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이스탄불
노벨 문학상으로 유명한 오르한 파묵이라는 사람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을 읽었다.
내 이름은 빨강.
이색적인 제목.
이스탄불 16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예전에 읽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와 전쟁 시리즈를 통해
이스탄불의 대략적인 지리적 의미를 알게 되었다.
동서양의 만남.
그러다 보니 뺏고 빼앗기는 전쟁의 상처도 많은 곳.
16세기 후반 이스탄불은 술탄이 지배하던 시기였다.
술탄은 이슬람 세계에서 세습 군주제로 나라를 다스릴 때 군주를 말한다.
많은 교류가 생기면서, 이슬람 문화에도 서양의 문화가 스며들기도 하였다.
그중에 회화 방식에 있어서도 서양 방식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슬람 정통 회화를 그리는 화가들 사이에서 이것은 이교도로 금지의 대상이었다.
이슬람 정통 회화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목숨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화가들도 있었다.
대충 이런 소재로 소설은 이루어졌다.
소설을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이나 다른 책들을 뒤져보면서 읽으면 좋겠지만, 귀찮다.
그저 내가 읽은 만큼 이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딱 내가 이해한 만큼에 대한 줄거리를 적어본다.
책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고자 이 글을 읽는 이가 있다면
인터넷 서점에서의 책소개를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1. 해후
24살에 이스탄불을 떠났다가 12년만에 돌아온 카라.
참고로 카라는 터키어로 '검정색'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는 이모부인 에니시테의 호출로 이스탄불에 돌아왔다.
사실 12년 전에 그가 떠난 이유도 에니시테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없는 카라. 이모부가 그의 아버지를 대신하듯 보살펴 주셨다.
그런데, 카라는 그보다 12살 어린 에니시테의 딸 셰큐레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에니시테는 카라의 사랑을 인정할 수 없었고,
이 일로 카라가 이스탄불을 떠났던 것이다.
세월이 약이라고 했던가. 카라는 12년만에 이스탄불에 돌아왔다.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고, 아직 연정을 가지고 있는 셰큐레와 만남도 기대했을 것이다.
셰큐레는 이미 결혼을 하였고 두 아들을 두었다.
남편이 장교였는데, 전쟁에 참가하였다가 그만 돌아오지 않았다.
4년째다.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행방불명 상태이다.
남편없는 시댁 생활. 행복할 리가 없다.
거기다가 시동생 하산의 음흉한 시선과 더 음흉한 발언과 더더 음흉한 행동은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셰큐레는 두 아들과 함께 아버지 에니시테의 집에 와서 살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카라와 만남은 피할 수 없었다.
셰큐레도 카라를 보자 자신이 카라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깐.
그럼 왜 에니시테는 카라를 불러들였는가?
며칠 전 한 세밀화가인 엘레강스가 실종되었다.
그 엘레강스는 에니시테가 부탁한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에니시테는 엘레강스의 죽음을 조사하고 또다른 부탁을 위해 그를 불러들였다.
그 부탁은 다른 이야기 먼저 풀고 나서 해야겠다.
2. 어느 세밀화가의 죽음
이 소설의 구성은 소설 속의 등장 인물, 동물, 때론 시체, 무생물, 그리고 악마까지... 화자가 계속 변한다.
각 장마다 다른 화자들이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마치 연극 무대에서 관객을 향해 방백을 하는 듯하다.
엘레강스를 죽인 살인자도 독자에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살인자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누가 살인자인지 모른다.
대략적인 사건 전말은 이렇다.
엘레강스는 15년지기 동료 화가이자 친구에게 죽음을 당했다.
처음부터 죽일 의도는 없었던 것 같았다.
그들에게 의견 차이가 있었다.
그 의견 차이는 죽음을 부를 수 있을 정도의 그들의 신념에 관한 것이었다.
...
에니시테의 부탁을 받은 카라는 화원장인 오스만을 만나고
옛 친구이자 세밀화가로 일하고 있는 나비, 올리브, 황새를 차례대로 만난다.
나비, 올리브, 황새 또한 카라와의 해후를 기뻐하지만, 그가 왜 찾아왔는지 알고 있다.
그들을 만나 카라는 이슬람 화가가 지녀야 할 조건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던 중 엘레강스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절차대로 장례식을 치렀다.
그곳에 살인자도 참석하였다.
하지만, 아직 누가 살인자인지 모른다.
3. 진실
장례식을 마치고, 에니시테는 내막을 전부 이야기한다.
에니시테는 베네치아를 방문한 뒤
이슬람 전통 회화의 다른 방식인 서양 회화 양식의 그림을 선호하게 되었다.
에니시테는 술탄과 친분이 있었는데,
술탄에게도 베네치아 회화 양식의 그림을 그릴 것을 설득하였다.
그리고 술탄은 비밀리에 에니시테에게 베네치아풍의 그림이 담긴 책을 만들라고 지시하였다.
