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상장경매제 외에 시장도매인제를 추가 도입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농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월13일 농정개혁위원회에서 ‘가락동 도매시장 내 시장도매인제 도입 검토자료’를 공개한 뒤 도매시장은 물론 생산자단체·학계·농민단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연이어 갖고 있다.
정부는 간담회에서 현재 가락시장 내 도매법인들이 경매제에 안주해 정가·수의매매나 견본거래, 이미지 경매 등에 소홀한 점을 집중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거래정보 제공이나 대금결제 장치 등을 보완한 뒤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아울러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더라도 15명 안팎의 소수로 시작할 계획인 만큼 농업계가 우려하는 경매제 위축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는 게 참가자 다수의 전언이다.
정부의 이같은 기조에도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반대하는 측의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이들은 특히 “정부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논리를 그대로 인용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강력 대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두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이미 도입한 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이런저런 문제가 나타난 시장도매인제를 왜 가락시장까지 확대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락시장에서 자유거래를 희망하는 중도매인들을 강서시장으로 보내 그곳을 시장도매인제 시장으로 특화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농민단체 관계자는 “시장도매인제가 가락시장에 도입돼도 경매제가 위축되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느냐”며 “공영도매시장은 출하자를 보호하는 공간으로 존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장예외품목으로 분류된 마늘이 특정 상인에게 종속돼 가격이 공개되지 않고 기준가격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운영 중인 경매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끊임없이 나온다.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가락시장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소모적 논쟁일 수 있는 만큼 정부가 현행 경매제를 보완해 더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중도매인의 최저거래금액을 올리거나 비상장거래 투명성 제고, 정가·수의매매 활성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산지 출하농가에게 시장도매인제를 제대로 알릴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출하농가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데도 정작 산지 출하자나 조직 등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급한 제도 도입으로 인한 피해는 출하농민에게 돌아올 수 있다”며 “전체적인 산지 의견을 물어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회에 가락시장 관리를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정부기관으로 이관하자는 의견도 있다.
장문철 경남 합천유통 대표는 “가락시장은 출하자를 위한 공영 중앙도매시장으로, 가격을 발견하는 곳”이라며 “서울시가 관리를 맡으며 시장을 흔드는 것은 문제가 있는 만큼 중앙정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