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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2014시즌 초반은 악몽이었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올랐던 팀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불운에 의한 패배도 적지 않았다. 심판의 오심으로 경기를 내주는 한편, 연장만 가면 이상하게 꼬이며 고개를 숙였다. 4월 23일. 20경기도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했고, 선수단은 집단 패닉에 빠졌다. 이진영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시즌 전에는 기대가 컸다. 2014시즌은 2013시즌보다 더 잘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시즌 시작부터 너무 꼬였다. 선수들 모두가 많이 힘들어했었다. 열심히 해도 결과가 안 좋으니까. 정말 노력했는데 안 되니까 답답했다. 심지어 ‘우리 팀이 다른 팀보다 전력을 보강하지 않아서 그런 건가?’라는 생각까지 했다. 주장이니까 어깨가 더 무거웠다. 야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다. 송구홍 팀장님께 올해 포스트시즌에 못가면 주장자리를 내려놓겠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었다.”
결국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봤다. 선수 한 두 명 보강되지 않았다고 이런 성적이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주장인 만큼, 선수들이 고개 숙이지 않게 하려고 했다. 힘들수록 후배들에게 쓴 소리하지 않으려 했다. 쓴 소리가 어린 선수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간혹 내가 허수아비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꾹 참았다. 참고 견뎠던 게 나중에 상승세를 탄 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후배들도 정말 잘 따라왔다. 후배들에게 ‘최대한 편하게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 그 대신 책임감은 가져라. 혹시 문제를 일으키면 단호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누구도 규정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시즌 끝까지 4위 싸움을 벌였는데 선수들 모두 잘 버텨줬다. 투수와 타자 모두 많이 힘들었다. 시즌 막바지에는 매 경기가 결승전이었다. 투수들은 아파도 내색하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몸 사리지 않고 그라운드에 몸을 던졌기 때문에 기적을 이룬 것 같다.”
이진영은 영화 같았던 2014시즌을 돌아본 뒤 처음 LG 유니폼을 입었던 2009년을 떠올렸다. LG 이적 당시의 기억, 승리보다는 패배에 익숙했던 LG에서의 첫 4년을 회상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2012년 겨울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을 때는 LG를 떠나지 않은 이유도 밝혔다.
“솔직히 처음 LG에 왔을 때는 LG 구성원 자체가 약했다. 타자는 좀 있었지만, 투수와 외국인선수가 안 좋은 편이었다. LG에서 쉽지 않은 첫 4년을 보냈는데 이제 와서 보면 적응기가 아니었나 싶다. 동료들에 대해 잘 모르니까. 야구를 좀 한다고 후배들에게 뭐라고 이야기하기 힘들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렀고, 동료들의 성격도 파악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후배들과 친해지고 잘못된 것도 고쳐주고 장난도 치면서 선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고민도 많았다. LG가 아닌 다른 팀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성훈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다. 당시 성훈이와 ‘우리가 FA로 LG에 왔는데 정작 LG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우리만 생각하고 다른 팀에 가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난다. 한편으로는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팀을 한 번 옮기면서 아픔을 겪었다. 또 팀을 옮기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김기태 감독님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성훈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감독님을 떠날 수 없었다.”
“프로 선수기 때문에 내 성적을 아예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 나는 딱히 기록에 목표를 두는 스타일은 아니다. 오래하다 보니 2000안타라는 대기록에 가까워졌는데 기록을 세우기 위해 욕심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은퇴하는 그 날까지 팀을 위해 뛰겠다. 내 실력이 허락할 때까지 뛰어서 닿을 수 있는 기록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힘이 떨어지고 체력이 안 되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주겠다. 나 역시 어렸을 때 선배들과 경쟁에서 이겨서 자리를 차지했었다. 기록보다는 아름답게 은퇴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 은퇴라는 이야기를 꺼내는 게 이를 수도 있지만, 후배들에게 축하받으면서 은퇴하고 싶다. 그래서 2000안타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팀이 먼저다. 야구를 하면서 팀에 피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자신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지각한 적도 없었다. 학생시절 이따금씩 친구들이 무단이탈도 했는데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나 때문에 누군가가 피해보는 것은 질색이다.”
2년 후 맞이하는 세 번째 FA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여기저기서 FA 로또가 터지고 있음에도,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단순히 돈을 쫓을 마음은 없다고 강조했다.