그럼 정통 이슬람 회화 양식과 베네치아 회화 양식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이슬람 회화 양식에는 실제와 똑같이 그리는 것이 아니고,
신의 눈에 비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화가마다 다르게 표현되는 화풍이란 것이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림에 자신의 서명 또한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신의 눈은 사람의 눈과 달라서 원근법이란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림의 한 가운데는 비어 있어야 했다.
그것은 신의 자리이기 때문에 그림의 대상을 그림에 가운데 배치하면 안되었던 것이다.
...
세밀 화가들은 나이를 먹고 나서 장님이 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였다.
장님이 된다는 것은 신의 눈을 갖게 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화가들은 스스로 바늘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슬람 정통 회화 방식을 따르지 않고,
베네치아 화풍을 따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술탄도 그 그림을 비밀리에 제작하라고 한 것 같다.
에니시테는 화원장 오스만 몰래 화원의 세밀 화가들에게 부탁하여 그림 그릴 것을 요청하였다.
한꺼번에 부탁한 것이 아니라 세밀 화가 각각 일대일로 부탁을 하여
이 작업에 참여한 세밀 화가들도 누가 동참했는지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세밀 화가들은 처음에 부업한다고 생각하였지, 그런 방식의 그림인 줄 몰랐던 것 같다.
그러다가 이 사실들을 서로 알게 되고, 의견 차이가 있던 살인자가 엘레강스를 죽은 것이다.
...
에니시테는 이 책에 포함될 그림 10장을 완성하였다.
그리고 그 그림에 맞는 이야기가 필요하였다.
카라를 이스탄불로 불러 들인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이야기이다.
카라는 에니시테의 부탁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어떤 이야기를 적을 것인가 고민하였다.
카라가 그렇게 에니시테의 말에 고분고분한 이유가 또 하나 있으니 바로 셰큐레 때문이었다.
4. 또다른 죽음
카라는 셰큐레와 비밀리에 쪽지로 편지를 나누고 있었다.
이슬람 세계이다 보니 직접 말을 건넬 수도 없고,
쪽지도 직접 줄 수 없어 방물장수 에스테르를 이용하였다.
그런데, 에스테르는 그 쪽지를 하산에게 보여주었다.
하산도 셰큐레 때문에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하산은 재판장에게 부탁하여 세큐레를 다시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에니시테도 카라와 셰큐레 사이를 눈치채고 있었지만, 모른 척하고 있었다.
살인자도 셰큐레에 대한 연정을 품고 있었다.
살인자는 에니시테와 카라의 만남을 알게 되었고,
카라가 에니시테의 책작업을 도와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인자는 에니시테를 찾아갔다.
자신의 책작업을 했었기 때문에 에니시테는 아무 의심없이 그를 반겼다.
살인자와 에니시테는 책 속의 그림에 대한 논쟁을 벌였다.
원근법과 베네치아풍의 기법은 이교도라고 이야기하는 살인자.
에니시테의 비꼬는 듯한 말에 흥분한 살인자.
엘레강스가 이교도적인 화풍을 발설하겠다고 하여 자신이 죽였다고 에니시테에게 말하고,
에니시테도 청동물감통을 이용하여 죽였다.
그리고 살인자는 술탄의 초상화를 베네치아 풍으로 그린 그림이자
책의 10번째 그림을 훔쳐서 달아났다.
에니시테가 혼자 죽어가고 있을 때 가족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셰큐레는 카라와 밀애를 나누고 있었고,
하인과 아이들은 셰큐레 심부름을 장을 보러 가고 없었다.
집에 돌아온 셰큐레와 하인 하이리예.
아버지가 살해 당한 사실에 놀라고, 슬프고 무서웠지만, 이내 냉정을 지켰다.
5. 결혼
셰큐레는 이제 보호자가 없어졌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영낙없이 시댁으로 끌려가게 생겼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가장 확률 높은 것은 카라와의 결혼이었다.
카라의 밀애에서 욕정에 사로잡힌 카라에 반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으로서 카라와 결혼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였다.
셰큐레는 카라와 만나 아버지가 살해되었다는 사실과 자신의 계획을 말하였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아버지가 위중하시다고 이야기하고,
아버지는 자신의 보호자로 카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는 소문을 내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종된 남편과 이혼을 하고,
다시 카라와 재혼을 해야 된다.
이것을 하루만에 다 끝내고,
그 다음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자는 것이 그녀의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카라의 돈과 아슬아슬한 시간차, 그리고 임기응변으로 성공을 하였다.
그렇게 셰큐레와 카라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셰큐레는 조건을 내걸었다.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를 찾기 전에는 동침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이상 1권 끝...
제대로 이해하고 적은 것인지 모르겠다.
책제목 : 내 이름은 빨강 1
지은이 : 오르한 파묵
펴낸곳 : 민음사
페이지 : 350 page
펴낸날 : 2004년 4월 23일
정가 : 9,000원
읽은날 : 2010.03.07 - 2010.03.10
글쓴날 : 2010.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