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고침에 대한 어느 목사의 설교를 들은 적이 있다. 사도바울이 자기 몸의 가시인 안질을 고쳐 달라고 하나님께 세 번이나 간구(기도의 집중력이 얼마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대언자 엘리야갸 비오기를 일곱 번 기도하였는데 얼마나 간절히 부르짖었든지 머리가 무릎 사이로 들어갔다고 들은 바도 있다)하였으나 그러나 하나님께서 “네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라고 거절하셨는데 바울이야 삼층천엘 갔다왔으니 거절 당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삼층천은 커녕 지구 바깥에도 가보지 않았음으로 병 낫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건강해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을 때 까지 부르짖어 기도해야 된다고 했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산 정상(頂上)에 오름을 목표로 산을 오른다. 나는 장애상 산을 오를수 없다. 그러나 비록 산은 오를 수 없지만 산중턱이 대체적으로 좋다. 산중턱에서는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적당한 오만함도 있고 또 산 정상을 올려다 볼 수 있는 겸손함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하나님께서는 이것 조차 허락하지 않으시고 오직 겸손만을 요구하고 계신다는 사실 ….
대략 2년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뜻하지 않은 질병으로 시달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데…. 배뇨장애로 시작하여 수면 장애를 거쳐 이제는 극심한 변비로 인해 장(腸) 운동이 둔화되어 항상 잔변감과 배앓이에 시달리고 있다. 변비약을 과복용하고 나면 변비는 일시적으로 해소가 되나 그 다음이 문제다. 마치 쾌변을 먹고 장을 다 비워낸 (腸 세척 후 일어나는 腸痙攣) 다음 장이 아린다고나 해야 할까? 장염으로 창자가 뒤 틀리는 증세가 나타난다. 온종일 배가 아파 견딜 수가 없다. 일상의 생활이 정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내과에서 처방해준 장경련 약화 약을 먹고 며칠이 지나 겨우 안정을 되 찾으면 또 다시 변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잔변감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위 소화장애까지 발생 명치밑이 막힌 듯 더부룩 하고 밤에는 숨도 제대로 쉬지를 못한다. 활명수. 알마겐등 온갖 약을 먹어도 잘 듣지를 않는다. 장 운동을 촉진해보려고 매일 6.000보 이상 걷기도 한다. 그러나 소화장애와 장운동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저녁엔 전기 찜질기를 배에 얹고 뒤틀린 대장을 진정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다가 밤이 깊어지면 뒤 틀린 장이 좀 안정이 되고 난 후 이제는 명치밑이 답답하여 호흡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밤 12시가 넘고 1시 2시. 심지어는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조금 호흡이 가벼워지는데 이 때는 이미 잠도 다 사라진 상태로 야뇨증이 설설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어찌하던지 잠은 청하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는 다음날 몸 상태가 멘붕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결국 수면제를 의지하여 강제로 잠을 청하는 나날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가 나의 국민건강검진 당해년이라 검진을 하는 김에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도 한 번 해봤으면 좋겠는데 지난 5월초 갑자기 심혈관질환이 발생 기존 관상동맥에 시술한 스텐트에 하나를 더 추가 하는 바람에 안정이 될 때까지 대략 1년 정도는 혈전용해제와 아스피린복용을 중단을 하지 못해 결국은 내시경을 제외한 나머지 건강검진만을 마치게 되었다. 내시경 검사 도중 용종이 발견될시 제거를 해야되는데 피가 묽어진 상태에서 용종을 제거했다가 출혈이 멈추어지지 않으면 그야말로 난리가 나기 때문에 결국 내시경을 포기한 것인데 어딘가 모자란 상태의 건강검진이 되고 만 것이다. 