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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공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있는 조지아 공과대학에서 건축 석사와 건축학 석사를 취득했다. 바다를 건너간 지 3년쯤 지났을 때 계획 하나가 실패로 돌아가, 건축사 면허를 따고 돌아오겠노라는 핑계를 대며 박사 과정 진학을 그만두고는 애틀랜타 소재의 건축회사 tvsdesign에 취업, 5년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건축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회사를 다니고 남은 시간에는 야구 중계나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주말에는 영화를 보고 음식을 만들어 먹었으며, 그러는 한편 틈틈이 주변의 권유―절대 압박은 아닌―에 부담을 느껴 오랫동안 손대지 않았던 글쓰기를 연습했다. 일을 시작한 지 4년쯤 지나 그 땅에 불어 닥친 불경기의 태풍에 휩쓸려 예정에 없이 돌아오게 되었으며, 그 뒤로는 쭉 글을 쓰고 있다.
2009년 귀국하여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뉴욕의 맛 모모푸쿠』라는 책을 번역했고, 남성 잡지 《에스콰이어》에 〈일상으로 읽는 도시와 건축, 그리고 디자인(Man at His Best/Space)〉 칼럼을 연재하는 틈틈이 음식이나 스포츠를 비롯한 다양한 주제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이외 저서로는 『외식의 품격』이 있다.
차례
들어가는 말 7
빵 19
식전주
와인 37
맥주 56
전채
샐러드 67
수프 85
가공육 95
1코스
파스타 127
피자 143
2코스
햄버거 163
치킨과 튀긴 음식 173
스테이크 188
중간휴식
치즈 211
디저트
초콜릿 227
아이스크림 239
케이크 251
커피 273
식후주
위스키 295
나가는 말
칵테일 313
참고문헌 317
코스 요리의 시작인 빵에서 마지막인 칵테일까지
18가지 음식을 통해
서양 음식의 근본을 말하는 교양 에세이!
‘한국화된’ 서양 요리의 현주소,
당신은 과연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있는가
제대로 된 서양 음식을 즐기는 ‘외식의 고수’가 되기 위한 A-Z 가이드!
“우리의 생활수준은 절대 낮지 않다. 고급 명품이며 수입차 같은 것들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대체 무엇을 먹고사는가. 이제 음식의 ‘상향평준화’를 통해 수준을 맞출 때가 되었다.
이를 위해 다니고 먹고 만들고 보고 읽고 쓴 경험을 한데 아울러 이 책에 담았다.”
비즈니스맨인 당신의 식생활은 어떠한가? 끼니를 때울 때는 무엇을 먹고, 데이트를 할 때는 어디를 찾는가? 외식업 규모가 68조 원에 달하는 시대. 이제 우리는 하루 중 최소 한 끼를 외식으로 해결한다.
그러나 우리의 외식 문화는?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중국, 일본, 태국 등 각국의 요리 문화가 속속 자리 잡고 있으나, 실상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카페나 빵집은 자영업을 꿈꾸는 아마추어들의 출구 없는 경연장이고, 해마다 정체불명의 아이템이 번성했다가 자취를 감추며, 으리으리한 파인 다이닝(fine dining)이나 호텔 레스토랑에서조차 기본을 지키지 못하는 서비스와 질 낮은 음식의 향연이다.
호화롭고 비싼 레스토랑, 대야처럼 넓은 접시 위에 달랑 한 줌 담긴 파스타를 위해 우리는 몇만 원의 돈을 치른다. 이는 정당한가.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먹어야 하는 ‘완성도 높은’ 서양 음식은 과연 한국에 존재하는가.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고
파스타가 바다를 건너면 국물이 흥건한 국수가 된다
‘한식의 세계화’가 한때 화제가 되었다. 나라 차원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식 레스토랑을 오픈하면서 고추를 비롯한 한식의 근본인 온갖 재료를 전부 한국에서 공수했다고 한다. 그 재료가 아니면 그 맛이 날 수 없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결단이었으리라. 이제 그 관점을 거꾸로 하여 내부로 돌려보자. 한국에 들어선 숱한 서양식 레스토랑들. 우리는 과연 여기에 무엇을 요구하는가.
