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 박제영

[박제영]

소통의 월요시편지_958호

구찌

박제영



엄마 집에는
엄마가 칠십에 얻은 늦둥이가 산다

평생 명품 타령을 했던 엄마는
늦둥이 이름을 구찌라고 지었다

-구찌, 이리와 된장 좀 바르자.
-이놈아!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 이런 써글놈!

아들 농담에 기겁을 하는 늙은 엄마
그래 이제는 농담이라도 된장 바른다는 얘기는 하지 말자

구찌 네가 진짜 아들이다
구찌 네가 진짜 명품이다

엄마 집에는
명품 개가, 아니 진퉁 아들이 산다

그러니까 나는 짝퉁 아들,
아니 개보다 못한 아들이란 얘기다

***
10월 10일은 32년 전, 아내와 처음 만난 날이라 나에게는 조금은 특별한 날인데,
지난 10월 10일에는 우연처럼 한꺼번에 많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머니께서 세 시간이 넘는 암 수술을 받고 회복실로 옮겨지는 그 순간,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바깥 세상은 떠들썩했습니다.

어머니께서 회복실에서 나와 수혈을 받는 동안,
어머니와 십여 년을 함께했던 반려견 구찌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구찌는 어머니 아버지와 한솥밥을 먹는 순하디순한 식구였습니다.
생전에 오직 어머니만을 따랐던 구찌였습니다.
구찌가 제 목숨으로 어머니를 살리려 했던 것은 아닐까요?
생전에 된장 바르겠다는 내 말이 농담이었다는 것은 구찌도 알 겁니다.

어머니의 빠른 회복과 구찌의 명복을 비는 아침입니다.


2024. 10. 14.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

[별빛]

큰 수술을 받으신 어머님께서 하루 속히 쾌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서 기쁨만을 선물했던 구찌의 명복을 빕니다

[동송]

어머님의 쾌유를 위해 기도드립니다

[joofe]

구찌가 박시인님의 동생이었군요.
명복을 빕니다. 짓궂은 형의 농담에도 막내답게 어머님께 효도를 하다 하늘나라에 갔군요.
어머님의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