“2년 뒤에 FA가 된다. 솔직히 얼마나 받겠나. FA로 욕심을 낼 시기는 이미 지났다. 적당한 몸값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누가 얼마를 받았으니까 나는 얼마를 받아야겠다’는 마음은 없다. 내 마음이 중요하지 누구와 비교하면서 FA 계약을 맺지는 않을 것이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눈앞에 두고 고개를 숙였다. 아직은 우리가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조금 더 선수들 실력이 향상되고 어린선수들도 성장해야 된다고 본다. 어린선수들이 발전하고 선배들과 대등해지면 우리 또한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는 팀이 될 것이다. 물론 우승이란 게 멤버가 좋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운도 따라줘야 하고 선수들의 의사소통, 코칭스태프와의 호흡,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등이 갖춰져야 한다. SK에서 우승했을 때 느꼈던 것은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였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144경기인 만큼, 변수가 많을 것 같다. 분명 위기도 올 것이다. 그래서 더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주장이라서 그런지 마냥 낙관적이기 보다는 최악의 상황도 대비하게 된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갔지만, 아직 우리는 목표를 달성하지 않았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뛰는 것 아닌가. 2015년은 정말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우승을 바라보며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http://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380&aid=0000000806
미리 알고 있었다고요?
“일주일 전쯤 구단 관계자로부터 살짝 얘기를 들었어요. 제가 충격받을까봐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배려였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놀라 정신이 없었어요. 제가 보호선수 명단에 없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요. 공식 발표가 나기 전까지 마음 한 구석에는 ‘그래도 설마’하는 생각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발표난 후 제 마음이 무너져 내린 걸 보면.”
그 일주일 동안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겠어요.
“형들이 불러서 술을 마시긴 했지만, 주로 방에 멍하니 누워 있었어요. 거실에는 아이들이 놀고 있고, 아이들이 아빠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선뜻 아이들 곁으로 다가가기 어렵더라고요. 뭐랄까. 제가 주장을 맡았던 팀인데, 여기서 7년을 함께 했는데, 이런 모양새로 떠나는 건 제 계획 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시나리오였거든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좀 마음이 많이 편해졌나요?
“형들, 친구들이 진심으로 위로해줬어요. (이)병규 형, (박)용택이 형, (정)성훈이, (김)광삼이 등등, 절 걱정하고 격려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제가 LG에서 잘못 살지는 않았구나 싶더라고요(웃음). 야구선수라면 상황에 따라 팀을 옮길 수 있어요. 그런데 전 정든 사람과 헤어지는 게 가장 힘들어요. SK에서 LG로 옮길 때도 그랬어요. 주위에선 좋은 대우받고 가는데 왜 그렇게 힘들어 하느냐며 의아해했을 정도예요. 정든 선수들과 이별하는 게 익숙지 않았던 거예요. 돈의 많고 적음은 그 다음 문제였어요. 그래서 이번에 구단 관계자를 통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얘길 들었을 때는 어떻게 하면 LG에 남아서 야구를 계속할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어요. 제가 아무리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는데도 LG를 떠나기 싫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LG 팬들도 이진영 선수를 떠나보내는데 대한 아쉬움을 야구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내용으로 표현했어요.
“LG 팬들은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전 마치 처음부터 이 팀에 있었던 것처럼 빠르게 적응해 갔어요. 모든 선수들이 그걸 가능하게끔 만들어줬어요. 특히 형들이 정말 편하게 대해주셨거든요. 제가 사람을 많이 좋아하는 터라 형들과 금세 친해질 수 있었고 동기, 후배들과도 격의없이 어울렸습니다. 2년 연속 주장을 맡게 되면서 선수들과는 더 가까이 지냈던 것 같아요.”
LG는 오랫동안 세대교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어요. 양상문 감독은 진정한 세대교체를 위해 베테랑 선수의 헌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요.
“LG의 ‘F4’ ‘빅4’는 유명하죠. 병규 형, 용택이 형, 정성훈, 그리고 저요. 고참들의 노쇠화와 관련된 불만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어요. 지금은 형들의 기량이 전성기 때에 비해 못 미치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형들의 노력과 헌신이 폄하돼선 안 된다고 봐요. 형들은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야구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 해왔어요. 나이 먹고 기량이 떨어진다고 해도 그들의 활약이 LG에 큰 도움이 됐던 시절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선수라면 돈 때문에, 단순히 ‘생명 연장’을 위해 현역 선수를 고집하지 않아요.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더 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는 거예요. 일부 팬들은 너무 쉽게 ‘은퇴하라’고 말씀하세요. 그러나 청춘을 야구에 바친 우리로선 간단히 결정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베테랑 선수들에게 성적만 내기를 바라진 않잖아요. 후배들을 이끌고, 성장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역할도 그들의 몫입니다. 전 우리도 일본이나 미국처럼 현역선수로서의 마침표를 찍을 때 멋지게 은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어요.”
