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서, 나와 함께 걸으라,
지금 내 영혼을 축복할 사람
오직 그대뿐―
우리는 겨울 밤마다 눈을 맞으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지.
우리 이전의 기쁨을 다시
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산꼭대기를 그늘지고 얼룩지게 하네
구름이 어둡고 거칠게 급히 내달리며
오래전에도 똑같았지
그리고 결국 지평선 위에서 쉬며
어렴풋이 덩어리로 쌓였지
달빛이 반짝이다 너무 빨리 사라져
우리는 그들이 미소 지었다고는 거의 말할 수 없었지―
오라 나와 함께 걸으라, 와서 나와 함께 걸으라.
우리는 한때 그리 소수가 아니었지만
죽음이 우리 친구들을 훔쳐 갔지
햇살이 이슬을 훔쳐 가듯이―
그는 한 사람씩 차례로 데려가 우리는
딱 둘만 남았네.
너무나 뒤엉킨 내 감정들
그대 말고는 의지할 것 없으므로.
'아니 나 부르지 마오―그렇지 않을지도 모르니
인간의 사랑이 그리 진실된가?
우정의 꽃은 여러 해 시들었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가?
아니지, 흙이 눈물로 적셔진다 해도,
너무나 아름답게 자랐다 해도
생기로운 수액은 한번 사라지면
결코 다시 흐르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그 끔찍한 거처,
죽은 자들의 좁은 지하 감옥보다 더 확실하지
시간은 인간의 마음을 갈라 놓는다네―'
[상상력에게],민음사, 2020.(허현숙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