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 단팥빵 무척 좋아한다. 약방의 감초와 같아서 어느 제과점에서 가도 단팥빵과 소보로빵이 있다. 우리에게 그만큼 익숙한 빵이지만 낯설지 않은 만큼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도 많다. 시중에서 파는 단팥빵 중에서 둘 중 하나는 가운데가 움푹 패여 있다. 마차 배꼽처럼 파놓았는데 이유가 무엇일까? 단팥빵에는 또 검은 참깨가 뿌려져 있다. 왜 굳이 참깨를 뿌렸을까?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에도 거기까지 굴러 온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와 사연이 있다고 하는데 단팥빵의 참깨와 배꼽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단팥빵에 참깨를 뿌린 까닭은 내용물을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단팥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통 단팥, 또 하나는 체에 거른 고운 단팥이다. 단팥빵의 겉모습만 봐서는 내용물을 구분할 수 없다. 때문에 참깨를 뿌려서 통 단팥인지, 고운 단팥인지를 구분했으니 눈에 보이지 않는 고객 만족 서비스다. 물론 지금은 참깨로는 판단이 되지 않는다. 그저 습관적으로 뿌려놓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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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팥빵은 유럽이 아닌 일본에서 만들어 졌다.
그렇다면 단팥빵 가운데에 배꼽을 만들어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메이지 일왕이 단팥빵을 먹었던 흔적이라고 한다. 단팥빵은 일본에서 처음 만든 빵이다. 1874년 기무라 야스베에라는 사람이 도쿄의 제과점에서 선보였다. 소보로빵, 크림빵도 마찬가지지만 빵이면서 빵의 본고장인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단팥빵이 맛있다는 소문이 일본 왕실에까지 전해졌다. 당시 메이지 일왕의 시종장은 유신을 주도했던 야마오카 뎃슈(山岡鐵舟)로 일본 무협소설에 나오는 무도류(無刀流) 검법의 창안자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야마오카는 단팥빵의 창시자인 기무라와 아는 사이로 어느 날 기무라를 찾아왔다. 그리고 “왕이 벚꽃놀이를 가는데 당신이 만들었다는 단팥빵을 맛보게 하자”는 제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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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왕 입맛을 사로잡은 단팥빵.
일본 사람인 기무라 입장에서 사업도 사업이지만 왕이 자신이 만든 빵을 맛본다는 사실에 감격으로 몸을 떨었다. 그리고 왕을 위해 특별한 단팥빵을 만들 궁리를 한다. 왕이 참석하는 행사가 벚꽃놀이인데다 벚꽃은 봄을 대표하는 꽃이니까 일본 전통음식인 벚꽃절임을 빵 한가운데 박아 넣은 독특한 빵을 만들었다. 그러니까 단팥빵의 가운데인 배꼽 부분에 벚꽃절임을 넣었던 것이다.
이렇게 만든 단팥빵을 맛본 메이지 일왕이 맛있다고 극찬했고 왕비가 계속 왕실에 공급해 달라고 주문했다. 왕이 단팥빵을 맛있게 먹었다는 소문이 일본 전역에 퍼지면서 도쿄의 빵집에는 단팥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줄을 서서 기다렸다고 한다. 사업에는 역시 인맥이 중요하고 행운도 따라야 한다.
올해가 단팥빵이 만들어진지 140년, 크림빵이 나온 지 110년이 되는 해다. 아는 사람은 알았겠지만 우리도 즐겨먹는 단팥빵, 크림빵이 일본 빵이라는 사실, 단팥빵의 배꼽이 메이지 일왕과 관련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일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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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팥빵 원조인 기무라 제과점 광고지.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