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 메밀꽃 필무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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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저 문장이 나를 사로 잡은 적이 있다.
햐!!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 하단다.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달에 푸르게 젖었단다.
숨막힐 듯한 문장이었다.
소금을 뿌린 듯 하얀 꽃 핀 달밤의 메밀밭 풍경은 한동안 내 마음속의 이상향이었다.
이효석 기념관과 생가에 왔다.
고교시절 국어 교과서에 수록됐던 그의 대표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에서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고 했다.
일제 시대 경성 시절 집에서 원두를 내려 커피를 마시던 그는 커피의 선구자였다.
요즘에 태어났으면 스타벅스에 앉아 글을 썼을까?
난 커피를 마실 때 마다 갓 볶아낸 커피 냄새와 잘 마른 낙엽 타는 냄새를 떠 올리곤 한다.
봉평읍내 <봉평 메밀꽃 막국수> 식당에서 냉면을 시킨다.
주방에서 직접 면을 뽑고 있다.
향긋한 메밀 생면 특유의 향이 날아 온다.
먹어 본 냉면중 가장 맛 있다.
그 향에 취해 메밀전도 시킨다.
역시 맛있다.
메밀향에 취한 김에 건너편 봉평 전통 시장 골목으로 간다.
각종 말린 산나물 향이 오케스트라 소리처럼 섞여서 날아 다닌다.
효석의 동네에 오니까 문학이 향기가 된다.
커피향...메밀향...낙엽타는 냄새..산나물들 향....
많이 사고 싶지만 태평양을 건너야 한다.
메밀가루 1봉만 산다
어쩌면 소설 속 허생원과 동이가 어젯밤에 나귀등에 싣고 온 물건인지도 모른다.
길이름도 <동이길>이다.
그 옆길은 <허생원길>.....
잘 키운(?) 소설가 하나 여러 사람들 먹여 살린다.
지금 그 메밀이 2/3 남았다.
아껴 먹어야쥐~~
봉평을 떠나 한반도 지형, 동강을 거쳐 이제 염불의 고장 제천 의림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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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hotos.app.goo.gl/7nT1wXX8datFey747
첫댓글 갠날 아침이 잘 어울리는
봉평_문학이 향기가 되다
오늘은 비멎고 소강상태
아침 반짝햇살이 반갑네.
띵똥... 봉평 문학 향기 배달에
그려보는 달의 숨소리
"짐승같은 숨소리"
"흐뭇한 달빛"
곱게살아있는듯한 달빛
달은 생물이네
달은 생물이라서 숨결도 모습도.....
오늘은 봉평 메밀향에 젖어들어
파전향이라도...!!!
이틀 후(7월 21일)가 보름달이라서.
어젯밤엔 달이 80%쯤 환했네.
마음이 열린 사람에겐 달이 생물로 느껴지지.
달의 숨결도 느끼는 깜빡이는 나이 들수록 <흐붓>한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엊저녁 집사람
'저 달좀봐' 하는말에
그 TV 때문에 아무대꾸도 없이....
문득 자네 달빛언덕 달 사진이 멋지네
부부사이 낮에 뜬
정원도 아닌 달
다시 보며 생각이...
고맙네
열린마음은 아니더라도
갖고자하는 마음이라도
저녁엔 '저 달좀봐' 하며
포도주라도 들이키며
생물인 달을 볼까하네!!!
'저 달 좀 봐' 하는 여인은 아직 소녀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것.
"저 달 좀 봐" 맞장구 치며 와인 두 잔 가져 오는 남자는...
그 여인을 진정 처음처럼 사랑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