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아들이 며칠 휴가를 보내고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동대구역까지 태워다주고 돌아서는 마음은 언제나 가슴이 찡하다. 언제 저렇게 컸나 싶기도 하다.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잘 적응해 가는 아들이 고맙고 대견하다.
아들이 좋아하는 잡채랑 수육을 만들어서 점심을 먹었다. 콩자반도 좋아하고 비지찌개도 좋아한다. 닭 다리 요리를 좋아해서 구이를 해주었는데 10조각을 깨끗하게 먹어주었다.
이럴 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엄마다. 모처럼 집에 내려가면 딸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셨다. 홍어 회무침이랑 오이소박이 육개장은 누구도 엄마 손맛을 따를 수 없다. 열무김치와 돼지갈비찜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엄마 너무 맛있어, 맛있어,’하면서 호들갑스럽게 먹는 나에게‘ 뭐가 맛있어, 나가면 이것보다 더 맛있는 것 천지인데‘ 하면서 집에 갈 때 싸 가라고 하셨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홍어회 무침이 글을 쓰는 지금 무진장 먹고 싶다.
딸은 친정엄마에게 배워서 아들에게 만들어준다. 갈비찜도 그렇고 나박김치랑 열무김치는 아들도 나처럼 좋아하는 음식이다. 엄마의 손맛은 따라갈 수 없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엄마 손맛 흉내는 내는 것 같다.
엄마가 그리우면 나박김치를 담고 돼지갈비찜을 만든다. 열무김치도 담그고 엄마가 늘 보내주시던 황석어 젓갈을 끼니때마다 내놓는다. 식구들이 아무도 젓갈에 손을 대지 않아도 나는 식탁에 놓인 그 자체로 엄마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여동생과 가끔 화상통화를 할 때면 동생 얼굴에서 엄마가 보인다. 막내 남동생은 아버지랑 손이 그대로 닮았다. 첫째 남동생은 엄마 등을 그대로 닮아서 뒷모습이 엄마를 닮았다. 장녀인 나에게는 어떤 모습이 보일까? 외갓집 친척들이 나에게 엄마를 그대로 쏙 빼닮았다고 했다. 웃는 모습이 닮았고 몸짓 하나까지 어찌 저렇게 닮았는지, 엄마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오월 첫날 산책길에서 장미를 처음 보았다. 오월은 '장미의 계절' 이라고 하는데 다시 장미가 찾아왔다. 감을 잡을 수 없이 오락가락 횡설수설하면서 사월이 갔다. 이제는 모든 것이 평온하고 싱그럽고 생기가 넘치는 오월이다.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은 오월의 첫날이다. - 2024년5월1일-