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연세대.한양대가 1998년에 이어 두번째로 실시된 사회학과(학부) 평가에서 지표별 점수 합산 결과 최상위 그룹을 형성했다.
서울대는 20개 세부 평가지표 중 가장 많은 19개 지표에서 '톱10'에 들었다. 연세대와 한양대는 18개 지표에서 10위 안에 포함돼 강세를 유지했고, 서강대.성균관대.한림대 등이 15개의 지표에서 10위 안에 들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사회학과가 설립된 지 10년이 안 된 성공회대와 서울시립대가 각종 지표에서 1, 2위를 다투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교수 연구=가장 큰 학파를 형성하고 있는 서울대가 1위를 차지했다. 서울대는 교수 1인당 연간 국내 논문 3.81편, 해외 논문 1.29편을 써내 2위 그룹과 큰 격차를 보였고, 교수 1인당 연구비 수주액에서도 1위에 올랐다.
돌풍의 주역은 성공회대다. 교수 1인당 연간 3.13권의 단행본을 단독 혹은 공저자로 출간해 저서 실적에서 1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논문(2위), 연구비(3위), 학술발표(6위) 등 모든 지표에서 강세를 보이며 기염을 토했다. 학술발표 항목에선 98년에 사회학과가 설립된 중앙대가 1위에 오른 것도 주목할 만하다.
30, 40대 소장파 교수가 주축을 이룬 가톨릭대.국민대.서울시립대.한림대 등도 전 지표에서 골고루 상위권에 포진했다. 전체적으론 사회학과 교수 1인당 연간 2.21편의 국내 논문과 0.34편의 해외 논문을 펴내 해외 저명 학술지에 게재하는 논문 수는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여건=연세대가 최근 3년간 신규 개설 과목수(13개)와 교수당 조교수(3.7명)에서 1위에 오르는 등 교육 여건 전 지표에서 강세를 보이며 1위에 올랐다. 연세대는 단순히 양적인 면뿐 아니라 교육의 질적인 면에서도 사회학을 변화시키는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신이 취업하고 싶은 분야와 밀접히 연관된 과목들을 체계적으로 수강할 수 있게 '트랙(track)시스템'을 개발한다든지, 교수들의 커리큘럼을 제한하지 않고 탄력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이 학생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았다.
교수당 학생수에선 강원대가, 교수당 주당 수업시간에선 창원대가 각각 1위에 오르는 등 지방대들도 강세를 보였다. 강의 평가제와 교수 안식년제는 거의 모든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어 이 제도가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재정 및 시설=서울시립대의 선전이 돋보였다.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는 등록금 대비 장학금 환원율 지표에서 1위(26%)에 오르는 등 서울대에 이어 재정 및 시설 분야에서 2위에 올랐다.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는 건축학과.도시계획학과.조경학과 등과 함께 도시과학대학에 소속, 이들 학과와 연계된 도시영화제, 교통공학 서베이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도시지자체나 문화사업과 관련된 교과과정으로 일반적인 타 대학 사회학과와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주었다.
발전된 사회학과의 모습을 보여주는 멀티미디어 보유 정도 지표에선 서울대와 연세대가 LCD 프로젝터와 영상 편집기 등 최첨단 기기를 확보해 전공과목 등에 활용하고 있어 공동 1위에 올랐다. 논문 검색 인터넷 서비스 수와 학과당 전용공간 지표는 수치가 아닌 구간별로 나눈 등급제를 적용했다.
◇평판도=평판도 조사는 대학교수와 연구원, 관.재계 인사 등 한국사회학회 소속 회원 2백2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4개항의 설문 조사에서 대상자들의 80% 이상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빅3'를 지목해 사회학 학문에서 메이저 대학의 두꺼운 장벽을 실감케 했다.
세부 지표별로는 교육여건과 졸업생 조직 적응력, 발전 가능성 등 3개항에서 연세대가 1위에 올라 사회학계 전반적으로도 연세대의 변화 모습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림대와 성균관대는 공동 4위에 올랐다.
*** 이렇게 평가했다
사회학과(학부) 평가는 사회학과 또는 도시.정보사회학과가 설치된 전국 40개 대학 중 19개 대학이 평가에 응했다. 졸업생을 배출한 지 5년이 넘고 전임교수가 3명 이상인 35개 대학 중 고려대.이화여대 등 18개 대학이 불참하고 17개 대학이 평가에 응했으며 최근 사회학과가 신설된 대학 중엔 서울시립대와 중앙대가 참여했다. 단 평판도 조사에선 40개 대학을 전부 포함시켰다.
