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2주일 -주님을 두려워함과 주님을 먼저 생각함

더 밝게 더 기쁘게오늘 1독서는 사렙다 마을의 과부와 엘리야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방인의 구원을 말씀하실 때 인용한 구절이라서 유명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요. 먼저 오늘 독서의 배경을 보면 아합왕의 우상숭배로 하느님께서 진노하셔서 엘리야 예언자로 하여금 아합 임금에게 가뭄을 예언하게 하십니다. “내가 섬기는, 살아 계신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두고 맹세합니다. 내 말이 있기 전에는 앞으로 몇 해 동안 이슬도 비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그리고 숨어지내며 까마귀가 날라다주는 빵과 고기를 먹으면서 지내는데 오늘 복음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땔감을 줍고 있는 여인에게 물과 빵을 청하니 여인은 이렇게 답합니다. “주 어르신의 하느님께서 살아 계시는 한, 구운 빵이라고는 한 조각도 없습니다.” 엘리야가 아합왕에게 했던 말과 유사합니다. 직역을 하면 똑같습니다. “살아계신 하느님께 맹세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뭔 의미이길래 반복해서 나올까요?죽은 신이 아니란 것입니다. 살아계신 하느님을 고백한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내가 목말라 있을 때,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모든 환난과 죽음의 위험에서도, 내 곁에서 살아계시고 돌보아주시는 하느님이심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물론 사렙타 마을의 과부는 ‘나의 하느님’이나 ‘우리의 하느님’이 아니라 “주 어르신의 하느님”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죽은 우상을 숭배하는 당시 북이스라엘에서 살아계신 하느님을 두고 맹세하는 이 여인의 말은, 정말 하느님께서 북이스라엘에 살아계심을 증거하는 말이 되기에 큰 의미를 가집니다. 밀가루 한 줌과 병에 깔려있는 기름으로 마지막 식사를 하고 아들과 함께 죽을 작정이었던 과부에게 엘리야는 이렇게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가서 당신 말대로 음식을 만드시오.” 여기서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은 부정 명령으로 사용되었으니 위로나 인사말이 됩니다. 모든 식량이 동나고 더 이상 삶을 지탱할 만한 물질이나 희망이 없는 상태, 이 암울한 미래에 대해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과부에게 엘리야는 두려워하지 말라는 위로를 건넵니다.우리는 여러 가지를 두려워합니다. 없음을 두려워하고 낮게 내려감을 두려워하고 홀로 외로이됨을 두려워합니다. 우리 인생에 밀어닥치는 이 두려움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차원의 “두려움”을 가져야 합니다. 맞불 작전이라고 할까요? 사랑은 더 큰 사랑으로 잊혀지고 손가락에 가시찔린 나의 고통은 못에 뚫려 평화의 손을 내미시는 주님 손길로 치유되는 것입니다. 불확실한 인생에 소극적으로 두려워함에서,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적극적으로 흠숭하고 두려워하고 경외함으로 빠스카, 지나가고 건너가야 합니다.엘리야는 자신에게 먼저 음식을 내오고 그런 다음 자신과 아들의 음식을 만들라고 합니다. 어찌보면 시건방진 말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얼마 안되는 것을, 그것도 최후의 식사를... 자기에게 먼저 가져오라하니 어처구니 없게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서 두려움에 대해 말한 것처럼, 이것은 우리가 세상 걱정이나 염려, 인간적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하느님께 전적으로 맡기고 믿으며 하느님께 나아가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과부는 그렇게 하느님의 예언자에게 먼저 가져다주면서 밀가루 단지가 비지 않고 기름병이 마르지 않는 은총을 받게 됩니다. 우리도 주님을 먼저 생각하고 먼저 챙기고 먼저 신경쓸 때, 이 땅의 걱정과 두려움 떨쳐버리고 하느님 경외하고 두려워함으로 하늘을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땅의 행복 뿐만이 아니라 저 하늘의 참된 행복도 보장받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 우리가 첫째이고 먼저이듯이 우리도 주님이 첫째이고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