이러다 보니 내과에 가도 뽀족한 수 없이 그저 내가 구술(口述)한 증상만으로 의사가 약을 처방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원래 나는 한방을 신뢰하는 편이다. 한의학 박사가 운영 한다는 한의원을 찾아 복부 초음파를 하고 청진기로 진찰을 해보았더니 대장관이 약해 장이 제대로 운동을 하지 않을 뿐더러 위장관도 약해 소화기능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들었던 터라 양방치료와 더불어 한방 치료도 병행을 하면 좀 더 수월하게 효과를 볼 것이라고 나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 수면장애와 배뇨장애 장운동 촉진을 위해 한의원 두 군데를 정해놓고 지금까지 백여 차례 넘게 다니며 한약도 두어 번 지어먹고 침도 맞았으나 나아지지는 않고 현재 진행형으로 가고 있다. 2년 전부터 시작된 이 질환은 작년 연말부터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일상의 삶은 전무한 상태다. 나의 천직이 원고지라는 밭에 씨를 뿌려 농사를 짓는 일인데 이것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요. 깊은 사유를 통해서만이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끈기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로서 엉덩이의 곰팡이가 필 정도로 몇 시간이고 앉아 몰입을 해야 만이 겨우 결실을 거두게 되는 일이다. 그런데 배에 가스가 차고 아프니 이건 뭐 아예! 컴퓨터 앞에 앉지를 못하고 있다. 내가 하루에 하는 일이라고는 매일 번갈아 한의원을 가는 것과 내과에 가는 것 그리고 산책이 전부이다. 그나마 성경을 읽고 찬송 부르며 기도만이라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올해 소설집을 출간하려고 나름 그동안 준비를 해왔었다. 그런데 마지막 마무리를 남겨두고 지금 1년 넘게 개점 휴업을 하고 있다. 간만에 원고 청탁도 받았지만 11월 말 까지가 시한인데 이것도 포기하게 되었다. 두어 달 전에 용산에 볼일이 있어서 서울을 갔다 왔었는데 옛날 운전을 할 때는 건넌방 드나들 듯이 서울을 오갔으나 웬걸 배뇨와 복부에 가스가 참으로 서울을 갔다온 그날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말로 다 표현 할 수가 없다. 한 순간에 나의 육신의 장막이 이렇게 무너져 버리고 만 것이다. ‘80년대 중반 故 박노훈 선생께서 위암 절제수술을 받고 치료중에 돌아가시게 되었을 때 집안의 어른과 형제들이 목사를 불러 기도나 한 번 받아 보자라고 권유를 했다고 한다. 그때 박노훈 선생께서는 대노(大怒) 하시면서 믿음 없는 행위를 크게 질타하셨다는 일화가 생각이 난다. 나는 은사주의자도 아니고 신사도주의자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어디 가서 머리 들이밀고 안수기도 받는 다는 거나 기도굴에 들어가 금식하며 떼를 쓰고 부르짖는 기도는 아예 할 줄을 모른다. 그저 주어진 삶에 하나님의 긍휼만을 구하며 살아가고 있다. 질병의 고통속을 거닐면서 속죄와 보혈의 찬송이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마냥 흘러 나오게 되었다. 나의 지난 날을 되돌아 보며 한평생 하나님 앞에서 제대로 살지 못했던 추악한 죄들이 떠올랐고 결국 십자가 앞에 부복하게 된다. 나의 의지로 살았던 한없는 오만함이 십자가 앞에서 한없는 겸손함으로 바뀌어지고 있음이다.
첫댓글 하나님은 왜 인생의 노년기에 고통을 겪도록 하셨는지 늘 의문입니다. 청송 님의 고통스러운 밤이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정말 무어라 위로의 말을 할 수도 없네요. 그래도 하나님 앞에 무릎꿇는 모습에 마음이 엄숙해집니다.
크고 작은 고통들이 우리들에게서 떠나지 않는게 인생인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든지 탐욕과 욕망에 사로잡혀 마귀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땅에서 무슨 소망이 있으리요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된것 뿐이다. 오 주여 우리로 하여금 인내를 주시고 잘 참고 견디는 힘을 주소서 할 뿐이다. 청송님의 고통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속에서 주님만 바라보시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천국에 입성하는 날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주께서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주여 도와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