팬들은 나이 먹은 선수라고 해서 다 은퇴하라는 얘긴 아닐 거예요.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칠 때 그런 시선을 갖게 되는 것이겠죠.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요. 더 열심히 해서 제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라는 걸 야구장에서 보이고 싶어요. 제가 LG에서 주장을 맡은 이후 후배들에게 자주 해준 말이 있어요.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고요. 주위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고 해도 자기만의 야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요.”
야구선수한테 프랜차이즈 스타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이죠. 저하고는 상관없는 수식어이긴 하지만요. LG에는 레전드급의 프랜차이즈 출신의 스타플레이어가 많잖아요. 김용수, 이상훈, 유지현 코치 등등이요.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해선 구단도 특별히 배려해줬으면 좋겠어요. 기량이 떨어진다고 해서 내보낼 생각만 하지 말고 그들이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게끔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그걸 보는 후배들은 자부심과 어떤 목표가 생길 수 있는 거잖아요. 자신도 열심히 해서 프랜차이즈 출신의 스타가 되고 싶어 할 수도 있고요. 전 은퇴하는 선배들 중에 초라한 모습으로 사라지는 선배들을 너무 많이 봐왔거든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형들은 그렇게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병규 형은 LG의 ‘큰 산’입니다. 전성기 때는 최고의 타격왕이었고요. 선수들 기량이 한결 같을 수 없잖아요.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라기보다 그 선수가 LG의 얼굴이고 발자취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LG만의 문화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LG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듯 싶은데요.
“7년 동안 과분한 사랑을 받고 떠납니다. 잠실야구장에 울려 퍼졌던 제 응원가는 영원히 마음 속에 남아 있을 겁니다. 제가 사랑했던 형들, 친구들, 후배들이 내년에는 더 잘해서 좋은 성적 거두었으면 좋겠어요. 비록 다른 팀에 있어도 LG가 잘할 때는 진심으로 마음의 박수를 보낼 겁니다. LG를 떠난다고 해서 제가 이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사랑도, 미움도, 모두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죄송했습니다.”
내년 시즌부터 kt 위즈 선수로 뛰는 각오가 궁금해요.
“무조건 잘 하고 싶어요. SK에서 LG로 이적할 때처럼 어린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제가 이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많이 고민하고 갈 겁니다. 어디서나 야구를 잘 하는 게 우리의 숙명인 것처럼, kt에서 ‘역시 이진영’이란 칭찬을 받게끔 노력할 겁니다.”
요즘도 kt의 경기를 볼때면 이 선수가 도대체 왜 여기 있는지...
가끔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야구를 즐겨보지 않았던 예전에도 WBC, 올림픽 등을 통해 이름은 알고 있던 선수였죠.
그러다가 가끔 TV를 틀어 LG 경기를 보면 이 선수가 언제나 있었고
포스트시즌 LG경기가 공중파에서 방송되면
역시 지나치다가 본 적도 있었습니다.
그닥 큰 관심을 안 가졌던 선수였지만
무심코 지나쳐도 LG경기 보면 참 눈에 띄는 선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LG경기가 아닌 kt 경기에 이진영이 나오면
아직도 적응하기가 어렵습니다.
직관을 가면 여전히 이진영의 응원가는 신기하게 LG응원가가
먼저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만큼 LG에 끼친 영향이 컸고 애정이 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LG가 잘나가는 이번시즌을 보며 지난 2년동안 주장을 맡았던 이 선수가 갑자기 떠오르네요.
장성호 선수가 은퇴하고 새롭게 최고참으로 등장한 이진영 선수가
kt에서 베테랑의 면모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첫댓글 이대형 따라하는건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러고 KT에서 만남ㅋㅋㅋㅋㅋㅋㅋㅋ
대괄... 2차드래프트로 그렇게 갈 때 참 그랬는데...
정성훈이랑 이진영 엘지에서 fa로 당시 큰 돈 들여서 데리고 오고 성적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정성훈은 잡고 이진영만 내친게 좀 신기했습니다.. 뭐 엘지 잘하고 있으니 상관은 없지만요. 당시 썰로는 이진영 모셔오느라 계약금 의외에 서울에 아파트도 준비해줬다는 말까지 있었는데
짤들이 웃기고 짠하네요..
특히 두번째 짤은 좀 짠하구요..
이진영응원가 좋은데
마지막짤 처음 봤을 때도 찡 했는데 다시 보니 또 같은 기분을 느끼네요.
마지막짤은 딱 봐도 "경기 끝나고 한잔 ㄱㄱ?" 느낌이네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