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친구가 말했다
"나 이번에 개업을
하게 됐는데 축하 시 좀 써 줘."
그들은 벤치에 앉아
테니스공을 허공으로
던졌다가
다시 받으며
놀고 있었다
"응, 알았어."
그는 대답했다
그는 아마추어
시인이고
문예지에 발표한 시는
아직 없지만
시에 대해
많을 걸 알았고 또
많을 걸
모르기도 했다
그들은 테니스공을
조금 더 던지고
받고
하며 놀다가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
그는 생각했다 이 시를 쓰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추상적일 것 그래야
다음 사업 때도
이 시를 벽에 걸 수 있을 테니까
그런 것들
또 무엇보다 이 시에는
기쁨이
있어야 한다
그는 모니터 앞에
앉아
개업 축하 시를
열심히 떠올렸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일주일
열흘
다섯 달
예닐곱
해 정도가
지났다
그는 반으로 쪼개진
양파 같은
희고
매콤하고
사각사각거리는
개업 축하 시를 쓰고 싶었지만
개업 축하 시는
잘
써지지 않고
있었다
몇 번쯤 완벽한
개업 축하 시를 떠올린 것 같기도
했지만
옮겨 적기 전에
그것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동안
친구의 사업은 성공해서 전국에
체인점이 생겼고
비싸 보이는 검은 차를
타고 다녔다
또 친구는
결혼도 했는데
그녀는 학창 시절에 만난 예쁜 아이였고
친구가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사업을 같이 도와주기도
했었다
그는 결혼식 때
친구를 만나기도 했는데
그들은 두 손을
꽉
잡고 악수를 나눴지만
개업 축하 시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친구는 점점 바빠졌고
그와 친구는
예전처럼 벤치에 앉아
테니스공을 던지고
받고
하며 노는 것을 여전히
좋아했지만
점점 그럴 시간이
없었다
대신 친구와
그는
가끔 멀리서 각자
테니스공을 던지고
받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이제 사람 좋은
아저씨가 되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그는 아직 아마추어
시인이고
문예지에 발표한 시는
여전히 없지만
시에 대해
많은 걸 생각했고 또
많은 걸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그가
생각하지 못한 많은 것들
때문에
얼굴을 감싸고
울음을 터뜨릴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신
바람이 부는 저녁
벤치에서
그는 허공에 던진
테니스공을 다시 받으며
생각한다 그는
지금
완벽한 개업 축하 시를
떠올렸다고
추상적인
기쁜
반쪽으로 쪼개진
흰 양파
같은
[완벽한 개업 축하 시],민음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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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개업 축하 시 / 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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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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