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도록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위치한 PC방이 아니라면 야간 고객이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은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런 경우엔 야간 아르바이트 인건비보다 매출이 적게나오는 날도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PC방 업주라면 한번쯤 고민해 보는 것이 바로 야간 영업 중단이다.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면서 야간 영업 중단을 고민하는 PC방 업주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업주들 사이에서는 야간에 영업을 중단할 경우 단골 고객이 이탈해 오히려 경쟁 PC방을 도와주는 꼴이 될 것이라며, 다소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영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야간 영업을 중단하는 PC방은 극소수이기는 하나 분명 존재하기도 한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컴스쿨 PC방은 지난 2008년 10월부터 야간 영업을 중단해, 지금까지 1년 정도 지속하고 있는 곳이다.
많은 PC방 업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컴스쿨 PC방이 이렇듯 야간 영업을 중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컴스쿨의 업주는 오히려 야간 영업을 중단해 이득을 보고 있다며 예찬론을 펼친다. 오늘 이 시간에는 야간 영업 중단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컴스쿨 PC방 김준호 사장을 만나 야간 영업 중단에 따른 효과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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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 영업을 중단한 컴스쿨 PC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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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때문에 야간 영업을 중단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나? 2006년 2월에 PC방을 오픈한 뒤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야간 영업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 야간에 평균 15명 정도의 고객을 유지해 왔으나 PC방을 오픈하고 고객이 대거 몰리는 일명 ‘오픈발’이 사라지자 고객이 감소하였고, 주위에 신규 PC방이 경쟁상대로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고객이 분산되었다. 결국 야간에 출입하는 고객이 점점 줄어들었고, 지출이 수익을 넘어서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야간 영업을 중단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어떤 판단에서 야간 영업 중단을 결심하게 된 것인가? 야간에 발생하는 수익이 지출보다 적다면 야간 영업을 중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했다. 아르바이트 인건비, 식대, 전기요금, 유료 게임 시간이 차감되는 것까지 감안하면 지출이 수익을 훨씬 웃돈다. 적자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야간 영업을 고집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무리한 행동이다. 아무리 계산을 해도 야간 영업을 중단하는 것이 이득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야간 영업을 중단하면 단골 고객 확보가 어렵고, 경쟁 PC방에 고객을 빼앗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업주들이 많은데? 당연히 야간 고객들은 다른 PC방으로 옮겨갈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야간에 매출을 올려주는 단골 고객이 몇 명이나 되는지 묻고 싶다. 야간정액에 유료 게임 시간이 차감되고, 전기요금, 아르바이트 인건비까지 계산하면 오히려 손해다. 중요한 것은 매출이 아니라 지출이다. 눈에 보이는 매출만 쫓을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지출을 줄여 어느 것이 이익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야간 고객이 많은 번화가에 위치하지 않았다면 분명 손해라는 결론이 내려질 것이다. 몇 명의 단골 고객이 이탈했다고 해서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언제부터 야간 영업을 중단했나? 지난 2008년 10월부터 야간 영업을 중단했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다. 오후 10시부터는 간판조명도 꺼버리고, 고객들에게 영업시간을 수시로 고지하고 있다. 고객이 남아 있어도 오전 1시가 되면 어김없이 양해를 구하고 문을 닫는다. 처음 3개월은 24시간 영업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고객들이 의아해 하기도 했지만 3개월 정도 지나면서 고객들도 차츰 적응하기 시작했으며, 오히려 야간에 영업을 중단하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 고객까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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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입문, 카운터, 벽면, PC 바탕화면 등에 영업시간 안내문을 부착해 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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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영업을 중단하기 때문에 찾아온다는 고객은 무슨 의미인가? 보통 PC방에서 게임을 하다보면 고객들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직장인인 경우 늦게까지 게임을 하다가 근태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사실 매장에 시계를 갖추고 운영하는 PC방은 드물지 않은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게임 삼매경에 빠졌던 고객들이 영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게임을 종료하니 제때 집에 들어갈 수 있어 좋아한다. 이런 이유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들이 생겨났다. 뿐만 아니라 특정 PC방만 출입하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해당 PC방만 찾는 이유가 있다. 컴스쿨 PC방의 경우, 편안하기 때문에 찾아온다는 고객들이 많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야간 고객들은 영업시간을 조정한 이후 주간에 찾아오는 고객으로 변했다.
야간 영업 중단으로 인해 고객과 트러블이 발생했던 경우는 없었나? 지금까지 그런 상황에 처한 경우는 없었다. 오후 10시 이후 출입하는 모든 고객에게 영업시간을 충분히 고지하고, 곳곳에 영업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 문구를 부착해 놓았다. PC방 바탕화면에도 영업시간을 안내하고 있다. 단지 0시 이후에 찾아오는 고객이 영업시간을 듣고 다른 PC방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 약간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냉정하게 대처해야하는 부분이다.
