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금강하구둑을 넘어 군산에 이르다(한산 - 군산 20km)
4월 9일, 아침에 일어나니 밖이 흐릿하다. 일기예보로는 맑은 날씨에 낮기온이 20도가 넘을 것이라고 한다.
아침 7시 반, 숙소 1층에 있는 식당에서 백반으로 아침을 들고 8시에 군산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경찰이 먼저와서 에스코트에 나선다. 숙소 바로 앞에 한산모시전시관이 있는데 문을 열지않아 그대로 지나치니 여성들이 아쉬워한다.
한 시간 약간 넘게 걸으니 금강하구에 이르는 둑길이 나타난다. 자전거도로로 이어지는 푹신한 둑길을 따라 걸으니 선선한 바람에 발걸음이 가볍다.
갈대밭이 우거진 갈대밭을 지나며 아내가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는 말이 있다고 교포에게 일러주니 일본에도 '여자의 마음은 가을바람 같다'는 말이 있다고 화답한다. 흥에 겨워 노래가락이 흘러나온다. 아내가 손자와 함께 연습하였다는 일본가요 '블루라이트 요코하마'를 부르니 강정춘씨가 깜짝놀란다. 그 노래가 일본에서 한참 유행할 당시에 큰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현금수송차량을 오토바이를 타고 노상에서 3억엔을 강탈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때 일본측 대표인 엔도 야스오(70세)씨가 아사히신문 민완기자로 활약하면서 이 사건의 취재로 특종을 하여 유명해졌는데 어떻게 그 노래를 알고 부르느냐는 것이다.
금강하구둑에 이르니 오전 10시 40분, 철새도래지라는 안내표지가 있고 둑길의 종점부근에 서천생태조류전시관 건물이 보인다. 시간도 넉넉하여 전시관을 들어가려하니 월요일이 정기후관일이라 문이 잠겨 있다. 전시관 앞 공터에서 30여분 쯤 쉬다가 금강하구둑 관광단지에 있는 해물칼국수집으로 향하였다. 주변에 칼국수전문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메뉴는 바지락칼국수에 보리밥을 곁들인 것인데 맵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하여서 일본인들도 맛있게 잘 먹는다. 커피와 설탕, 프림을 따로 담아두고 자유롭게 타 먹게한 서비스도 좋은 쪽이라 여겨진다. 아침과 점심 커피 서비스를 지속하여 모두들 기다린다. 나이 지긋한 오오타 후토시(75세) 씨가 일부러 찾아와 매번 커피를 서비스하여 감사하다고 인사한다. 호다방의 김마담인줄 모르시나보다.
점심을 끝내니 12시가 조금 넘었다. 한 시까지 식당에서 휴식하기로 양해가 되어서 일부는 바닥에 허리를 눕히는 등 편안하게 쉬는 것도 꿀맛이다. 그 틈을 이용하여 한산모시관에 들리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 두 명은 승합차로 모시전시관에 들렀다 약간 늦게 합류하였다. 전시관에서 가져온 홍보물에는 천오백녁간 간직해온 아름다운 우리 멋과 기술이 현대적인 감각과 접목되어 세계적인 명품으로 태어난다고 적혀 있다. 지금은 지방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과 연결되는 국제화의 시대, 부여는 세계역사도시를 내세우고 오늘 걷는 서천은 세계제일의 생태도시를 내세운다. 목적지인 군산시청사 상층부에는 국제적인 관광기업도시라는 구호가 크게 걸려있고.
오후 1시에 식당 앞 광장을 출발하니 서천경찰이 마지막에스코트에 나선다. 맞은 편에 김인전공원이라고 돌판에 크게 새긴 글자가 보여 교통을 통제하는 경관에게 물으니 어떤 인물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서천과 군산을 잇는 대교를 중간 쯤 지나니 전라북도에 들어서는 경계표지가 나오고 그위에는 '맛, 멋, 소리의 고장 전라북도'라는 선전문구가 눈에 띤다. 10여년 전에 스페인의 똘레도라는 작은 도싱를 흐르는 좁은 강줄기가 대서양연안의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큰 강줄기로 커진 것이 신기하였는데 금강하구둑도 그에 버금가는 큰 강줄기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하구둑을 막은 갑문들이 수십개 늘어선 큰 다리를 건너 군산시계에 접어드니 길게 뻗은 갯벌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갯벌이 잘 보이는 바닷가쪽으로 걸으며 점심 식사의 칼국수에 수북하게 넣은 바지락이 바로 저 갯벌에서 잡은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주고받는다. 임무교대를 한 군산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군산시내 쪽을 걸어가니 채만식문학관이 나온다. 탁류라는 소설이 그가 쓴 글인 것을 떠올리며 자기고장의 문학인들을 기리는 풍조가 아름답게 여겨진다. 부여에서는 신동엽 생가표지를 보았고 어제 지나온 한산면에서는 개화기의 선각자 월남 이상재의 생가가 700m 안쪽에 있다는 길을 지나기도 하였다. 부여군의 새길에는 계백로와 흥수로(흥수는 백제말기의 충신이다.)도 있어서 고대와 현대가 공존한다. 이를 접하니 '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김광섭의 싯귀가 떠오른다.
군산시청에 도착하니 3시가 조금 못되었다. 35일간의 일정 중 가장 짧은 코스를 여유롭게 마친 것, 숙소로 들어가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란다. 요즘 모텔이라는 곳이 손님을 바로 받지않고 늦은 시간에 도착하라는 요청이다. 각자 자유시간를 갖고 4시 45분까지 모이자는 집행부의 방침에 따라 일부는 대포집으로, 일부는 커피 숍으로 가는데 나와 아내, 처제는 시청민원실에 들어와서 차 한잔 마시며 민원용 컴퓨터에서 메일 등을 살폈다. 예정보다 30분 빨리 숙소에 도착하니 새로 합류하는 일본인 두 명이 승용차로 들어온다. 두번이나 조선통신사걷기에 참여한 가나이 미키오(68새)씨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휴데폰 통화를 바꿔준다, 사흘 전에 일본으로 돌아간 가와타 시게루씨가 안부를 살피며 행사가 잘 진행되는지 묻는다.
모텔이 최근에 지은 것이어서 깨끗하고 쾌적하다. 요즘의 풍속도를 담아낸 것일까? 어떤 것은 편리하고 어떤 것은 낯설다. 저녁식사메뉴는 삼겹살에 두부찌게다. 여성들은 주류를 삼가하는데 남성들은 저녁마다 잘 마신다. 선상규회장이 이를 의식하여 내일부터는 여성중심의 저녁식탁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잘 걷고 잘 먹으며 잘 자는 것이 좋은 일 아닌가, 내일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기를 기원한다.
첫댓글 여자의 마음이 갈대나 가을바람으로 비유된다니...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나 봅니다...^^35일간의 일정이라니...저로선 상상할수 없는 일정이네요. 체력안배를 잘 하셔서 끝까지 지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화이팅요^^*
명옥샘이 응원을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멋진 새 직원입니다. 귀엽구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