평가 부문은 ▶교수 연구▶교육 여건▶재정 및 시설▶평판도 등 4개로 나누었다. 종합순위는 내지 않았다.
교수 연구분야(괄호 안은 가중치)는 2000년 초부터 지난해 말까지 3년간의 연구업적을 기준으로 ▶학술논문(45)▶저서(25)▶연구비(20)▶학술발표(10) 등 4개 지표를 평가했다. 교수 이동 시엔 현재 소속된 대학의 업적으로 포함시켰다.
특히 학술논문 지표에선 일반적인 국내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을 1로 했을 때 학술진흥재단 등재지(등재 후보지)나 해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2, SSCI에 게재된 논문은 3으로 가중치를 달리했다.
교육 여건과 관련된 지표는 ▶교수수(30)▶신규 개설과목수(20)▶교수당 학생수(15)▶교수당 유급 조교수(15)▶교수당 주당수업시간수(10)▶강의 평가제(5)▶교수 안식년제(5)등 7개로 했다. 5년 전에 비해 사회학과가 분야별로 세분화돼 별도 학과로 나뉘는 경우도 있어 교수당 학생수의 가중치는 다소 낮췄다.
재정 및 시설 분야는 ▶멀티미디어 보유정도(30)▶등록금 대비 장학금 환원율(20)▶장학금 수혜율(20)▶학과당 전용공간(15)▶학과당 논문 검색 인터넷 서비스수(15)등 5개 지표를 평가했다. 평판도 분야는 ▶교수 수준(40)▶교육여건 및 재정수준(30)▶졸업생 적응력(15)▶발전 가능성(15)등 4개 항목을 평가했다.
취재팀은 교육인적자원부에 제출된 관련 자료와 각 대학이 작성해 취재팀에 회신한 자료를 토대로 해당 대학에서 직접 현장실사를 벌여 자료의 신뢰성을 확인했다. 순위는 세부 항목마다 평균값과 표준편차를 사용해 표준화 점수(Z값)를 구하고 여기에 가중치를 곱한 값을 합산했다.
*** 지방대 '살길 찾기' 안간힘
사회학은 위기다. 인문사회과학의 전반적인 침체 때문만은 아니다. 학부제에 따른 대학 1, 2학년들의 전공 선택에서도 사회학은 실용 학문인 신문방송이나 사회복지에 밀리는 형국이다. 이번 평가에 응하지 않았던 한 대학의 교수는 "학생들이 안 와 밥줄이 끊길 정도인데 평가는 무슨"이라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과거 사회과학의 근간을 이룬다는 자존심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더욱이 재정과 기반이 열악한 지방대 사회학과의 사정은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정도다. 생존을 위한 지방대들의 안간힘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취업만이 살 길이다=동아대 한석정 교수는 지난해 2학기 4학년 전공과목인 사회학 특강을 가르치면서 원서 교재를 사용한 것은 물론 영어로만 강의하고 학생들도 영어로 발표하게 했다.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 등 사회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영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면서 취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이 과목을 수강한 한 학생은 "머리에 쥐가 날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학기말 시험을 마치고선 무언가 하나 제대로 했다는 성취감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 덕택인지 동아대는 최근 1년간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73%에 달했다.
영남대는 4학년 2학기 전공과목으로 '직업 사회학'을 신설했다. 사회 변화에 따라 어떤 직업이 새롭게 생기고 없어지는지를 사회학적으로 연구하는 과목이지만 강의 후반엔 자연스럽게 진로 모색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일반 기업 인사담당자를 초빙해 취업을 위해선 어떤 점이 필요한지를 특강하거나,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면접에 대비하는 전략 등을 익히기도 한다.
◇지역색을 살려라=경북대는 최근 '호주제 폐지에 따른 의식조사'란 설문 작업을 진행했다. 경상도 특유의 보수색깔이 다른 지역의 의식과는 달리 호주제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경북대 박사과정의 임순광씨는 "문화콘텐츠 개발을 사회학과의 중점 사업으로 삼고 있지만 경상도 지역과 무관해서는 우리의 경쟁력을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대는 지난해 여름 일본 대학생과 함께 대학생 연합 캠프를 진행했다. 지역적으로 가까운 일본과 교류.토론을 거치면서 제주도 특유의 관광 상품을 알릴 기회를 마련한 것.
제주대 측은 "친환경적인 마인드를 사회학과 연계시키는 것이 주요 연구과제"라고 말했다. 이밖에 울산대.창원대 등은 지역 노동운동이 강한 것과 관련돼 노동사회학 분야에서 강점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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