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가사와 곡의 사랑이야기, 그 시작
사랑이라는 말, 참 좋은 말이고, 많이 사용하는 말이고, 가슴 설레게 하는 말이다. 이 세상에 살며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싫어할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집에서 기르는 동물과 식물도 마음을 담아 사랑한다고 말하면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있다. 사랑하며 동물을 키우면 동물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사랑하며 식물을 키우면 식물의 발육이 왕성하게 된다. 고린도 전서 13장에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서 제일은 사랑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세상사가 사랑 하나로 모두 해결된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사랑이 있으면 훨씬 쉬워진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랑의 눈으로 문제를 보면 해결되지 못할 문제가 어디 있을까 싶다.
이런 사랑을 찬송가의 가사와 곡이 한다. 곡을 생각하는 가사의 눈이 반짝이고, 가사를 대하는 곡의 가슴이 설레는 현상이 나타난다. 가사와 곡의 사이에 사랑의 마음이 잉태된 것이다. 너에 대하여 잘 모르고, 나의 모든 것을 알리지 못했지만, 한 번 보고 반했으니 어떻게 하겠는가, 사랑을 해야지! 아마 청춘 남녀가 첫 눈에 반하는 정도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사가 음악에 대하여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잘 모르면서 얼굴이 달아오르는 현상이고, 곡이 가사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 것인지 잘 모르면서 가슴이 쿵쾅거리는 현상이다. 만나고 싶어 곡 앞에 얼굴을 드러내고, 만나고 싶어 옷을 들고 가사에게 간다. 서로에게 끌리는 청춘 남녀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다.
가사와 곡 사이에 이루어지는 사랑의 시작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비롯된다. 문학 요인으로서의 가사와 음악 요인으로서의 곡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간직한 상태에서 상대에게 나아가는 사랑이다. 문학으로서의 가사이고, 음악으로서의 곡으로 서로에게 다가간다. 따라서 서로의 사이에 이해의 차이, 논리의 차이, 적응의 차이 등이 있게 된다. 나의 이익이 그대로 있고, 나의 생각이 그대로 있고, 나에의 적응이 그대로 있는 그런 상태에서 상대를 향하게 된다. 우리 앞에 등장하는 많은 찬송가들이 처하여 있는 현 주소이다. 번역 가사에 의한 작품(악보 1 참조)과 창작 가사에 의한 작품(악보 2 참조)이 모두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곡을 모르는 가사의 사랑이고, 가사를 모르는 곡의 사랑이다.
<악보 1> 통일찬송가 249장 1-2단
<악보 2> 「21세기 찬송가」1차 시제품 267장 1-2단
가사와 곡의 이런 사랑은 일방 통행의 가능성이 있다.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를 드러내기는 해도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며 나를 바꾸는 일은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바로 현재를 풍미하며 존재하는 우리의 찬송가들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곡의 생각과 관계없이 존재하는 가사와 가사의 요구와 관계없이 존재하는 곡에 의하여 구성된 찬송가가 지금 사용하는 「통일찬송가」의 주류를 이루고 있고, 「통일찬송가」의 부록에도 주류를 이루고 있고, 「21세기 찬송가」의 시제품에도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의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 생각된다. 곡을 생각하지 않고 내 마음만 드러내는 가사와 가사의 내면을 살피지 않고 나를 뽐내는 곡이 있는 한 도리가 없다.
가사와 곡의 이런 입장은 충돌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서로에게 대하여 잘 모르면 그런 대로 삶을 유지하게 되지만, 알게 되면 불만 요인으로 작용하며 문제로 등장하게 된다. 이렇게 된다고 사랑하는 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지만, 첫 눈에 반해서 불꽃을 튀기며 하는 사랑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보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살게 되니 변화의 필요성이 잉태되는 관계이다. <악보 3, 4, 5>를 보며 이상하다고 느끼면서 무엇이 이상한지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그런 상태에서의 관계이다. 가사가 곡을 향하여 준비되어 있지 못하고, 곡이 가사를 품지 못하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사와 곡이 서로에 대하여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다.
<악보 3> 통일찬송가 부록 578장 1-2단
<악보 4> 「21세기 찬송가」 1차 시제품 299장 1-2단
<악보 5> 「21세기 찬송가」2차 시제품 247장 3-4단
우리에게는 이런 찬송가들이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보다 많이, 보다 적게, 보통 정도로 등의 차이를 보이며 문제를 잉태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가 등장하여 찬송의 상황이 시끄러울 것 같은데, 현실에서는 문제로 느껴지지 않으며 찬송가가 기능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악보 3, 4, 5>의 경우가 최선의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들에게는 문제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찬송가로 작용하게 된다. 첫 눈에 반한 상태에서의 삶이라 할 수 있고, 이상하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에도 문제로 느껴지지 않아서 찬송의 현장이 시끄러워지는 일은 없게 된다. 이 세상에서의 삶이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2004년 12월 21일 오후 4시 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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