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955호
에프엠 구백구십구점구 사랑은 거짓말이야
박제영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라는 거짓말,
추자가 그랬지
이름을 불러 주기 전까지는 잘 살고 있었다고
네가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라는 빨간 거짓말,
추자가 그랬잖아
네가 네 시에 온다니까 세 시부터 죽어가기 시작하더라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라는 새빨간 거짓말,
추자가 그랬다니깐
자세히 보니 추하다 오래 보았더니 지겹다 헤어지더라고
거짓말이야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
추자의 노래가 흐르는 에프엠 구백구십구점구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여기는 에프엠 구백구십구점구 사랑은 거짓말이야
*김춘수 **생텍쥐페리 ***나태주 ****김추자
- 『천년 후에 나올 시집』(달아실, 3024)
***
거짓말 같은 가을입니다.
거짓말이라도,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성공의 비결이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실패의 원인이 됩니다.
거짓말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입니다.
거짓말은 약과 독을 동시에 지닌 파르마콘입니다.
"사필귀정, 권선징악, 참은 마침내 거짓을 이긴다"는 말이
인류 역사상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다는 말은 참일까요 거짓일까요?
우리 동네 현식이 형이 그러더군요.
오뚝이는 쓰러져도 또 일어서는 불굴의 표상이 아니라
눕고 싶어도 누울 수 없는 비애의 초상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맹자의 "역지사지(易地思之)"입니다.
“죽을 때까지 행해야 할 덕목이 있습니까.”
자공이 스승 공자에게 묻자, 공자가 답했다.
“그것은 서(恕)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행하지 마라(己所不欲 勿施於人).”
그러고 보면, "용서(容恕)"라는 말이 참 어려운 뜻을 담고 있습니다.
2024. 9.23.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