넉넉히로 부족함 없이를 십분(十分), 어떤 분야에 뛰어난 열 사람의 인물을 십걸(十傑), 보통 4km 거리를 십리(十里), 사람이 받는 열 가지 고통을 십고(十苦), 열 살로부터 열아홉 살까지의 소년층을 십대(十代), 썩 잘 된 일이나 물건을 두고 이르는 말을 십성(十成), 오래 살고 죽지 아니한다는 열 가지 물건을 십장생(十長生), 실을 십자형으로 교차시켜 놓는 수를 십자수(十字繡), 열 번 찍어 아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십벌지목(十伐之木),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 열에 여덟이나 아홉이라는 십중팔구(十中八九), 열 번 살고 아홉 번 죽는다는 십생구사(十生九死), 열 사람의 눈이 보고 있다는 십목소시(十目所視), 십년 동안 사람이 찾아 오지 않아 쓸쓸한 창문이라는 십년한창(十年寒窓), 열흘 동안 춥다가 하루 볕이 쬔다는 십한일폭(十寒一曝), 오래 전부터 친히 사귀어 온 친구를 십년지기(十年知己), 열 사람이면 열 사람의 성격이나 사람됨이 제각기 다름을 십인십색(十人十色) 등에 쓰인다.
▶️ 六(여섯 육/륙)은 ❶지사문자로 두 손의 세 손가락을 아래로 편 모양을 나타내어 '여섯'을 뜻한다. 五(오) 이상의 수를 나타내는 한자의 기원은 과히 뚜렷하지 않으나 다만 (四-六-八)은 닮은 글자이며 (五-七-九)도 같은 자형(字形)으로 되어 있다. ❷상형문자로 六자는 '여섯'이나 '여섯 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六자는 八(여덟 팔)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숫자 '여덟'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六자의 기원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설은 없다. 다만 六자의 갑골문을 보면 마치 지붕 아래로 기둥이 세워져 있는 듯한 모습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에 본래는 작고 허름한 집을 뜻했던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六자는 이러한 해석과는 관계없이 일찍이 숫자 '여섯'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六(육/륙)은 (1)여섯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여섯 ②여섯 번 ③죽이다(=戮)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한 해의 여섯째 달을 유월(六月), 60일 또는 60살을 일컫는 말을 육순(六旬), 열의 여섯 배가 되는 수를 육십(六十), 여섯 치 또는 재종 간의 형제나 자매의 서로 일컬음을 육촌(六寸), 한시에서 여섯 자로서 한 구를 이루는 형식을 육언(六言), 무엇을 직접으로 느끼어서 깨닫는 신비한 심리 작용을 육감(六感), 점괘의 여러 가지 획수를 육효(六爻), 사람의 여섯 가지 성정으로 희喜 노怒 애哀 낙樂 애愛 오惡를 이르는 말을 육정(六情), 여섯 가지의 곡물로 벼 기장 피 보리 조 콩을 이르는 말을 육곡(六穀), 예순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나이 쉰 한 살을 일컫는 말을 망륙(望六), 언론계에서 뉴스 보도에 반드시 담겨져야 할 여섯 가지 기본 요소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를 일컫는 말을 육하원칙(六何原則), 온갖 법령을 다 모아서 수록한 종합 법전을 이르는 말을 육법전서(六法全書), 14~15세의 고아 또는 나이가 젊은 후계자를 일컫는 말을 육척지고(六尺之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있으면 오뉴월의 더운 날씨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을 유월비상(六月飛霜), 내장의 총칭으로 오장과 육부를 분노 따위의 심리 상태가 일어나는 몸 안의 곳으로서 이르는 말을 오장육부(五臟六腑), 서른여섯 가지의 계략 또는 형편이 불리할 때 달아나는 일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삼십육계(三十六計), 여덟 개의 얼굴과 여섯 개의 팔이라는 뜻으로 뛰어난 능력으로 다방면에 걸쳐 눈부신 수완을 발휘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팔면육비(八面六臂), 두 팔과 두 다리와 머리와 몸통을 이르는 말로써 온몸을 이르는 말을 사대육신(四大六身), 얼굴이 셋이고 팔이 여섯이라는 뜻으로 혼자서 여러 사람 몫의 일을 함을 이르는 말을 삼면육비(三面六臂) 등에 쓰인다.
▶️ 計(셀 계)는 ❶회의문자로 计(계)는 간자(簡字)이다. 言(언)과 十(십)의 합자(合字)이다. 말(言)로 묶음(十)씩을 헤아려 센다는 뜻이 합(合)하여 계산하다를 뜻한다. 言(언)은 말, 十(십)자는 千(천)으로 쓴 자형(字形)도 있으며, 十(십)이나 千(천)은 우수리 없는 수이고, 計(계)는 수를 소리내어 헤아리며 정리하여 나가다, 계획하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計자는 ‘세다’나 ‘헤아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計자는 言(말씀 언)자와 十(열 십)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十자는 긴 막대기를 그린 것으로 숫자 10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숫자 10을 뜻하는 十자에 言자가 결합한 計자는 1에서 10까지 말(言)로 셈한다는 뜻이다. 쉬운 셈은 간단히 말로 계산을 할 수 있으니 計자는 그러한 의미가 담긴 글자라 할 수 있다. 그래서 計(계)는 (1)어떤 명사 아래에 쓰이어 그것을 계량 또는 측정하는 기구나 계기임을 나타내는 말 (2)합계(合計)나 총계(總計) (3)꾀 등의 뜻으로 ①세다 ②셈하다, 계산하다 ③헤아리다 ④꾀하다 ⑤수학 ⑥산수 ⑦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셈 수(數), 꾀 책(策), 셈 산(算)이다. 용례로는 수량을 헤아림을 계산(計算), 바둑을 다 둔 후에 집 수를 계산하는 일을 계가(計家), 분량을 계산하는 일을 계량(計量), 수량을 재는 각종 기구를 계기(計器), 부분 끼리의 합을 다시 몰아서 친 셈을 누계(累計), 수효를 헤아림을 계수(計數), 촌수를 따짐을 계촌(計寸), 먼 앞날까지 내다보고 먼 뒷날까지 걸쳐 세우는 큰 계획을 백년대계(百年大計), 죽은 자식 나이 세기라는 뜻의 망자계치(亡子計齒),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일만 생각하는 계책을 목전지계(目前之計), 어떤 어려운 일을 당해 아무리 생각해도 풀 만한 계교가 없음을 백계무책(百計無策), 천 가지 방법과 백가지 계책이라는 뜻의 천방백계(千方百計)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