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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동네(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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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야기(자유게시판) 스크랩 제 토익점수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런 일에 신경을 씁니까?
돌탱이 추천 0 조회 46 11.01.10 18:22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 제 토익점수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런 일에 신경을 씁니까? 솔직이 모르겠습니다. "


아침 출근길에 들려오는 라디오에서 나온 홍익대 학생의 이야기다.
이 인터뷰 말미에는 ' 굳이 알고 싶지 않습니다.' 라는 말이 생략되지 않았을까 ?

 

문득 15년 전 결혼식 날이 떠올랐다. 가진 것이라고는 은행융자로 얻은 전세금 천만원. 염치 없게도 결혼식 비용이나 혼수는 그 날 들어온 축의금으로 충당해야 했다. 그 흔한 30분짜리 결혼식장을 빌려서 하기도 싫었지만 그런곳에 쏟아 붓는 비용도 아까웠다. 아니 그럴 돈이 없었다. 

 

가까운 선후배들이 졸업한 대학교정에 ( 엄밀하게 이야기 하면 학교 체육관이었다 그 전날 비가 너무 많이 온 관계로 )  결혼식장을 꾸며줬다. 어른들의 식사는 학교 밖의 뷔페 식당으로. 멀리서 온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의 피로연장 겸 식사는 학교 구내 식당에서 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이야 장소만 빌리고 나머지는 출장뷔페를 시키려니 했겠지만 그런 사정이 되지 않았다. 학교구내 식당을 빌리기만 했지 음식은 직접 장만해야 했다. 장소를 빌리려고 하니 음식은 어떻게 장만하나 무슨 음식을 장만해야 하나 앞이 깜깜했다. 학생들 행사도 아니고 명색이 결혼식에 말이다.

 

학교 식당을 찾아갔다. 일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나이드신 아주머니들이었고 학교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었으며 아주  나이많으신 한 분이 [반장]님이셨다.

 

" 반장님, 저 결혼하는데요. 여기 학생식당을 빌려서 식사도 하고 피로연장도 삼을려구요. 음식은 저희들이 준비할테니 장소 좀 빌려주세요. 학교에는 신청해서 허가 받았습니다. "
그 반장님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셨다.
" 결혼하나? "
" 예 "
" 내가 뭐 해줄 꺼는 없나 ? "
" 아닙니다. 그 날 오셔서 함께 식사하시면 좋기는 한데. 괜히 오셔서 식당이랍시고 일하시고 그러면 미안쵸 "
" 그 날 국수는 하나 ?  아이다.. 축의금은 그렇고 , 내 국수를 해줄끼니까네 축의금 대신하자..그리고 음식은 학생들 몇 명 오면 우리가 대충 함께 준비해주꾸마"
" 진짜요? 정말 감사합니다.  "


그렇게 난 그 축의금을 한 번 마다하지 않고 받았었다.

 

아주머니들과는 학교를 다니면서 참 오랜 기간을 알고 지냈었다. 요즘처럼 얼마를 받는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지만 ( 솔직이 말하면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에는 분명 얼마받았는지 알고 있었다. ) 아주머니들의 월급을 올려달라고 학교측에 줄기차게 이야기 했던 적이 있었고. 학교측에서 아주머니들의 소지품 검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교 담당자들과 얼굴 붉히며 싸우기도 했었다. 그렇게 알게된 아주머니들과 식당에 오며 가며 인사를 했고 아주머니들은 마치 친조카처럼 나를 귀여워 해주셨었다. 함께 다녔던 험상궂은 선배들보다야 내가 훨씬 귀엽게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그게 벌써 20년도 지난 일이다.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나이드신 아주머니들이다. 주당 40시간 노동에 최저임금을 받는 다고는 하지만  주당 50시간을 채우기 일쑤였고 그래서 받는 돈이 세금을 공제하고 한달 75만원이란다. 그리고 밥값 또는 쌀값이라는 명목으로 한달 9천원을 더 받는단다. 한 끼에 3백원이다. 그런 아주머니들이 총장실을 점거하고 " 학생처장 나와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시급 5천원 즉 한달 백만원, 그리고 고용승계다.

 

나는 시험기간이니 공부에 방해되는  집회는 삼가해 주었으면 하는 홍익대 총학생회장의 입장표명을 듣고도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아예 관심이 없거나 '그런 일이 있었어요' 라고 이야기하는 평범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예 슬퍼진다. 그리고 아주머니들 월급을 올려주면 [ 학생들 등록금 인상요인이 생긴다 ]는 홍익대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난다. 40%를 밑도는 재단전입금, 수백억의 적립금을 쌓아 놓고도 재단의 자산 불리기에 급급해 하는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단지 나만의 생각일까?

 

파업에 들어가고 농성하는 아주머니 노동자들과 학생들을 이간질 시키려는 이 졸렬한 발언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파업에 동일하게 적용되며 확대 재생산된다. 노동자가 파업하면 제품값이 올라가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전가의 보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이 추운 겨울에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거리로 쫓겨나고 있다.

 

오늘은 청소하는 홍익대노동자이지만 내일은 또 누구 차례일까?

 

돌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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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1.10 19:00

    첫댓글 돌탱이님의 개념찬 글에 왕 공감합니당!!
    우리 스스로 나만 배불리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라는,
    어쩌면 사회악일 수 있는 그런 생각에 함몰되어 있는건 아닌지 깊히 반성해 봐야 할 일입니다.

    함께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오늘도 화이팅!!!

  • 작성자 11.01.14 17:37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마당바위님이 말씀하시는 [사회악]을 매일 한 가지쯤은 저지르면서 사는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 부터 또다시 날씨가 추워진다고 하네요 . 올 겨울이 유독 추운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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