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주 도독으로부터 올라온 장계가 상대등 준홍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 몇 달 전 오아현 별장으로 내려온 견훤이 서남해안을 침범하여 백성들의 재물을 약탈하고 아녀자들을 겁탈해오던 왜구와 당나라 해적들을 모조리 소탕하고 있다는 보고였다. 준홍은 장계의 내용을 여왕에게 진언하지 않았다. 행여 미천한 견훤을 다시 서라벌로 불러올려 요직에 중용이라도 한다면 막대한 이권이 침해를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방법은 단 하나, 하루속히 젊은 낭도들을 구하여 교대로 여왕의 잠자리 시중을 들게 함으로써 여왕의 관심을 돌리는 길밖에 없었다.
상대등 준홍은 은밀하게 낭도들을 물색한 끝에 원홍과 서림을 적임자로 뽑아 사전에 철저하게 교육을 시켰다. 잠자리 일은 따로 교육이 필요 없을 만큼 계집질에 이골이 난 자들이었다. 준홍이 측근들을 통해 여왕의 性노리개를 구한다고 알리자 서라벌의 수많은 귀족들이 뇌물을 싸 들고 그의 집을 찾아왔었다. 준홍은 그 가운데 뇌물을 가장 많이 가져온 두 귀족의 자제를 낙점한 것이다. 여왕의 性노리개 자리는 군수나 현감보다 훨씬 고가(高價)였다.

교육이 끝나자 준홍은 여왕을 알현하고 두 낭도를 선발했다는 사실을 고했다. 중신들의 뜻이 한결같다는 미사여구에 여왕은 마지못한 듯 원홍과 서림을 받아들이겠다고 수락했다.
“대왕마마께서 노래를 부르라면 부르고 시를 지으라면 지어 올려 심기를 편안하게 모셔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잠자리에서 환락을 안겨드리는 일이다. 너희들도 수많은 여자를 안아봤기 때문에 기교는 충분히 숙련되어 있겠지만, 이번에는 너희들이 만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왕마마를 만족스럽게 해드리기 위한 일이니만치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왕마마와 있었던 일은 절대로 비밀을 엄수해야 할 것이며, 대왕마마를 모시는 일 외에는 궐내의 어떠한 일에도 나서거나 간섭하지 말라. 만약 이를 어기면 너희들뿐만 아니라 일족이 살아남지 못할 것임을 명심하렷다!”
두 낭도는 상대등의 지엄한 명령을 엄중하게 받아들였다.
이튿날 아침, 상대등 준홍은 원홍과 서림을 딜고 여왕의 침전으로 찾아갔다. 두 청년의 인사를 받은 여왕은 좋다 싫다 말도 없이 준홍에게 알았으니 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그날 저녁, 여왕은 두 낭도를 불러 신상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본 뒤 옷을 모두 벗으라고 명했다. 열아홉 원홍과 열여덟 서림의 몸은 죽은 위홍의 몸보다 확실히 싱싱했다. 여왕 앞임에도 불구하고 몸가락이 꼿꼿하게 발기하여 언제든 임무를 수행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여자와 살을 섞어본 적이 있더냐?”
여왕이 스스로 옷을 벗으며 물었다. 원홍이 여왕에게 다가가 옷 벗는 일을 거들며 술자리에서 몇 번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서림도 ‘Mee too’ 하고 대답했다.
“좋다. 그렇다면 오늘 밤부터 너희 둘이서 재주껏 짐을 즐겁게 해보거라.”

여왕은 나흘 동안 바깥출입도 잊은 채 두 낭도를 끼고 침대에서 나뒹굴었다. 두 젊은이는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굴었지만 여왕의 성감대를 파악한 뒤부터는 교대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죽은 위홍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여왕을 극강의 열락으로 이끌었다. 여왕의 감창소리에 지진이 난 듯 침전이 뒤흔들렸다. 심복 시녀로부터 상세히 보고를 받은 상대등 준홍의 입이 귀에 걸렸다. 단숨에 여왕을 손아귀에 넣은 것이다. 닷새 만에 어전회의를 주관하는 여왕의 얼굴에는 봄꽃이 만발해 있었다. 예상대로 여왕은 준홍을 따로 불러 모든 정사를 상대등에게 일임한다며 거듭 치하했다.
‘이제 서라벌은 내 것이다.’
퇴청하는 준홍은 쾌재를 불렀다.
모든 인사와 조세 부과가 준홍의 손에서 결정되었다. 전국의 수많은 군현과 진지가 준홍의 친인척과 측근들에 의해 점령되었다. 여왕의 윤허를 받아야 하는 일도 간단한 구두 진언으로 끝이었다. 준홍의 위세는 삽시에 죽은 대각간 위홍을 능가했다. 준홍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뇌물로 곳간이 모자라 따로 창고를 지어야 했다. 그러는 사이에 국고는 점점 고갈되어갔고 가렴주구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원성은 한결 높아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왕은 일각이라도 빨리 침전으로 들어 낮이고 밤이고 두 낭도의 몸보시를 받고싶어 안달이었다.

두 낭도가 여왕의 性노리개로 들어온 지 넉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그 동안 따로 부른 적이 없던 여왕이 각중에 상대등 준홍을 침전으로 호출했다. 금방 두 낭도와 교접을 마쳤는지 반라 상태로 침상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여왕의 몸 곳곳에 홍조가 또렷했다. 침상 곁에는 준홍에게도 낯이 익은 선비가 시선 둘 곳을 몰라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서 있었다. 김충이란 자였다.
“이 자를 소부리현의 현령으로 임명하시오.”
전에 없던 일이었다. 여왕은 지방은 물론 중앙의 모든 인사권도 준홍에게 일임해온 터였다.
“대왕마마. 김충은 관직 경험이 전무한 자이온데 소부리현 같은 요지에 임명하라심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그러니 짐의 뜻에 따르도록 하시오.”
준홍도 더는 반대할 수 없어 김충을 딜고 밖으로 나왔다.
“여왕께서 무슨 연고로 너를 현령에 임명하라 카는지는 모리겠지만, 한 번만 더 나를 무시하고 여왕에게 이따구 짓을 했다가는 명대로 살아남지 못할 줄 알아라!”
“상대등 나으리. 그런 것이 아니오라 집에서 놀고 있는 게 측은해 보였던지 원홍의 아비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천거를 하여…”
“알았다. 이왕 현령 직을 맡게 되었으니 소임이나 잘 하라. 사령장을 써줄 터이니 집사성으로 따라오거라.”

진성여왕 당시 신라에는 300여개의 현이 있었다. 그 가운데 200여개 현의 현감은 여왕이 직접 제수하고 100여개 현은 군의 태수가 겸직하거나 주의 도독이 직할로 다스렸다. 그 현에서 나는 소출로 녹봉을 대신하기 위해서였다. 이 제도는 말기로 갈수록 점점 혼탁해져 태수나 도독이 지방의 호족들과 짜고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온상이 되었다. 진성여왕이 두 性노리개에게 빠져 있는 사이에 지방관들의 가렴주구는 극에 달했으며, 곳곳에서 민란이 일어나고 수많은 유민들이 생겨 전국을 유리걸식하기도 했다.
첫댓글 한 나라가 망해가는 꼴을 보네.
실제로 그랬을까 고개가 갸우뚱해질 정도네.
세상이 왜? 어지럽게 되는 지는 잘 모르겠고, 재미도 있고!
온 세상이 홍매화로 칠됐네그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