서양 음식이 뿌리를 내린 지도 한참인데 아직도 이를 평가할 기준은 부재하거나, 있다 해도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가장 대중화된 이탈리아 음식인 파스타와 피자를 보자. 전자의 근원은 빵으로, 발효로 부풀린 반죽에 토마토와 치즈가 합세하면서 오늘날의 형식을 갖추었다. 따라서 반죽 맛으로 먹는 음식이고, 실제로 그렇게 즐긴다. 다만 반죽의 발효가 민감하고 어려운 과정이라, 미국식 프랜차이즈의 대량생산에서 토핑을 강조하며 반죽의 약점을 뒤덮어 가렸다. 이를 그대로 따르는 게 한국에 널린 피자다. 반죽 맛을 내세우는 곳이 없다.
파스타는 또 어떤가. 밀 가운데 가장 단단한 종류라는 ‘듀럼 밀’을 빻아 만든 면이다. 너무 단단해 우리식 소면처럼 늘리지 못하고 메밀국수처럼 틀에 눌러 뽑아야 한다. 그래서 더 뻣뻣해지지 않도록 반죽에 소금 섞는 것을 법으로 막는다. 성질이 이렇다 보니 면을 아무리 삶아도 쫄깃해지지도, 부드러워지지도 않는다. 따라서 비빔국수나 짜장면처럼 묽은 소스를 흥건하게 끼얹으면 서로 겉돌아 옷에 튀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현지에서는 ‘면맛으로 먹는 음식’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소스는 면을 가리지 않을 정도 조금만 더하는 게 맞다.
그래서 평가는 때로 아주 간단하다. 토핑이 넘쳐나는 피자, 소스가 흥건한 파스타는 잘못 만든 음식이다. 원칙을 따르지 않았다. 맛이 당연히 없고, 사실 먹을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이런 평가를 내리면 반발이 줄줄이 뒤따른다. 입맛은 ‘주관’과 ‘취향’의 영역이니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음식의 ‘기본’,
주관이나 취향이 아니라 ‘완성도’가 먼저다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요리 전문 리얼리티 쇼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요리 세계에서 일가를 이룬 셰프며 평론가들이 출연해 젊은 셰프들의 솜씨를 평가한다. 그들이 가장 먼저 눈여겨보고 평가하는 것은 ‘완성도’다. 음식마다 기준이 존재한다. 수프는 불지 않고는 입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뜨거우면 안 된다. 펄펄 끓는 찌개처럼 후후 불어가며 넘기는 음식이 아니다. 또한 튀김은 재료를 보호하기 위한 조리 방식이므로, 겉은 바삭하되 속은 부드러워야 한다. 입천장이 까질 정도로 옷이 거칠고 살이 뻣뻣하면 일단 실격이다.
그 단계를 넘어서야 비로소 우리는 취향을 놓고 따질 수 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주관적인 영역인 것이다. 생선요리에 바닐라 향을 섞을지 말지의 문제는, 생선살이 촉촉함을 잃지 않고 잘 익었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그다음에 갑론을박을 벌일 수 있다. 이럴 때에야 ‘주관’이나 ‘취향’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측면, 즉 완성도와 취향의 사이에 정확하게 경계선을 그으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달리 말해, 우리를 슬프게 하는 맛없는 음식의 그 ‘맛없음’은 결국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하루아침에 생겨난 음식은 없고, 모두 문화의 토양 위에서 세월을 자양분 삼아 진화한 산물이자 유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김치를 그렇게 모시듯, 피자며 파스타 또한 마찬가지다.
마음만 담긴 음식, 마음도 없는 음식
맛없는 음식은 딱 두 부류로 나뉜다. ‘마음만 있는 음식’과 ‘마음도 없는 음식’이 그것이다. 전자는 지나치게 감성에만 매달린다. 요리의 기본은 두뇌에서 비롯되지만 기술은 몸을 움직여야 쌓을 수 있다. 기술이 없으면 완성도가 떨어지니 당연히 맛이 없다. 케이크나 초콜릿이 그렇다. 고객의 감성을 돋우는 맛과 아름다움은 끊임없는 육체노동을 바탕으로 한 기술에서 나온다. 수련이 부족하니 일단 눈으로도 맛없는 디저트가 너무 많다.
