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없이 원하는 시간 되면 중간밸브 자동 잠궈 미국 일리노이대 유학파 출신 창업 건망증 보완하는 제품에 집중
가스 불을 오래 켜뒀다가 음식이나 냄비 태운 경험 한 번쯤 있다. 자칫 화재로 연결될 수도 있다. 설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중간밸브를 잠궈주는 가스차단기를 개발한 ‘가시안’의 김도연 대표를 만났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바로 어려서 꿈인 창업에 도전했다.
◇원하는 시간되면 중간밸브 돌려서 잠그는 장치
가스 중간밸브를 덮어서 장착하는 방식이다. 별도 시공 필요없이 끼우면 된다. 타이머와 모터로 구성됐다. 내가 설정한 시간이 흐르면, 모터가 작동해서 중간밸브를 덮고 있는 레버가 돌아가 밸브를 잠그게 된다. 누군가 손으로 중간밸브를 돌려서 잠그는 것 같다. 그만큼 밸브를 돌리는 모터의 힘이 충분하다.
타이머는 2분부터 10시간까지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라면 같은 간단한 요리부터 오래 끓여야 하는 곰탕까지 다양한 요리에 맞게 타이머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타이머 맞춰 놓고 다른 일 하면 됩니다. 원하는 시간이 지나면 요리가 완성돼 있죠. 가스 불 올려 놓고 계속 신경을 쓰고 있어야 하거나, 깜빡 잊어 냄비를 태우는 등 가스불과 관련한 불편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제품의 주목적은 화재 같은 사고 예방에 있지만, 시간 맞춰 요리하기 편하다고 좋아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별도 온도 센서를 장착했다. 65도 이상의 고온이 3분 이상 탐지되면 타이머와 상관없이 밸브를 잠근다. 음식을 데우는 것 이상으로 이상과열이 발생하면, 냄비보다 높이 있는 차단기에서 65이상 열이 감지되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제품 소재는 일반 플라스틱이 아닌 난연성 ABS 재질로 해서, 화재 발생 시에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했습니다." 온라인몰(http://bit.ly/2VG8Bwk)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유학 때부터 창업만 생각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 내내 관심은 창업이었다. 재학 중 ‘도어락’ 유통 사업에 도전했다. "미국은 도어락이 별로 보급돼 있지 않습니다. 판로만 잘 개척하면 승산 있는 시장이라 생각했습니다. 국내 도어락 제품을 들여야 미국에 맞게 다시 설계했습니다. 그런데 A/S에 막혔습니다. 그 넓은 땅에 A/S망을 구축할 엄두가 안나더라고요. 결국 미국에서 창업은 포기했습니다."
졸업이 임박하자 남들처럼 취업을 생각했다. 한국에 돌아와 한 광고회사 인턴 모집에 합격했다. "취직에 가까워졌으니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창업이 아니라 그랬나봐요. ‘결국 창업 외에 답이 없겠다’ 생각이 들더군요."
인턴을 포기하고 가진 돈 100만원으로 사업자를 냈다. "도어락 창업을 준비할 때 했던 경험들을 믿기로 했습니다. 일단 도전했죠."
◇가스차단기 한 제품만 승부
창업하면서 한결같이 밀고 온 제품이 ‘가스 차단기’다. 회사 이름 '가시안'도 '가스, 시간, 안전'의 줄임말이다. 혼자 살면서 필요성을 느꼈던 제품이다. 일단 남의 제품을 가져와 유통으로 시작했다. "100만원으로 홈페이지 만들어 온라인 판매부터 했습니다."
기대가 컸는데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오픈하고 3일 동안 딱 한 개 팔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 탓이었습니다. 저는 잘 알지만 소비자는 처음 보는 제품이에요. 어떤 제품인지 차근차근 설명부터 해야 하는데 소홀하고 말았습니다. 소비자들은 하나도 모르는데, 그저 ‘좋은 제품이다’ 어필하기만 바빴으니 효과가 없었던 거죠. 처음으로 돌아가 상세페이지 제작부터 다시 했습니다."
꼬박 두 달을 상세페이지 제작에 매달렸더니, 소비자 반응이 왔다. "곧 온라인에서 자리잡고, 후발주자도 생겼습니다."
이후 유통하던 제품의 아쉬운 부분을 보완해, 자체 제품을 내놨다. 유통업체로 시작해서 제조업체로 진화한 것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성능 인증을 받고, 제품의 버튼을 간소화해서 소비자가 사용하기 쉽도록 했습니다. 주부가 남편 도움 없이 혼자 설치하고 사용하는 걸 목표로 했죠. 설치도 시공할 필요없이 끼우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곧 이전보다 더 큰 반응이 왔습니다."
출시 5년만에 온라인몰(http://bit.ly/2VG8Bwk) 등에서 20만개를 팔았다. 연매출은 20억원에 육박한다. "매년 100% 넘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 기관이 주최한 2018 한국소비자만족지수에서 주방가전 부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합리적 가격의 가치있는 제품 지향
제품을 따라하는 곳이 많다. 홈페이지를 그대로 베낀 경우까지 있다. "홈페이지 해킹당한 줄 알고 너무 당황했습니다. 결국 좀더 좋은 제품을 만다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계속 격차를 유지하는 거죠. 3년 무상 A/S 등 서비스에도 차별성을 두고 있습니다."
-보람있다 느껴질 때는요. "나도 모르게 '귀한 생명 살리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요. 실제 ‘제품 덕에 화재를 면했다’고 전화 주시는 고객이 많습 니다. ‘더이상 냄비 태워 먹지 않는다’ 같은 후기 볼 때도 기분이 좋습니다."
-제품 개발과 경영에 우선순위가 뭔가요. "가치와 가격이요. 이왕이면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가스차단기는 화재로 인한 재산과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치가 있죠. 이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가치를 누릴 수 있습니다. ‘가치있는 제품을 좋은 가격에 제공하는 회사’라는 신뢰를 얻고 싶습니다."
-앞으로 계획은요. "다양한 IoT(사물인터넷) 제품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약통’을 곧 내놓을 예
정입니다. 센서를 통해 복약시간에 되면 LED 조명을 켜서 알려주고요. 스마트폰으로 알람도 보내주죠. 얼마전 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해서 기대가 큽니다. 집 밖에서 소등할 수 있는 '와이파이(Wifi) 조명 스위치'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잊는 것을 알려주는 제품'하면 '가시안'이 떠오를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