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한국 반도체 수출은 연내 최고치이다. 94.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났다. 6개월 연속 증가세이다. 94.6억 달러는 Huawei의 긴급 주문 영향이 있었던 9월 반도체 수출(95.0억 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를 제외하면 12월 한국 반도체 수출은 2018년 11월 106.8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문에 의하면, 반도체 수출의 호조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글로벌 IT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 재개로 메모리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점유율 경쟁에 따라 모바일 수요가 늘어났고, 대만 반도체 생산시설의 정전 사고가 DRAM 재고 확보 심리를 촉진했다.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2020년 하반기에 주춤하던 데이터센터 투자가 재개되어 서버 DRAM 재고의 축적이 재개되었다. 서버 DRAM 시장은 엔터프라이즈용과 클라우드용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둘 중에 클라우드용 수요가 먼저 턴어라운드했다. 한편 미국 상무부의 Huawei 제재 강화 이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OVX)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재고를 축적하고 있다. 아울러 대만의 Micron Memory Taiwan에서 정전이 발생한 이후 지진까지 일어나 DRAM 업황의 턴어라운드를 앞당겼다.
한국 반도체 수출 품목 중에 주목해야 할 것은 모바일 메모리 제품 MCP(Multi-Chip Package, DRAM과 NAND Flash 등의 복합구조칩 집적회로)와 시스템 반도체이다. 반도체 수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출 호조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MCP(Multi-Chip Package) 수출은 23.9억 달러를 기록했다. 12월 한국 반도체 수출 94.6억 달러에서 25%의 비중을 차지하며,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앞서 언급한 수출 호조 이유 중에 Huawei에 대한 제재가 더욱 강화된 이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OVX) 점유율 경쟁이 MCP 재고 확보를 촉진했다. 4G에서 5G로의 전환도 MCP의 수요에 긍정적이다.
MCP와 더불어 시스템 반도체 수출에도 주목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지난 11월부터 수출 실적 보도 자료에서 시스템 반도체 수출 성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12월 시스템 반도체 수출은 29.9억 달러로 반도체 수출에서 32%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하며 반도체 수출의 호조를 견인했다. 연간 기준 시스템 반도체 수출은 303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시스템 반도체 수출에 절반 이상 기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의 시스템 LSI와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도 호조이다. 2020년 연간 매출을 16.8조 원으로 전망했는데 17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기별로 비교해보면 3분기 대비 4분기에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의 팹리스와 파운드리 중에서 파운드리 사업부의 매출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전 세계적인 파운드리 제조설비 부족과 팹리스 고객사들의 파운드리 탈중국(moving production out of China) 영향 때문이다. 5~7nm 선단공정 매출이 늘어난 것도 시스템 반도체 실적에 기여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5~7nm 매출 비중은 20% 내외일 것으로 추정한다.
반도체 수출이 견고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시스템 반도체 수출의 경우 삼성전자에 좀 더 긍정적이다. MCP 수출의 호조는 메모리 업종의 Pure Player인 SK하이닉스에 좀 더 긍정적이다.
하나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