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가 지금까지 제작사 가치를 평가해 온 방식이 너무 구식이었을지도 모른다. Bottom-up 관점에서는 어닝 모델을 기반으로한 PER 밸류에이션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Top-down 관점에서도 그간의 가치평가 방식을 적용할 수 있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너무나 뚜렷한 환경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이은 디즈니와 애플tv의 한국진출, 최근 아이치이와 텐센트의 행보를 살펴보았을 때, 이제는 제작사의 새로운 가치평가 방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Top-down 관점에서 제작사 가치를 추정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18~’21넷플릭스의 아시아 투자금액과 한국 투자금액 추정
(2)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투자액 대비 한국 콘텐츠 투자금액 비율 추정
(3) 넷플릭스 시가총액* 넷플릭스한국 콘텐츠 투자 비중(2)
(4) (3)이 지금까지 제작사 market cap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는지 비교 -> 적정성 판단
(5) (4)를 기반으로 top-down기준 2021년 제작사 적정가치 평가
간단하게 설명하면, 넷플릭스 국내 투자금 비중을 넷플릭스 시총에 적용해 제작사 market cap을 추정해 보았다는 내용이다. 결론은 지금까지 시장이 탑다운 추정방식과 꽤 유사하게 움직여왔다는 것. 그런데 ‘21년도 만큼은 아직 적정가치에 미치지 못했다. 어닝기반 밸류에이션으로는 시장 기대치에 거의 근접했지만, 탑다운 기반 멀티플로는 업사이드가 100%나남아있다.
넷플릭스 국내투자 전년비 152% 증가 전망, 제작사 적정가치는?
넷플릭스의 2021년 콘텐츠 투자 예상액은 200억 달러. MPA(media partners asia)는 넷플릭스가 아시아 투자를 두배 이상 늘려 최소 10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1년도 넷플릭스의 국내 투자금액을 추정해보면 약 8,4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넷플릭스 투자금액이 국내 3,331억원임을 감안하면 2배 이상(152%)의 증가다. 이는 1) 넷플 릭스의 글로벌 투자금액이 yoy 증가세로 전환했다는 점(+16%,yoy) 2) 넷플릭스의 아시아 투자 비중이 증가했다는 점 (’20 년 2.9%-> ’21년 6% 추정), 3) 그 중에서도 한국 비중이 증가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넷플릭스는 2018년 이후 아시아 콘텐츠 제작 및 소싱에 20억 달러를 투자 했고, 220개의 타이틀을 공개했다. 그 중 한국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70개로 타이틀 수로는 1/3 수준이지만, 투자금액 비중은 60%를 상회하는 것으로 보아 시리즈 당 제작 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앞으로도 텐트폴 작품을 중심으로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제작사 적정 시총 추정은, 우리가 입이 닳도록 피어그룹이라 외쳐왔던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을 활용했다. 넷플릭스의 전체 투자금 중 국내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 -> 2019년 1.5% -> 2020년 1.9% -> 2021년 4%로 증가했다. 이 비중을 넷플릭스 시가총액에 곱해 보니, 2018년 0.8조 -> 2019년 2.1조 -> 2020년 4.1조 -> 2021년 10조 원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2018~2019년 수치가 마켓 캡 합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다고 생각했는데, 역산해보니 넷플릭스의 직접적 수혜를 받은 기업의 시총합과 유사했다.
2019년에 넷플릭스 수혜를 받았던 기업은 상장사 중 스튜디오드래곤이 유일, 드래곤의 시가총액은 2.x조원 수준. 일단 ‘19 년은 맞다. 2020년에 넷플릭스 수혜기업은 드래곤 + 제이콘텐트리와 에이스토리로, 합산 가치 4조원 수준. 이번에도 맞다. 이러한 추세라면 2021년에 글로벌 OTT의 수혜를 받을 NEW와 팬엔터, 그리고 다수의 제작사들 포함한 제작사 시가총액 합은 10조원에 수렴해야 한다.
디즈니 역시 콘텐츠 투자금액을 $1B 에서 2021년 14B~16B 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2024년 까지 매년 유사한 금액 투자할 것) 그 중 $8B~$9B 가 디즈니 플러스에 투자, 매년 100개의 오리지널을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디즈니가 인수한 레이블 에서 총 35편 제작 예정이고 나머지 65편은 로컬콘텐츠로 채울 전망이다. 넷플릭스 시장 진출 초기와 유사한 투자 비중을 설정하면 디즈니는 국내에 1,000억원~1,500억원 수준의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주 top tier~2nd tier를 제외한 종목들 (쇼박스, 삼화네트웍스, 스튜디오 산타클로스)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어디서 신호탄을 쏠지 모르니 섹터 전체를 담자는 컨셉이었다. 그리고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솔직히 어닝 모델에 기반한 upside 는 거의 다 왔다. 그런데 지금의 환경변화를 무시할 수 없다. 무조건 멀티플이 더 붙어야 맞는 그림이다. 10조에서 30% 할인해도 7조다. 아직도 룸은 열려있다. 충분하다.
흥국 조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