한편 후자는 그저 돈벌이를 위한 음식이다. 물론 돈벌이‘는’ 중요하지만, 돈벌이‘만’ 따지는 음식이 넘쳐난다. 파는 빵에 파는 햄을 끼우고 파는 소스를 발라내는 샌드위치는 레스토랑에서 내놓을 음식이 아니며, 그런 음식을 파는 곳은 전문점이 아니다.
그리고 이 두 경우 모두, 과학이 내미는 최소한의 손길조차 무시한다. 양자역학과 원자가속기의 과학도 아닌, 단순한 온도계와 저울의 과학임에도 그렇다. 커피를 내리는 데 커피콩을 저울로 달지도, 물의 온도를 재어보지도 않는다. 더 나은 방법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시도하지 않는 건, 게으르거나 업계의 신비(神秘)를 설정하려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스테이크를 보자. 익힌 정도와 내부 온도에 관한 데이터가 존재하며, 온도계만 꽂으면 훨씬 더 정확하게 익힐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손으로 누르는 프로들의 판별법은 하루 수천 점씩 구워대는 본고장에서나 체득할 수 있고, 숯불갈비집이 따로 있어 수요가 세세하게 갈리는 우리의 현실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데도 그렇다.
당신은 제대로 먹을 자격이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서양 외식에 얽힌 소비자들의 기나긴 오해와 미신는 더욱 널리 퍼져만 갈 뿐이다. 과연 요리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대로 스테이크의 겉을 지지는 목적은 ‘육즙을 가두기 위해서’일까. 빵을 자르면 수분이 날아가서 딱딱해진다는 말은 사실일까. 소시지의 첨가물인 아질산염은 해악인가, 필요악인가. 몸에 좋다는 올리브기름은 과연 치킨 만들기에 적합할까. 국산 맥주가 맛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커피가 입에 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것은 옳을까.
영화나 만화에 등장하는, 프로 셰프나 평론가가 아닌 이상 판별할 수 없는 아득하게 전문적인 미식의 영역도 존재하지만, 최소한 음식을 주문하고 ‘속았’음을 깨닫거나, 제대로 된 음식을 두고 잘못 만들었다고 불평하는 해프닝으로부터 우리는 벗어날 때가 되었다. 이제 온갖 미신과 오해로부터 벗어나 좀 더 현명한 외식 소비자로 거듭나기 위해 꼭 필요한 서양 음식에 관한 지식과 교양을, 외식 코스의 시작인 빵에서부터 마지막 코스인 칵테일까지 아울러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당신은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자격이 있고, 또 이제부터 그래야만 한다.
10 p. 무엇이 문제일까. 기준이 없는 게 문제다. 피자와 파스타로 돌아가보자. 전자의 근원은 빵이다. 반죽 맛으로 먹는 음식이고, 실제로 그렇게 즐긴다. 파스타는 또 어떤가. 현지에서는 ‘면맛으로 먹는 음식’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소스는 면을 가리지 않는 정도로 조금만 더하는 게 맞다.
그래서 평가는 때로 아주 간단하다. 토핑이 넘쳐나는 피자, 소스가 흥건한 파스타는 잘못 만든 음식이다. 원칙을 따르지 않았으니 당연히 맛이 없고, 사실 먹을 필요조차 없다.
59 p. 물론 국산 맥주도 명목상으로는 라거다. 하지만 그 맛은 우리 음식을 배려하는 티가 전혀 나지 않는다. 자체로도 균형이 맞지 않으니 사실 음식 맛을 떨어뜨린다. 꼽자면 여럿이지만, 주된 원인은 들큼한 옥수수맛과 치고 올라오는 자잘한 탄산이다.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듯 단가 절감이다.
79 p. 드레싱 없이는 샐러드도 아니지만, 때로 제발 좀 빠져줬으면 싶은 종류도 있다. 발사믹 식초가 그렇다. 낄 데 안 낄 데 다 낀다. 아무렇게나 만든 샐러드에도 발사믹만 흩뿌리면 완성이라 믿는다. 카프레세와 시저 샐러드가 발사믹 식초로 인해 망가진 대표 샐러드 2종이다. 다들 이탈리아 동향 출신이라 무조건 한데 묶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음식이나 지리, 둘 가운데 하나만 알아도 막을 수 있는 ‘잘못된 만남’이다.