야간 영업 중단이 가져오는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속편하게 장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업주가 PC방을 운영하면서 아르바이트 근무자로 인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야간 영업만 중단하면 업주 혼자서 충분히 매장을 관리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 근무자를 채용하지 않아도 되며, 아르바이트 근무자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또한 야간 영업을 하지 않음으로써 적자 운영을 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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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을 중단하는 동안 도난에 대비하기 위해 보안경비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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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영업을 중단하기 전·후 매출과 지출의 차이는 어떻게 나타났나? 매출은 약 5%가 감소했다. 야간에 영업을 중단해도 매출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대신 지출은 50% 정도 감소했다. 야간 영업 중단으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출이 대폭 감소해 오히려 이득이 된 셈이다.
요금 체계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시간당 요금은 1,200원이다. 애초부터 인근 상권이 1,200원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PC방을 시작했다. 아직까지 해당 요금체계가 유지되고 있다. 야간 영업을 중단하면서 정액요금제도 없앴다. 또 일시정지를 지원하지 않으며, PC방을 오픈하고 지금까지 커피 자판기는 무조건 100원을 받고 판매하고 있다. 대신 여름철에는 제빙기를 통해 시원한 얼음을 제공한다.
PC방 유료 게임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정액 요금제로 운영되는 게임은 가급적 가맹을 삼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PC방이 가맹하는 수준으로 PC방 유료 게임을 운영하고 있으며, PC방 유료 게임 비용으로 월 평균 45만 원에서 50만 원 가량 지출한다. 특정 게임 포털사이트 두 곳은 꾸준히 가맹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현재에 만족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앞으로 야간 영업을 재개할 계획은 없나? 야간 영업을 중단한 것에 대해 대단히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다시 야간 영업을 재개할 계획은 없다. 다만 야간 매출이 주간 매출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에는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다시 야간 영업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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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스쿨 PC방의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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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영업을 중단해야 할 PC방은 어떤 곳이라 생각하나? PC방을 오픈하면 일명 ‘오픈발'이라고 해서 6개월 정도는 고객이 많이 몰린다. 하지만 ‘오픈발' 시기가 끝나면 고객이 많이 빠져나가게 되고, 1년이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야간 고객이 눈에 띠게 감소한다. 또한 인근에 신규 PC방까지 오픈하게 되면 고객이 분산되어 매출하락세가 뚜렷해진다. 그리고 오픈 후 2년이 지나면 PC 업그레이드 시기가 찾아온다. 투자비용을 회수하기도 전에 재투자 비용이 투입되는 것이다. 물론 상권이 받쳐준다면 투자비용을 일찍 회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앞서 이야기한 수순을 밟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때에는 지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이러한 상황에 놓인 PC방 업주라면 과감히 야간 영업 중단을 고려해볼 만하다.
현재 PC방 업계의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사실 현재 PC방이 처음으로 운영하는 매장은 아니다. 초창기 시절인 1997년도에 PC를 공부하고 싶어 당시 처음 생겨나기 시작한 PC방에서 야간 아르바이트 근무를 했었다. 당시만 해도 시간당 요금이 2,000원이었고, PC 30대로 일 매출 80만 원에서 100만 원을 기록하던 때였다. 6개월만 운영하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몇 개월을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다가 당시 PC방 업주가 사정이 생겨 매장을 매매하려고 했다. 운 좋게 저렴한 가격에 PC방을 인수하여 운영하게 되었다. 당시의 좋은 기억이 남아 지난 2006년에 다시 PC방 업계에 발을 들였지만, 상황이 예전과는 너무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PC방이 퍼주는 장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게임사에 가맹 비용을 지불하고, 고객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시간당 이용 요금은 내리고 있다. 처음 PC방을 운영할 당시만 해도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이러한 퍼주는 장사는 반드시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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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스쿨 PC방의 김준호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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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야간 영업 중단을 고려하는 PC방 업주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경기가 어려워 매출이 감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럴 때일수록 지출을 줄여나가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경쟁 PC방의 상황을 주목하고 자신의 단골 고객을 경쟁 PC방에 빼앗기지 않도록 무리하게 야간 영업을 지속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야간에 수익보다 지출이 많다면 당연히 야간 영업을 중단하는 것이 옳다. 몇 명의 단골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야간 영업을 지속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당장의 매출보다 지출을 줄이는데 목적을 둔다면 야간에 영업을 중단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결정내릴 수 있다. 지출을 줄이는 것이 바로 돈을 버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고, 모든 수익을 업주가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야간 영업 중단을 고려하는 PC방 업주라면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