103 p. 아질산염은 자연 상태로도 존재한다. 시금치 등의 채소에 특히 많다. 암이 무서워 가공육을 피하는 건 각자의 선택이지만, 그래도 아질산염의 섭취 가능성을 완벽히 배제할 수는 없다. 가공육의 아질산염이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도 아직은 없다. 게다가 ‘첨가물’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아질산염의 비율은 지극히 낮다. 가공육이라면 1kg에 0.07g, 법으로 규제하는 양이다.
129~130 p. 파스타에게 첫 번째 죽음은 맥락으로부터의 유리(遊離)다. 면, 즉 탄수화물이 중심이니 원래 코스의 울타리 안에 머물러야 할 음식인 파스타를 우리는 단독 요리 취급한다. (…) 맥락 속에 머물러야 빛나는 파스타를 끄집어내어 하나의 독립되고 완결된 음식처럼 취급한다. 조연으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를 스스로 원치 않은 주연의 자리에 덜컥 올린 셈이다.
190 p. 스테이크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늘어놓기 전에 확실히 종지부를 찍고 넘어가야겠다. 스테이크의 겉면을 지지는 건 ‘육즙 가두기’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잘못된 믿음의 뿌리는 소작(燒灼), 즉 지짐술이다. 약품이나 전기로 병 조직을 태우는 외과적 치료법으로, 출혈을 막는 데도 쓰인다. 따라서 같은 단백질인 육류나 생선을 지지면 겉면이 방수 처리되니 육즙이 흘러나오지 않는다는 논리다. (…) 소작의 논리처럼, 육즙 가설의 핵심은 단백질의 방수처리 여부다. 답은 당연히 ‘아니올시다.’ 두 가지 반례가 있다. 첫 번째는 스테이크를 구울 때 들리는 지글거림이다. 이는 고기 안쪽의 육즙이 빠져 나와 뜨거운 팬에 닿는 순간 수증기로 변해 나는 소리다. 단백질이 고어텍스가 아닌 이상 방수, 그것도 완전 방수란 불가능하다. 스테이크를 담은 접시 바닥에 고인 물도, 불판에 올린 회식자리 삼겹살의 표면으로 빨갛게 올라오는 물도 다 육즙이다. 소, 돼지 구분 없듯 생선을 비롯한 모든 단백질의 사정이 마찬가지다. 지진다고 방수되지 않는다.
31 p.묵은 탓에 굳어서 처치 곤란한 빵을 처리하기 가장 좋은 방법으로 프렌치토스트를 꼽는다. 계란과 우유를 섞은 계란물, 즉 커스터드를 발라 구우면 집 나간 촉촉함과 부드러움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본고장인 프랑스에서는 아예 ‘팽 페르뒤(pain perdu)’, 즉 ‘못 먹는 빵(lost/wasted bread)’이라 부른다. 그만큼 묵은 빵 부활에 효과적이지만, 사실 수분은 집을 나간 적이 없다. 빵이 딱딱해지는 원인은 수분의 손실이 아니라 ‘재배치’이기 때문이다. 이를 전분의 노화(老化, retrogradation)라 부른다.
27 p. 아마추어라면 이렇게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빵을 굽더라도 별 보람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뻣뻣한 것은 기본이요, 자연발효종을 썼다면 특유의 신맛이 지나치게 두드러질 가능성도 높다. 또한 밀도가 높아 반죽이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으니, 흰밀빵보다 높은 온도에서 훨씬 더 오래 구워야 한다. 덕분에 껍데기에 진한 색과 함께 맛이 드는데, 이 원리를 몰라 탄 빵을 판다며 항의하는 손님의 이야기가 돌기도 한다. 이는 마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의 결과로, 결국 누룽지와도 같은 원리이다.
47 p. 김치 또한 타닌(tannin)을 많이 지닌 레드와인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고춧가루와 충돌해 금속의 뒷맛을 남긴다. 따라서 레드라면 보졸레 누보, 화이트라면 동양음식에 두루 잘 어울린다고 꼽는 독일의 리즐링 카비네트, 오스트리아의 그뤼너 펠트리너, 소비뇽 블랑
첫댓글 이용재 지음 / 출판사 오브제 | 2013.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